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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칼럼 7] 경청(傾聽)대왕 세종의 ‘다사리’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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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자유로운 토론 許(허)하라’ 경청의 달인 세종” DBR, 2014. 05

송강(松江) 송형석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SNUMBA)에서 수학하고,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의료기관전문회계법인인 송강회계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주)와이즈케어(www.wisecare.co.kr)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병원컨설팅과 의료비분납시스템인 와이즈플랜(www.wiseplan.co.kr)을 보급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hssong@wisecare.co.kr)

 

토론은 효율적인 집단 의사결정 장치(유토피아)

회사나 병원이나 규모가 커지고 조직원이 많아지면 뜻을 모으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험들은 독자 누구나 체험하고 있을 것이다. 집단의 뜻을 모으는 방법으로 토론만 한 것이 있을까? 아시다시피 토론은 상대가 있고, 상대의 동의를 얻고 반박을 받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때 진리는 없으며 절대적인 진리라도 회의의 대상이다. 이런 점이 토론의 묘미다.

 

토론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다. 지위나 나이와 관계없이 상대가 도덕적 인격을 갖췄다고 여기고 토론한다. 그래서 토론 과정에서 흥분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면 감점을 받거나 제지를 당한다. 토론의 정신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토론이 유익해도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사용할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다. 또 국내 조직문화는 토론에 익숙하지 않다.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개인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보다 집단의 의사결정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양한 정보를 얻고 다각도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더 긴요한 게 토론이다.

 

<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인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3일 토론’이라는 제도를 활용한다고 했다.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3일 동안 토론하고 이후 결정한다는 뜻이다. 3일이라는 시간의 여과장치를 통해 정책의 불량률을 낮추고 구성원이 합의하도록 만들어 수용도와 응집력을 높인다는 게 유토피아인의 아이디어다.

세종의 경청사례

조선의 4대 왕인 세종은 ‘토론을 즐긴[樂於討論] 군주’로 알려졌다. 얼마나 토론을 자주 했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세종은 임금과 신하들이 책을 읽고 국정운영을 토론하는 경연(經筵)에 1,900여 회나 참석했다. 월평균 6회인 셈이다.

 

‘세종실록’은 경영인들이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필독서다. 세종의 어전회의는 조선의 역대 임금들과는 많이 다르다. 거리낌없는 말이 오가며 직설적이고 자유롭다. 세종 1년 1월 11일, 이날은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왕과 대신들이 편전에서 정사를 논의한 뒤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가졌다.

 

술잔이 여러 순배 돌자 중국 황제를 알현하고 돌아온 노(老)대신인 참찬 김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젊은 임금을 향해 넌지시 자기 뜻을 전하는 형식이었지만 은근히 마음을 떠보는 수작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젊은 임금에게 한 수를 가르치려는 마음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하께서 국정을 운영하려면 중국 황제의 법도를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뜬금없는 김점의 말을 들은 세종은 말뜻을 헤아리고 있었다.

 

세종 시대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예조판서 허조가 “중국의 법은 본받을 것도 있지만 본받지 못할 것도 있다”며 점잖게, 그러나 뼈있는 말로 반박했다. 김점은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황제의 판결을 예로 들면서 “황제가 직접 죄수를 끌어내 자세하게 심문하는 것을 봤다”며 전하께서도 본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허조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해당 업무를 맡아보는 관청을 두는 이유는 각각의 직무를 분담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임금이 직접 죄수를 결제하고 크고 작은 국가 일을 가리지 않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허조와 김점은 어전이라는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토론의 수위를 높였다. 김점은 온갖 정사를 임금이 친히 통찰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역할을 신하에게 맡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허조는 “전하께서 대신을 선택해 육조의 장을 삼은 이상 책임을 지워 성취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지 몸소 자잘한 일에 관여해 신하가 해야 할 일까지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라며 반박한다. 김점은 서슬이 퍼런 중국 황제의 위엄을 역설하고 허조는 신하를 쓰는 바른 원칙과 임금의 넓은 도량을 강조한다.

 

혹 이런 세종실록의 내용을 보며 느껴지는 게 있는가? 주목할 점은 임금 앞에서 두 사람이 벌인 토론방식이다. 이들의 논쟁 주제는 왕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다. 임금은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논하는 자리가 불편하고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젊은 임금이라 깔보는 것은 아닌지 몹시 괘씸했을 것이나, 세종은 토론에 개입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했다. 그리고 토론의 승자로 허조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사관은 “김점은 발언할 적마다 지루하고 번거로우며, 노기를 얼굴에 비쳤는데, 허조는 서서히 반박하되, 낯빛이 화평하고 말이 간략했다. 임금은 허조를 옳게 여기고 김점을 그르게 여겼다”고 적었다.
 
세종의 ‘다사리정신(안재홍)’

세종은 불편한 토론 주제임에도 묵묵히 들었다. 두 신하가 “왕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서로 치고받는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적잖이 불편했을 텐데도 말을 일절 섞지 않고 끝까지 경청했다.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았을 만도 하지만 참았다.

 

자신의 주장이 강한 사람일수록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은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조직에서 토론이 잘 이뤄지려면 CEO가 말을 독점하지 말아야 한다. 말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가려야 한다. CEO가 말이 많으면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어렵고 몇 번이나마 의견을 냈다가 무참하게 깨진 경험을 하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세종은 신하들이 어떤 의견이든 모두 말하게 했다. 김점은 중국 황제처럼 하는 것이 대세라고 주장했다. 허조는 무조건 중국처럼 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우리의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조의 주장은 신하의 신분으로 말하기에는 강도가 조금 센 편이다. 그는 임금이 몸소 자잘한 일에 관여해서 신하가 해야 할 일까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거나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고 대신을 욕보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임금에게 대놓고 하는 말은 아니라도 세종은 어색하고 겸연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자신의 견해를 모두 말할 때까지 기다려준 세종의 ‘다사리 정신(다 사뢰게 하고 그래서 다 살게 한다는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의 정신)’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아랫사람들이 할 말을 다하고 묵묵히 끝까지 들어주는 세종과 같은 리더가 되도록 노력해 볼 것을 21세기 새로운 리더의 자질로 제시해 본다.

 

필자는 간부회의, 전체회의와 별도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직원과의 개별적인 시간을 비워놓고 OJT 또는 개별 식사 명목으로 직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우연히 시작한 직원과의 시간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또, 중요한 사항이 해결되기도 한다. 오히려 전체 회의보다 회사의 가는 길, 가야 할 길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고 간다. 개별적인 고충도 훨씬 더 잘 소통되는 거 같아 조금씩 시간을 늘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여러분도 오늘 당장 미뤄왔던 직원과의 개별적인 데이트를 시작해 볼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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