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 구름많음동두천 9.0℃
  • 구름많음강릉 10.1℃
  • 구름조금서울 8.4℃
  • 맑음대전 10.1℃
  • 대구 11.0℃
  • 구름많음울산 14.2℃
  • 황사광주 10.1℃
  • 구름조금부산 14.3℃
  • 맑음고창 8.5℃
  • 흐림제주 12.6℃
  • 구름조금강화 8.0℃
  • 구름많음보은 10.4℃
  • 구름조금금산 9.1℃
  • 맑음강진군 11.2℃
  • 구름많음경주시 13.7℃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정해진 일과 정해지지 않은 일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79)

출근을 해보니 기공실 싱크대 밑 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하수관 연결 부위에 감아놓는 검정 테이프가 세월이 지나며 삭아서 발생한 일이다. 필자가 손수 검정 테이프를 새로 교체하고 물을 부어 확인한 후에 마무리 지었다. 개원한 지 20년이 되어가니 요즘은 늘 있는 일이다.

개원 초창기에는 인테리어 업자에게 전화하고 빨리 오지 않는다고 하루 종일 노심초사를 했었다. 사실 업자에게 연락이 되어도 업자가 다시 배관공에게 연락을 하여야 하고 그 기술자들이 내원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럴 때마다 성질이 급한 필자가 직접 고치다보니 이젠 웬만한 것은 직접 고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보통 검정테이프 수명이 10년 정도이니 검정테이프로 마감한 공사는 대부분 10년이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검정테이프가 사용되는 곳은 다양하다. 우선 전기시설이 많고 다음으로 배수시설 연결부위이다. 압력을 받지 않는 곳이라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적지만 컴프레셔나 석션 등과 같이 압력을 받는 기계의 연결부위나 물이 흐르는 배수관련 부위는 조금만 상해도 누수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요즘은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검정 테이프가 있는 부위를 먼저 점검한다. 검정테이프와 유사하게 고무 제품도 잘 삭는다. 10년 정도면 유니트체어 내부 고무 재질 라인들이 삭아 물이 새기 시작한다.

비단 이런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이나 컴퓨터는 더 심하다. 5년이 넘으면 느려지고 10년이 넘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돌지 않기 때문에 업그레이드하면 안 된다. 장비용 컴퓨터는 인터넷과 연결을 모두 차단하여 사용하고 있다. 한번 엉기면 새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세상일은 1년에 한번 생기는 일, 10년에 한번은 생기는 일, 20년에 한번은 생기는 일 등이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일이 무엇인지 언제 발생할지는 모르지만 모든 일이 그렇다. 모든 장비에 사용한도가 있기 때문에 때가 되면 벌어질 일들은 벌어진다.

사람의 일도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해진 일들이 벌어진 것이 많다. 인간의 육체는 치과 장비처럼 사용시한이 정해져있어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정해진 시한도 없고 늙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1년에 한 번이나 20년에 한 번은 발생할 일에서 마음은 해당되지 않는다. 세상일에서 유일한 변수가 사람의 마음에서 발생한 일들이다. 사람 마음에서 시작된 일들은 정해진 세상사가 아니다. 요즘 필자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마음의 연관성을 본다. 병원에 물이 새는 일은 마음과 관련이 없으므로 그냥 해결하기만 하면 되고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없다. 마음과 관련되지 않은 일은 노후에 따른 것으로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발생할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사 또한 마찬가지다. 노화에 따라 반드시 한 번은 발생할 일이다. 20대에는 친구 결혼식에 갔고, 30대에는 아이들 돌잔치를 갔고, 요즘은 친구 부모님들 장례식장과 자식들 결혼식장에 다닌다. 마음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진 일들일 뿐이다. 

50대 후반에 들어선 필자가 지나온 과거의 일을 돌아보며 정해졌던 일과 마음에 의해 결정되고 정해지지 않았던 일들을 구분해보았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늘 일희일비하였지만 생각해보면 정해진 일들이 벌어진 사건에 대해 그렇게 많은 마음을 썼던 것들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면서 몇 가지를 생각해본다. 결정된 일보다는 정해지지 않은 마음의 역할을 늘리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결정된 일들의 규모를 최대한 축소하여 삶의 규모를 줄이는 일이다. 마음의 크기를 줄이는 일이고 소유에 대한 축소이며 에너지 사용을 사물에서 마음으로 이동시키는 일이다. 관심의 방향을 외부에서 내부로 바꾸는 작업이 무소유의 시작이다.

무소유란 결정된 모든 것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넘어 마음조차도 놓아버린 단계를 말한다. 마음조차 소유하지 않을 때를 무소유라 한다. 도인이 아닌 필자에겐 어려운 일이기에 우선 정해진 일들을 축소하고 삶의 규모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본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비트코인의 슬픈 사회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이 뉴스를 들으며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착한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선징악과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 잘산다는 것이 공통의 교육적 목표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였다. 이런 가치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규칙이 만들어졌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 윤리와 도덕 그리고 성실한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근면성실한 자가 존경받기보다는 무능하거나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얻은 자들이 각광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큰돈을 벌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었다.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무리하게라도 영끌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20~30대가 혈안이 되었다. 무리한 코인투자로 모든 것을 잃은 청년들이 속출하기도 하였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뉴스는 비상식의 상식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갱신할수록 성실한 노력으로 번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비트코인의

재테크

더보기

신고가 경신하는 미국 증시와 첫 금리인하 전후 전망

기술주가 견인하는 미국 증시의 신고가 경신 최근 신고가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AI 관련 기술주의 힘이 컸다. 전통적인 빅테크 기업이었던 애플과 구글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는 사이 엔비디아(3위)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애플(2위)의 시가총액에 근접하게 됐다. 그런 엔비디아가 최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도 상승 추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종목별로 차별화된 장세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술주와 비기술주 간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가 크게 커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지수에 편입된 기술주가 S&P500 지수보다 역사적인 고평가 영역에 이르고 있다. 특정 섹터와 기업에 편중된 주가 상승은 전체 미국 증시의 건전한 상승 흐름이 지속될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지난해 11월 FOMC 이후로 이어진 산타랠리와 연초 미국 증시의 랠리는 큰 조정 없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느 시점부터 건전한 주가 조정 구간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기적 자산배분 - 인플레이션 금리사이클 연준의 기준금리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참고해 현시점에서 주기적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