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무소유와 풀소유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93)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요즘 세간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집필하신 스님이 좋은 집에서 사는 모습으로 방송에 나가고부터 ‘무소유’를 쓰신 법정스님과 비교되어 ‘풀소유’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선승이셨던 숭산스님의 외국인 제자인 스님이 비난을 하다가 전화통화 후에 다시 칭찬을 하며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불교적 개념에서 보면 두 사건은 하나도 논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일이다. 우선 ‘풀소유’의 반대가 ‘무소유’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은 ‘무소유(無所有)’를 한자로 해석하여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의미가 있다. 불교에서 무소유란 수행 단계 중 하나이다. 수행 단계가 9가지가 있으며, 그중 8번째 단계를 ‘무소유처’라고 부르며 ‘무한의식을 뛰어넘어 아무것도 없는 경지’라고 한다. 법정스님이 책 제목을 여기서 따오며,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행으로 소유하지 않는 기본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인 듯하다. 

 

불교의 기본개념은 ‘중도’로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악이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중도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선은 당연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선하면 악을 이해하고 비로소 ‘중도’에 들어갈 수 있다. 선도 방편일 뿐 목표가 아니다. 즉 무소유는 방편일 뿐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풀소유를 하든 무소유를 하든 불교 개념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유하고 있다면 영원히 소유라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유라는 욕망을 벗어나고 무소유라는 생각에서조차 자유로워져야 한다.

 

청정한 연꽃은 진흙탕에서 핀다. 진흙이 없으면 연꽃도 없다. 모든 불상이 항상 연꽃좌 위에 앉아 있는 것도 욕망의 진흙탕을 넘어 연꽃을 피워 부처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아직 진흙탕 속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고 불쌍한 이들이라 ‘중생’이라 부른다. 풀소유를 하든 무소유를 하든 비난의 대상이 아니며, 단지 아직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중생’일 뿐이다. 

 

불교를 자비(慈悲)라 말한다. 자(慈)란 상대방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고, 비(悲)는 상대가 불행과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마음을 한 사람에서 많은 사람으로 넓혀가는 것이 수행이다. 다음으로 희사(喜捨)가 있다. 희(喜)란 남의 기쁨을 같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마음이고, 사(捨)는 대통령이든 거지든 악인이든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다. 풀소유든 무소유든, 풀소유라 그를 비난하든, 비난하는 그를 책망하는 것이든지 이 모든 것이 불교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아함경에서 어떤 사람이 부처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왜 수행은 강조하면서 신에게 기도하는 것을 반대합니까?” 이에 부처는 “지금부터 하루 동안 당신의 신에게 기도하여 나를 강 건너에 보내주시면 믿겠습니다. 그보다 나의 발로 걸어가면 간단하고 확실하게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신에 대한 기도보다 현실적 수행을 강조한 석가모니에게 선이란 악의 반대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덕목일 뿐이다. 

 

불교 개념에는 비난이란 불가능하다. 비난 자체가 분별하는 상대세계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악을 넘어선, 집착을 넘어선, 옳고 그름이란 분별을 넘어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불교 개념에 의하면 ‘너는 나쁘다’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너는 나쁘다’가 아니라 ‘너는 아직도 욕망의 세계에 사는 어리석고 불쌍한 중생이구나’이다. 혹세무민한 진흙탕 세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부지런히 수행하여 연꽃을 피우는 것이다. 수행을 통해 욕망은 끊는 것이 아니고 끊을 욕망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소유하지 말라가 아니고 소유란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는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도교가 섞이었고 토착사상이 추가되며 여러 개념이 혼재되었다. 무소유도 마찬가지다. 수행의 높은 단계가 그저 단순한 소유하지 않는 개념 정도로 인식되어졌다.

 

승복을 입고 세속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아마도 그들에게 좀 더 높은 경지의 청빈한 삶을 기대했던 실망이 아니었나 싶다. 타인보다 내 마음의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