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건보재정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건강보험은 결산수지 기준으로 장기요양 7,000억원을 포함해 당기 적자가 3조 9,0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7년 만에 당기 적자를 기록한 건보재정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문재인케어의 보장성 확대 정책때문이라며, 이대로라면 건보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정부를 향한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누적적립금은 20조원이 넘어 누적 수지는 여전히 흑자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본부) 측에 따르면 2018년 건강보험이 당기 적자 3조9,000억원을 기록하게 된 배경은 올해 지급할 45일치의 예상 급여비(보험급여충당금)가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것.
무상의료본부 측은 “현금 수지상 실제 적자는 1,778억 원이었고, 이는 정부가 2017년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한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 실시를 발표하면서 밝혔던 예상적자 1조2,000억 원의 7분의 1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보장성 강화를 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건강보험 때리기’에 나섰다”며 “정책 실패로 3조9,000억원의 건강보험 적자가 발생해 곧 재정이 파탄나고,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은 국민에 대한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무상의료본부에 따르면 20조원 이상 막대한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쌓아놓은 사례는 해외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누적흑자는 매년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진료비를 주지 않고 그만큼 국민에게 부담시켰다는 주장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기(2004~2008년)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률은 평균 20.1%였다. 또한 당시 누적흑자는 1조 원 수준이었다.
무상의료본부 측은 “건강보험은 지난 2005년 ‘암부터 무상의료’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슬로건을 기치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며 “낮은 보장성 때문에 건강보험증이 ‘병원비 할인권’이라고 취급받던 당시에 ‘암부터 무상의료’가 실현됨으로써 보장률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65%까지 올라갔고, 이 수치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보장률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누적흑자는 1조원이었는데, 이는 법에서 정한 정부지원금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무상의료본부는 “누적흑자 20조원이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진료비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을 짤 수 있지만 현재 보장성 속도라면 2022년 보장률 70% 달성도 우려스럽다”며 “법에서 정한 20% 국고지원 규모는 문재인정부 들어 13%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의 매년 3.49%의 보험료 인상계획과 함께 자유한국당이 보장성 강화가 보험료 부담 증가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빌미로 악용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건보재정 국고지원율 확대 필요성을 피력했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