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의료기관, 특히 진료실 내에서의 CCTV나 녹음기 사용이 제한받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빈번해지는 환자와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CCTV가 필수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어떻게 적법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답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관한 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법 제15조 6항에는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으로,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치과에서 난동을 부리는 환자가 있을 경우, 향후 법정분쟁 등에 대비한 자료로 구축하고자 할 경우에는 별도의 환자 동의 없이 녹취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단, CCTV는 녹음기능을 포함할 수 없도록 돼 있으므로, 별도의 녹음기를 이용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진료나 상담 내용을 녹취할 경우에는 반드시 환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분쟁이 있을 경우라면 법에서 예외로 하고 있는 정당한 이익이나 합리적인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별도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예방이나 사건 해결을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CCTV의 경우, 현행 법에서는 진료실 내 촬영을 불허하고 있다. 진료실은 비공개 장소라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 그러나 이 경우도 환자와의 분쟁이나 범죄예방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는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진료실 내 폭행사건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항상 켜둬야 한다면 별도의 환자 동의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치과에서는 대기실이나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안내판을 부착해 공지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진료실 내에 장착할 때에는 환자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실제로 진료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CCTV나 녹음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지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자가 위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이냐, 각종 범죄나 분쟁으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냐의 갈림길,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