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의 합격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지난 4일 2차 시험에 대한 응시생들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이하 치협)는 지난 13일 오전 10시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차 시험에는 총 2,782명이 응시해 최종적으로 2,163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77.74%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치러진 총 13번의 연도별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 중 가장 낮은 합격률을 나타냈다.
역대 합격률과 비교해 보면, 이번 합격률이 얼마나 낮은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첫 시험인 2008년의 경우 220명이 2차 시험에 응시해 합격률 100%를 기록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응시생 275명과 272명 전원이 합격해 역시 100%의 합격률을 보였다.
그 외 다른 회차의 합격률을 보더라도 △2009년 98.47% △2012년 94.75% △2013년 98.56% △2014년 97.83% △2015년 98.61% △2016년 90.68% 등으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회차에서 90%대의 높은 합격률을 유지했다.특히 기수련자와 전속지도전문의를 대상으로 치러진 첫 번째 경과조치 시험에서도 2,574명이 2차 시험에 응시해 2,526명이 합격, 최종적으로 98.13%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열린 두 번째 경과조치 자격시험에서도 98.28%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기수련자 대상 시험보다 20% 이상 합격률 낮아
역대 합격률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합격률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단일과목의 합격률로만 따지면, 이번의 77.74% 보다 낮은 합격률을 기록한 전문과목도 있긴 했었다. 그럼에도 유독 이번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에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는 경과조치이기 때문이다.
2015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와 관련한 두 개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다. 바로 외국수련자의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제한과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는 해당과목만 진료해야 한다는 의료법 77조3항에 대한 위헌결정이었다. 당시의 전문의제도를 지탱해왔던 두 개의 버팀목이 허물어지자, 전문의제도는 봉인이 해제된 듯 전면개방 쪽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면개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치과계 내부의 산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수련자, 전속지도전문의, 미수련자. 외국수련자에게 응시기회를 줘야 하는 만큼, 국내에서 수련을 받은 기수련자에게도 응시기회를 줘야 했고, 전문의제도가 없던 시절부터 교수로 재직해온 전속지도전문의와 8%의 소수정예가 지켜질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전문의가 되기를 포기한 미수련자, 이들 모두를 반드시 구제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지금의 경과조치다.
출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지난 2018년 기수련자들이 대거 응시한 첫 번째 경과조치 시험이 예년과 비슷한 98.13%의 합격률을 나타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올해 1월 시행된 두 번째 경과조치 시험도 98.28%의 합격률을 보이며 무난히 마무리됐다.
그러던 경과조치가 통합치의학과 자격시험에서 역대 최저 합격률을 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유독 통합치의학과에만 인색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저조한 합격률을 두고 ‘타 전문과목 눈치 보느라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 ‘출제자의 경험부족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 등 그 배경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가 하면, ‘내년 합격률은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골치 꽤나 아프겠다’ 등 앞으로의 시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가운데 치협과 대한통합치과학회, 양측 모두에 확인해본 결과 이번 시험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아직 감지되고 있지 않으며,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는 형국을 취하고 있어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시험 탈락자, 내년 1차 시험은 면제
한편, 이번 2차 시험에 탈락한 619명의 응시자에게는 내년 자격시험의 1차가 면제된다. 하지만 내년의 2차 시험에도 불합격할 경우 내 후년, 즉 2021년 1차 시험부터 다시 응시해야 한다. 2차 시험의 응시료는 30만원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