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중심으로 입법 청원이 진행되고 있는 ‘진료빙자성추행방지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인이 성추행 우려가 있는 신체부위를 진료할 때는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사전고지하거나 제3자 배석 등을 내용으로 한다. 특히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환자가 원할 경우 제3자가 진료실에 배석하도록 하는 ‘의료인 배석제도’에 대한 의견조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의료인이 진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다른 의료인 등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또한 요청받은 의료인은 응급의료 상황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의료인을 배석시켜야 한다.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추행 등을 예방하는 한편, 부당한 오해로 의료인이 고소·고발당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법 취지.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진료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신체적 접촉에 대한 해결방안을 윤리적 접근이 아닌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이 제도가 악용될 소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추행 사건에서는 제3자의 증언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환자 입장에서도 개인의 중대한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진료행위가 위축되면서 대체검사비 증가로 이어지고,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동및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적용 대상자가 되면서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신체접촉을 이유로 의사가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성범죄 이력이 있는 의료인은 10년간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법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인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의 윤리로 접근해야 할 문제에 강제적인 법 규정을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에도 진료를 빙자해 여중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중인 한의사 건과 관련해 탄원서명을 받고 있다. 더불어 보건의료단체 및 복지부와 협의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진료빙자 성추행 예방 환자 행동요령’을 만들어 대국민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