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문을 여는 것도, 환자 그림자, 발소리조차도 무서웠다”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얼마 전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문제의 환자는 몇 개월째 치료를 받아오면서 평소에도 불만을 자주 표출해왔던 터라 “언젠가는 문제가 불거지겠구나”했을 정도였다. 환자는 치료 중 불가피하게 발치가 필요한 상태가 됐고 평소 전신질환이 있던 건강상태를 감안해 종합병원의 소견서까지 받아본 후 결국 다른 치과에 의뢰키로 했다. 그러나 환자는 A원장에게 발치를 해줄 것을 막무가내로 요구했고 들어주지 않자 순식간에 목덜미를 내리친 것이다. A원장은 당시 충격으로 목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고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그 순간 ‘환자의 손에 흉기라도 들려있었다면 내가 죽을 수도 있었겠구나’하는 아찔한 생각까지 들었다는 A원장은 “당시 진료실과 대기실에도 여자 환자들만 있어 유니트체어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얼굴을 가린채 떨고 있던 환자도 있었다”며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A원장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그리고 보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별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간혹 그 환자의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협박조로 말을 걸어오기도 해 여전히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상태다.
A원장은 “원장인 나를 비롯해 스탭들도 모두 여성이다 보니, 한동안은 아침에 치과 문을 열 때도 스탭들끼리 미리 연락해 같이 들어와야 할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며 “사건 이후 그 환자와 비슷한 체구의 남자환자만 보여도 긴장이 될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 여자 원장의 경우, 치과 모든 구성원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보니 이러한 사건이 있을 때 더욱 두려움이 큰 것 같다”며 “남자 스탭이나 관리인을 둘 필요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A원장의 이러한 소식은 인근 개원가에도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오산 치과의사 피살 사건이 있었던 것은 물론 심심찮게 환자와의 마찰이 빚어지는 개원가에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구회에서는 CCTV 공동구매에 나섰다. 범죄 예방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회 모 임원은 “최근 건물 내 상가 전체가 절도 피해를 입었지만 CCTV가 장착돼 있다는 표지를 내건 치과만 무사했던 사례도 있었다”면서 “환자의 폭행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치과의 경우 의료인의 보호는 물론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CCTV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공동구매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 관내 몇몇 구회는 물론 일부 시도지부 치과의사회, 타 의약단체에서도 MOU를 체결하며 CCTV 공동구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동구매를 할 경우 비용경감 효과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건이 다시금 불거지면서 의료인의 신변보호 및 진료실 폭행방지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개정안의 필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해야할 의료인이 오히려 환자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