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경희치대 예방사회학교실이 주관한 ‘학교구강보건시설(구강보건실, 양치시설) 실태조사 및 향후 운영방안 연구사업 공청회’가 지난 14일 경희대치과병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청회는 ‘보건소와 학교 간 연계된 학교구강보건시설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공청회는 각계 전문가 8명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인력·예산·행정 등 유기적 협조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다.
토론자로 나선 조갑숙 주무관(부산진구보건소)은 “학교구강보건실 사업을 지난 15년간 추진해 왔지만 실제 운영되고 있는 초등학교는 전체 7%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새로 짓는 것보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 구강보건전담인력을 배치해 교육부터 예방, 처치까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교에 구강보건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양치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천희 교수(안동과학대 치위생과)는 “학교구강보건실 인력구축이 어려운 만큼 양치시설의 활용도를 더 높이는 것 또한 방법”이라며 “학생 스스로 칫솔질을 통해 구강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실제로 서울 안평초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점심 식사 후 양치를 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45%의 학생이 점심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36%가 수돗가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학교 내에서 양치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안평초의 경우 복도형 양치시설 설치 후 접근성이 용이해 양치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었다는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오영란 보건교사(서울 안평초)는 “학교와 지역보건소의 협조를 통해 칫솔질의 중요성을 알리는 구강보건교육을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건강한 치아를 위해서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2년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2세 우식 경험 영구치 지수는 2000년 3.3개에서 2012년 1.8개까지 줄었지만 OECD 평균인 1.6개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편 몇몇 전문가들은 학교구강보건시설을 학부모 등의 관심과 호응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용구 교사(서울경희초)는 “학교구강보건시설이 15년 동안 7% 밖에 설치되지 않은 이유에는 학교나, 학생·학부모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명 기획처장(소비자시민모임)도 “특히 학교장이나 학부모가 학교구강보건시설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고 요구할 때 문제점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책임자인 박용덕 교수는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구조화가 필요하다”며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구강보건시설 홍보와 함께 여러 부처에서 구조적으로 협조하는 방안이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호 기자 jhhan@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