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는 ‘인지 부조화의 원리(Cognitive dissonance)’를 이야기하였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 생각, 태도와 행동 간의 부조화가 유발하는 심리적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한 태도나 행동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탄생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페스팅거가 1950년대 초에 신문을 읽다가 심리학자로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기사를 보았다. 당시 미국 어느 마을에서 한 사이비 교주가 자신이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는데 조만간 큰 홍수가 닥칠 것이며 오로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만 비행접시로 구출될 것이라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흔하고 흔한 종말론이다. 이를 믿은 사람들은 전 재산을 이 교주에게 맡기고 철야기도에 들어갔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친지, 친구 등 연락이 닿는 사람들에게 모두 자신들과 동참할 것을 설득하였다. 많은 사람이 교주와 함께 운명의 날을 기다렸는데 약속했던 운명의 날은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로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교주는 신도들을 다시 모이게 한 후 “당신들의 믿음에 힘입어 세계는 멸망의 문턱에서 구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는데, 놀랍게도 이 말을 들은 신도들은 기뻐하며 축제를 벌였고, 이후로도 교주를 신실하게 믿었다는 기사였다. 페스팅거는 누가 봐도 교주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두 명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로 생각할 수 있었을까, 또 어떻게 문명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지원자를 모으고 몇 시간 동안 매우 지루한 일을 시키고 두 부류로 나누었다. 한 부류에는 수고비로 단돈 1달러를 주고, 다른 부류에는 20달러를 주었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한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실험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은지를 평가해달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20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불만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는 반대로 1달러를 받은 그룹이 더 실험이 재미있었고 과학적 의미가 클 것이라 대답하였다. 이에 페스팅거는 의미 없는 매우 지루한 일을 하고 게다가 수고비까지 턱없이 적은 돈을 받은 자원자들의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첫째는 한심한 실험에 참가하여 보상도 제대로 못 받은 자신이 멍청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실험은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중요한 의미가 틀림없이 있고 나는 거기에 보상을 바라지 않고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멍청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지 않으려고 두 번째와 같이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적당한 수고비를 받은 그룹은 이런 심리적 갈등을 주는 모순이 없어서 자유롭게 사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이나 개념에 반대되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논리적인 결론보다는 비합리적이더라도 자신의 생각에 부합되는 선택을 한다. 이것이 ‘인지 부조화의 이론(Cognitive dissonance)’이다. 이 또한 프로이드가 이야기한 방어기전의 자기 합리화에 해당한다.
요즘 우리는 청문회에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후에도 사회 지도자들이 수많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특검에서 구속되기 직전까지도 거짓말을 했다. 거기에 의혹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자신의 무죄를 이야기한다. 이 모습은 수십 년 전 미국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언론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하다. 우리는 그들이 정치는 물론 문화예술까지 장악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 이들이 이 나라를 운영한 사실에 또 놀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17년인 지금 이런 전 근대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적어도 1950년대에 페스팅거가 사이비교주 사건으로 받은 충격보다 100배는 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