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기공사가 마침내 노조를 결성했다. 명칭은 전국치과기공사노동조합이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에 속하게 된다. 치과기공사의 삶의 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치과기공사노조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며 분배와 노조 쪽으로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기울었다. 이것은 일상생활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최저임금이 급속히 인상됐고, 저녁이 있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근로시간이 단축됐다.
치과계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치과기공계도 변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이를 위해 노조가 출범한 것으로 보인다. 치과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치과기공계의 변화는 전체 치과계에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인가의 차이다.
치과기공사노조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기공료 덤핑과 과도한 기공료 할인이 치과기공계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치과기공사노동조합의 근무환경 개선 및 임금 인상 요구는 일차적으로야 사업주인 기공소장을 상대로 하겠지만, 결국은 치과의 기공 수가가 그 대상이다. 실제로 치과기공사노동조합은 치과의사에게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고, 기공물 제작 독촉으로 장시간 노동이 부지기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과기공계에서 기공료 덤핑과 과도한 기공료 할인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치과 개원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치과들이 임플란트, 보철 등 비급여 수가에 대해 덤핑까지 불사할 정도로 할인경쟁에 뛰어들어 대다수 개원의들이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출혈경쟁의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치과의사나 치과기공사들의 수요를 조절하지 못하고 과잉배출한 것이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책은 치과기공사나 치과의사의 수를 줄이거나 동료를 힘들게 하는 덤핑을 하지 않으면 된다.
어찌됐든 치과기공사는 ‘노조’라는 강력한 협상 테이블을 갖췄고, 때문에 세력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치과개원의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다. 비보험 진료수가를 동료와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 역시도 ‘가격담합’으로 현행법에 저촉된다. 진료수가(비급여)에 대한 결정권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치과의사들은 지금까지 국민 구강보건 증진이라는 대의에 많은 부분 양보하고 인내했다. 그러나 이제는 치과의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적정수가를 받아야 할 때다.
치과기공사 근로환경 개선 즉, 그들의 말처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공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치과의사 역시도 야간진료나 휴일근무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적정 진료수가를 요구하거나, 고수해야 한다.
치과계에는 단어 자체도 생소한 ‘노동조합’이 치과기공사 직군에 결성됐다. 치과기공계가 앞으로도 계속 근무환경 개선을 목놓아 외치고, 그와 비례해 치과기공사노동조합의 세력이 확대돼 대표성을 갖게 된다면 언젠가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그것은 치과기공계를 넘어서 치과계, 그리고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치과기공계와 치과의사가 상생의 마음으로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 대립보다는 서로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