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발치 후 사망은 뉴스거리인가, 사전고지감인가?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아는 후배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60대 환자 단순발치를 한 개 했는데 며칠 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를 거쳐 감염내과에 입원했다고 한다. 원래 신장과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었는데 바이탈마저 우려됐다가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환자 가족들이 몰려와 항생제 처방을 안 해줘 이 지경이 됐다고 여러 차례 난리를 쳤단다. 후배는 멘붕(정신이 무너진) 상태였다. 나는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배상은 보험사에 맡기면 되니 행패엔 담담히 대처하라고 일러뒀다. 발치는 치과의사라면 매일 밥 먹듯 하는 안전한 수술이다. 중국오지의 발치사(치의 없는 지역에서 발치만 전문으로 하는 기능사)가 완전 멸균이 안 된 기구로 시술하고, 남미에선 토픽뉴스에 나올 정도로 진료봉사 때 동산만큼 발치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치의에겐 진료의 중심이고 그 자체로 생명의 근원이던 치아가 수(壽)를 다해서 악의 근원이 되면, 발치할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사자의 마음, 여우의 말, 원숭이 손으로 소임을 마치면 조폭두목 잡은 검사의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 안전한 발치가 간혹 사람을 잡는다. 최악은 사망이다. 발치 후 급격한 전신악화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드라마틱한 추락에 치의는 아연실색한다. 환자가족은 폭도로 표변한다. 치의, 환자 모두 경황이 없어서 연구대상화가 어렵고 조기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묻혀진다. Dr. Archer는 이미 구강악안면외과 교과서에서 발치 후 뇌내감염으로 사망한 27명의 예를 언급했다. 19명의 예에선 단지 한 개를 발치했다. 꼭 동시 다수발치가 치명적 감염의 원인이 아니란 말이다. 보통 상악치 발치 후는 뇌내감염이, 하악치는 패혈증이 가능하다고 보고됐다. Archer의 교과서를 보면 각 치아의 발치자세 및 기구위치 장면 하나하나가 정식 수술실에서 수술복을 착용한 치의와 간호사, 수술포로 스크랩한 환자로 진지하게 촬영돼 있다. 아마도 Archer가 후학들이 발치 후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게 저균수술법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모범을 보인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백남기 농민 사망은 외인사, 내인사 논쟁을 가져왔다. 시위중 머리에 물대포를 맞고 뇌지주경막하 출혈로 사망했는데, 사인이 신장부전이라고 경찰 측(서울의대 교수 측)은 주장했다. 의학적 사인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 상식적으로 주요 생장기인 두개부의 치명적 손상이 우선이므로 외인사가 아닌가. 비슷한 맥락으로 만약 발치 후 사망했다면, 외인사이긴 하나 치의는 억울한 면이 있다. 치아는 주요 생장기가 아니어서 오히려 환자의 낮은 면역력이나 기저질환이 더 문제가 된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보면 여하튼 발치가 사망을 촉발한 인자이므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 년 전 선배에게 들은 바로는 중년의 환자가 전치 발치 위해 마취한 순간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이송했는데 다음날 사망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선천성 뇌동맥류파열이었다. 배상책임보험도 없을 때라 선배가 이후 겪은 마음고생은 고행 그 자체였다. 집으로 몰려와서 마당에서 농성하고 브로커가 개입해 지쳐, 결국 거액의 합의금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아무리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두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개원의의 숙명인 듯싶다.


후배의 사건을 반면교사로 필자의 치과 발치 시스템과 기구 멸균과정을 점검했다. 그동안 영상촬영, 병력과 약 복용력은 체크했지만 정작 발치 후 후유증은 간과했다. 선별적으로 노약자에게만 구두로 일러주고 차트엔 기록을 생략했었으나 싹 바꿨다. 모든 발치환자에게 프린트해 후유증(사망 가능성도 적시)을 알려주고 사인을 받도록 했다. 여태껏 이렇게 하지 않은 게 이상했고, 교만했고 별 사고 없던 것에 감사했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의 경우 조그만 코 속 용종제거술도 사망을 언급하는데, 연조직 절개와 골조직 제거를 동반하는 사랑니 수술에 언급을 안 한다면 잘못된 일 같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고 환자 도망가고 놀랄까봐 하지 않는다면 소탐대실 일듯하다. 이는 환자를 겁주기 위함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사망위험에도 불구하고 발치할 수밖에 없음을 사전에 신중히 고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도 주의사항을 잘 실천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치의도 사망가능을 고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이런 최악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발치의 품격을 높이게 된다.


인과관계야 없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이다. 최순실이 국정을 장난치고, 트럼프가 당선되고, 서울 불바다 위협에 선제폭격론이 난무한다. 발치야 사람이 의도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므로 별 일이 있겠냐마는 후배사건 이후로 사람의 일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때 후배를 만나 새로 작성한 발치동의서를 보여줬다. 반색하며 자기도 사용하겠단다. 시위에 열성인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아직 광화문에 못 가봤다. 정치는 정치인의 몫이고 발치, 사람 죽지 않게 잘 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