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권태호·이하 서울지부)가 대한치과의사협회에 ‘환자 프라이버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진료과정 중 발생하는 환자 추행을 예방하고, 부당한 오해로 고소·고발당하는 등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최근 5년간 의료기관 이용 경험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진료과정 중 성적 불쾌감 경험여부를 조사한 결과, △내과(50.8%) △산부인과(45.8%) △정형외과(24.6%) △한의원(21.2%) △치과(20.3%) 순으로 나타나는 등 치과 역시 환자의 부당한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환자에 대한 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인이 진료행위를 하기 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다른 의료인 등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런 요청을 받은 의료인은 응급상황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인 배석제도가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반대의 입장이다. 진료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신체적 접촉을 고려해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과 같은 법적인 규제 보다는 자율규정과 같은 윤리적인 측면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으로 규정할 경우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까지 잠재적 성범죄자로 치부하는 등 의료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나친 방어진료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바로 ‘샤프롱’ 제도다. 샤프롱은 영국 General Medical Council에서 주도한 제도로 환자와 성별이 다른 의사가 유방검진이나 산부인과 및 직장 검사를 할 때 동성의 간호사나 가족, 보호자 등을 동석하게 해 환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나 병원 등에서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의사윤리지침과 진찰실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발간한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안내서’에서도 진료실이나 검사실에서 △여성 △미성년자 △지적장애 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 등이 동석하는 샤프롱 제도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지부 조영탁 법제이사는 “환자의 괜한 오해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환자 프라이버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하게 됐다”며 “의료인 스스로 이런 제도를 만들지 않을 경우 정부 등 타인에 의해 더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