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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책 정리와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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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18)

이삿날을 잡고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여러 가지에 놀랐다. 크게는 옷에서 작게는 연필 한 자루까지 내가 지닌 물건이 너무 많음에 놀랐다. 버릴 것을 정리하는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놀랐다. 무엇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면서도 일단 보면 버리지 못하는 집착에 놀랐다. 특히 책을 정리하면서 한 번에 정리하지 못하는 모습에 놀랐다.


처음 정리에서는 기억 속에서 잊힌 것이 정리되었다. 한 무더기의 책이 빠졌지만 책장에 표도 안 났다. 두 번째로는 오랫동안 보지 않아서 빛바랜 책과 몇 년 이상 보지 않았던 책을 추렸다. 다음에는 공연에서 구입한 팸플릿이나 전시장에서 받은 카탈로그를 추렸다. 그 다음에는 1년 이상 보지 않은 책을 모두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 후엔 누군가에게 중고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는 필자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책을 제외한 모든 책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책마다 사연이 있으니 버리는데 주저했다. 어떤 책은 사진이 좋고 어떤 카탈로그는 유명화가의 작품회인 등 정리하지 못할 나름의 이유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물건이 늘어나는 이유이고 또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결국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정리를 마음먹었다. 하지만 책을 정리하는 동안 내내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보았다. 내 것으로 소유하려는 집착이며 지나온 추억에 대한 연민이었다. 하나하나 정리할 때마다 크고 작은 애환이 있었다. 무소유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불필요한 것을 지니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셨던 법정스님이 생각났다. 최소한의 소지품만을 지니며 무소유를 실천한 스님에 비해 필자는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 무소유가 일반인인 필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고흐 작품 전시회에서 사온 카탈로그 하나를 버리는데 10번 이상의 갈등을 하였으니 그보다 더한 책을 정리하는데 얼마나 고민을 하였겠는가. 결국에 1년 이상 안 본 것이며 글을 쓰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면 정리한다는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나서야 정리가 가능했다.

필자 내면에 지난 과거에 대한 집착과 연민이 심하다는 것을 책 정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특히 힘든 시절이나 어려웠던 시절에 추억이 담긴 책에는 미련이 많았다. 벌써 20년이 지난 유학 시절에 세포실험을 하며 작성하였던 데이터 노트를 버리지 못하였다. 지금은 아무 쓸모없는 노트인데도 필자의 과거에 대한 추억이 노트를 붙잡고 있다. 아직도 필자의 마음 속에 유학시절이 회한으로 남아 노트를 잡고 있는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과거를 안고 사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상황이 어려워지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 속의 한 시점에서 머무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퇴행처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책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담긴 추억과 과거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살면서 용서하지 못할 사람을 용서하는 것과 같은 어려움 일수도 있다. 책을 버리는 순간 과거의 추억이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용서하는 순간 용서한 이후에 자신이 더 초라해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유사하다.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늘어나는 작품으로 보관이 어려워져서 결국에 어느 순간부터 순서적으로 정리하여야 한다. 이 또한 작품이라는 과거와 추억에 대한 정리이다. 이제 책은 정리했는데 아직 옷이 남았다. 옷도 책과 비슷한 경향을 지닌다. 언젠가는 입을 것 같고 어느 땐가는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옷 정리가 책 정리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매일 옷을 입을 때마다 보면서 선택했기 때문에 아마도 끈끈하게 연결된 것이 책보다 강할 것 같다. 결코 쉽지 않은 정리가 예상된다.


책 정리 중에 다시 만난 노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위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으뜸이면서 지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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