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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호 특집] 고령사회, 치과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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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넘어 초고령화 시대, 치과계 준비 더 이상 늦춰서 안돼
전신 ‘노쇠’ 좌우하는 ‘구강노쇠’ 진료항목 개발 시급
치과계 중지 모아 노인구강관리 정책 제안 적극 나서야

[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치과계는 고령사회를 어떻게 준비해왔고, 업그레이드하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치과계 일반보다 소수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치과의사들. 그 대표적인 단체를 꼽자면 단연, 대한노년치의학회(이하 노년치의학회)다. 18년 전인 2004년 노년치의학회가 창립된 시기만 하더라도 치과에서 노인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틀니 치료를 해준다’는 의미와 같았다. 노인환자의 저작을 당장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대응 치료가 매우 중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현시점, 즉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사회적 요구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한 100세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치과의 역할도 강조된다. 그렇다면 치과계는 이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는가? 치과계 스스로 설계도를 잘 그리고 있는지 살펴야 할 시기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그 설계도를 어떻게 그려야할 지가 궁금해진다. 

 

 

고령사회 준비하는 치과계 움직임 활발
‘고령사회 치과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하고, 올바른 임상의 지향점, 그리고 정책 방향을 제시해온 전문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3월 12일 열린 ‘고령사회 치과의료포럼(이하 포럼)’ 준비위원회 1차 심포지엄은 큰 의미가 됐다. 

 

포럼 준비위원장인 노년치의학회 고홍섭 회장은 “고령사회와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치과계도 예외 일수 없다”며 “그간 치과계도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포럼은 이 같은 노력의 성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고 실제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노년치의학회를 비롯해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대한치과보험학회 △대한여성치과의사회 등 총 5개 학회 및 단체로 구성돼 있고, 대한치의학회 측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공식적인 포럼 발족에 앞서 진행된 1차 심포지엄은 치과계 현황을 살피고, 향후 고령사회 치과의 역할을 임상, 보험정책 등으로 세분화해 그 방향성을 제시해 매우 고무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령사회 치과의 역할에 대해 치과계 각계의 고민이 매우 크고, 그 고민을 한데 모아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치과계 현황과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고령사회 관련 정책에 대해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치과계는 다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접근으로, 그 카운터파트너가 전문학회에 일임되고 방치된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포럼에서는 치과계 내부의 통합적 대안을 마련하고, 보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의견을 모으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리더십이 필요하고, 고령사회 문제를 다루는 치과계의 융합 포럼 활성화, 이를 통해 마련된 대안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실무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노쇠’에 큰 영향을 주는 ‘구강노쇠’
급격한 고령사회로 진입을 하면서, 보건의료정책 또한 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요양급여제도 도입, 사회복지와 보건의료의 통합적인 서비스 정책 개발은 치과계에도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지만, 치과계로서는 지난 2016년 계약의사(舊촉탁의)제도에 ‘치과의사’가 포함되는 성과(?) 외에는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치과계 내부적인 관심도나 인지도조차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구강건강이 전신질환 특히, ‘노쇠’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고, 더욱이 노인 진료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대비 2021년 전체 연령 진료비가 35% 증가한 것에 비해 노인 진료비는 46% 증가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의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40%에서 2021년 43.4%로 늘었다. 노인 진료비가 5년 새 13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노인환자의 다빈도 상병 순위를 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1위로 꼽혔다. 연간 진료 인원은 5년 새 40%가 증가, 346만명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만 보더라도 노인 구강건강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구강건강, 치과치료 서비스 공급자인 치과계의 노력은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구강노쇠’ 개념이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구강노쇠’ NECA 합의문 도출의 의미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이하 NECA)은 ‘국내형 구강노쇠 진단 기준 및 치료’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NECA는 합의문 발표에 앞서 지난해 8월 말 원탁회의 ‘NECA 공명’을 개최, 구강노쇠 진단과 치료법에 대한 전문가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NECA 측은 “구강건강은 노년기 영양상태를 좌우하기 때문에 건강한 노화와 노쇠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국내에는 ‘구강노쇠’에 대한 진단 기준과 진료지침이 부재해 적극적인 구강건강 관리와 치료를 권장하기 위해 원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문을 도출하기 위한 원탁회의는 NECA 측과 대한치의학회(회장 김철환·이하 치의학회)의 협력업무로 수행됐고, 합의문은 NECA, 치의학회, 그리고 대한노년치의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

 

합의문에는 우선 구강노쇠에 대한 정의와 진단 기준, 치료 및 예방법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구강노쇠란 ‘노화에 따른 구강악안면 기능의 저하로 인한 생리적 기능의 감소’로 정의하고 있다. 구강노쇠가 고령사회에서 중요 진료항목으로서 개발돼야하는 이유는 전신노쇠 발생은 물론, 악화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해 각종 질병에 대한 이환율 및 장기요양률·사망률 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Tanaka T 등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에서 구강노쇠가 있는 경우, 신체 노쇠와 근감소증, 장애 및 사망의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건강한 노화와 노쇠 예방을 위해 구강노쇠의 진단법과 중재(진료) 지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합의문에는 구강노쇠 진단방법과 평가 대상도 명시했다.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저작 기능 △교합력 △혀의 근력 △타액선 기능(구강건조) △삼킴 기능 △구강 청결 유지 상태 등 총 6개 항목 중 2개 이상의 항목에서 기능 저하가 관찰되는 경우 ‘구강노쇠’로 진단할 수 있다. 이에 합의문에서는 ‘구강노쇠의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의료진 권고’를 명시하고 있다.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일본의 사례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구강기능저하(Oral Hypofunction)’ 진료항목이 적용된 지 오래다. 일본노년치과의학회(JSG)는 주요 증상 7가지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노인환자의 경우 구강기능저하로 진단하고 있다.

 

그 주요 증상을 보면, △구강 위생 불량(poor oral hygiene) △구강 건조증(oral dryness) △교합력의 감소(reduced occlusal force) △혀와 입술의 운동기능 저하(decreased tongue-lip motor function) △혀 압력 감소(decreased tongue pressure) △저작기능 저하(decreased masticatory function) △연하기능 저하(deterioration of swallowing function) 등 7가지다.

 

한국형 구강노쇠 진단 기준 그리고 진단에 따른 치료 및 예방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첫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미에서 이번 합의문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물론, 정식 진료항목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향후 관련 연구는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NECA 측은 “구강노쇠로 진단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신체 노쇠, 근육감소증, 장애 및 사망위험 증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고, 구강보건 기본계획에 포함된 보건소 순회 구강관리 사업과 연계, 구강노쇠와 구강건강 관리에 대한 국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강노쇠 관련 합의문과 관련해 치의학회 김철환 회장은 “국가에서 활용하는 노인 구강건강에 대한 지표가 부족해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고, 국내형 진단 방법 또한 국내 자료를 기반으로 근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노인 스스로 자립해서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구강 분야에도 초고령사회에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구강건강’정책, 치과계 적극적 방향 제시 필요
‘구강노쇠’라는 진료항목 개발에 대한 중요성과 그 필요성은 NECA 전문의 합의문 도출로 그 당위성을 인정 받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 더욱 근본적으로는 정책입안을 위한 치과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령사회 치과정책이라고 하면, 노인틀니와 노인임플란트 등 보장성 강화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포럼에서 ‘노인 치과보험보장성 확대의 성과와 전망’을 다룬 해 한동헌 교수(서울치대 예방치과학교실)는 “소득분위별 노인 틀니 수진율을 보면 의료급여 대상자의 수진율이 확연히 높고, 보험 임플란트의 경우 고소득층의 수진율이 높았다”며 “저소득층의 미충족 치과의료 경험지수가 높다는 점과 2개의 급여 임플란트로는 저작기능 회복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노인치과 보장성 강화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지 세심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의료적 중대성과 치료 효과성, 그리고 사회적 연대성과 국민적 수용성 등을 모두 고려해 보장성 확대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필수 치료 및 보철의 보장성을 점차 확대하되, 필수 예방관리 치과서비스의 급여 신규 제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인치과 관련 건강보험 보장성확대와 더불어 노인치과치료와 복지정책의 연계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진보형 교수(서울치대 예방치과학교실)는 노인구강건강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IOP(Independent Older People)와 DOP(Dependent Older People) 두 그룹으로 타깃을 설정해 접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IOP는 연령에 비해 자기 건강관리가 가능한 그룹으로, 이들에 대해서는 구강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여가, 복지 시설을 활용해 구강건강강화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스스로 건강관리가 어려운 그룹인 DOP는 요양보호사나 돌봄인력 같은 비보건인력 등 지역사회 내부 자원에 의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고, 이 단계를 넘어서는 경우 치과의사 등 관련 전문가의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기본 개념을 가지고 앱기반 시니어 구강관리 체계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진 교수는 “노인환자 관리를 위해 요양보호사 등과 같은 돌봄 인력에 대한 전문가의 교육 및 역량 강화 훈련은 필수”라며 “시니어 구강건강관리 모델링 및 치과의사 촉탁의(계약의사)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강노쇠’ NECA 합의문 도출로, 고령사회 치과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관련 진료항목의 필요성에 대한 보건의료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건강보험이나 의료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구강노쇠’ 진료항목 개발 관련 연구과제는 이미 수행되고 있고, 그 결과물은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이미 제도화돼 있는 촉탁의로 알려진 치과계약의사제도를 넘어 커뮤니티케어 즉, 돌봄 서비스에서 치과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년치의학회 커뮤니티케어위원회 이성근 위원장은 “치과계약의사제에 대한 관심도가 실제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인데, 여기에 돌봄 영역에서 치과의 역할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급격한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사회는 치과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는 그 요구에 피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terview  대한노년치의학회  고홍섭 회장


“고령사회 치과 역할, 미리 정립해야”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치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우리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요구가 폭발한다면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노년치의학회 고홍섭 회장은 고령사회에서 치과의 중요성, 그리고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치과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고홍섭 회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아 진행한 ‘고령사회치과의료포럼(이하 포럼)’ 1차 심포지엄의 의미는 매우 크다. 1차 심포지엄을 통해 고령사회 치과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치과계 각계의 중지를 모아 올해는 포럼의 공식적인 발족과 함께 보다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홍섭 회장은 “처음 포럼을 기획할 때는 이런 활동이 과연 어느 정도 반향을 가져올지, 5개 단체의 중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막상 5개 단체가 모여 머리를 맞대면서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해 갈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심포지엄은 그런 중지가 모여 향후 포럼이 지향할 방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포럼을 통해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치과의 임상적, 정책적 방향에 대한 집단지성이 발휘되면서 많은 아이디어가 모였고, 그 중에서 가시적으로 큰 효과를 얻은 것이 바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NECA 원탁회의에서 도출된 ‘구강노쇠’ 합의문이라는 것이다.

 

고 회장은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치과계의 노력과 실천은 단순히 치과계 내부의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에 따른 보건의료계 전체 변화에도 많은 영항을 주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년치의학회가 출발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구강노쇠’ 개념을 도입하고 실제 치과 진료항목으로서 적용된다면 매우 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년치의학에 대한 치과계 일반의, 저변의 인식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구강노쇠’ 진료항목 개발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고홍섭 회장은 “노년치의학회 차원에서 교과서도 발간한 바 있지만, 기존 치과치료에서 노인환자에 대한 대응법을 논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노년치의학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치의학 전반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전신 건강, ‘노쇠’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구강노쇠’ 개념이 임상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립된다면, 노년치의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고, 90% 개원가로 이뤄진 치과계 내부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치과 현실 또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이 같은 치과계 내외부의 변화를 전망하면서도, 이 변화를 치과계가 능동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고홍섭 회장은 “치과계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고령화로 인한 사회변화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에게 숙제가 던져질지도 모를 일”이라며 “우리가 스스로 변화를 이끌 준비가 돼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고, 그 준비는 바로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노년치의학회가 주도하고 있는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교육과정은 이런 현실 문제를 대비하는 매우 중요한 창구라고 할 수 있다. 고 회장은 “노년치의학회는 시니어 전문가 과정뿐만 아니라 일선 치과의사들이 쉽게 노년치의학에 접근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많은 관심을 바랐다.


 

Interview  대한노년치의학회  커뮤니티케어위원회  이성근 위원장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 시스템 구축해야”

 

대한노년치의학회 직전회장이자 현재 노년치의학회 커뮤니티케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근 위원장은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계약의사제도를 개정 치과의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특히 이성근 위원장은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치과계 대표로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추세라면, 2045년 세계에서 고령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당장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20% 이상을 차지해 노인인구 1,000만 시대가 도래한다. 2045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일본(36.7%)보다 높은 37.0%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관련 노인정책 특히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치과계 또한 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치과 촉탁의로 잘 알려진 치과계약의사제다.

 

이 제도가 시행되고 2,000여명의 치과의사가 관련 교육을 수행했지만, 눈에 띄는 활동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의과 중심의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노인 구강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 더욱이 치과계 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성근 위원장은 “거동이 불편해 누워서 연명하고 있는 돌봄 노인이 노인인구의 30%에 달하고 있는데, 구강쇠약과 전신쇠약은 긴밀히 연계돼 있기 때문에 구강관리가 소홀해지면 그만큼 생명위협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스스로 구강케어가 어려워 방치돼 구강위생이 불량한 상태가 된다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확률이 4.2배가 높다. 또한 치과진료를 받지 못해 구강질환 악화되면 당뇨병은 6.0배, 뇌졸중 2.8배, 심내막염 2.7배 등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 위원장은 “구강기능 저하는 곧 섭식 및 삼킴 장애로 이어지고 면역기능약화와 생명까지 위협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돌봄 노인에 대한 구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봄노인들에 대한 구강관리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요양시설 치과촉탁의제도 시행으로 2,000여명의 치과의사가 교육을 받았음에도 법적·제도적인 시스템 미비로 인해 아예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의 재택노인 구강돌봄도 구색 맞추기일 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요양병원 입원 노인의 구강건강관리도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돌봄 노인의 ‘구강돌봄진료’ 시스템 구축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재가 돌봄노인뿐만 아니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노인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 요양시설 측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치과계약의사가 구강케어를 담당하도록 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구강돌봄은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원장은 “재택의료팀과 연계된 별도의 구강돌봄진료팀을 구성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현재 치과계약의사(촉탁의) 교육을 받은 치과의사 2,000여명이 양성돼 있기 때문에 이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빠른 시일 내 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구강노쇠’ 진료항목 개발 움직임은 매우 큰 의미를 준다는 것.

 

그는 "'구강노쇠’진료항목을 도입하고, 이를 건강보험에 적용한다면, 돌봄 노인의 구강진료비 부담 문제와 치과계약의 진료비 청구 문제를 한번에 해소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돌봄노인의 구강관리는 물론, 궁극적인 전신쇠약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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