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집행부에서 치과보조인력개발특별위원장을 맡아 치과위생사들의 수급 문제를 다뤘던 사람으로서 아직도 진전이 없는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몇 자 적어 보려합니다.
그간 치협은 유휴인력을 찾아내려고 노력도 해 보았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통하여 치과 전문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도록 돕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묘한 사실은 매년 5,000명 가까이 배출되는 치과위생사가 다 어디로 갔느냐는 것입니다. 치위협의 주장은 낮은 급여 때문이라 합니다. 짐짓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높은 급여는 안 주는 것이 아니라 3~4학년제의 고학력 치과위생사를 여러 명 쓸 만큼 개원가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된 치과위생사의 50%만이 취업한다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근무하는 개인치과의원이 고학력자에게는 발전 가능성 없고 성취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적은 급여 보다 그만두는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답을 찾기 위해 간호사랑 비교해 봅시다. 교육기간은 같습니다. 국가고시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같습니다. 의사와 치과의사를 도와주는 역할까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한쪽은 의료인이고 다른 한쪽은 의료기사입니다. 사회적 차이는 엄청납니다. 또 그들은 종합병원이나 병원급 관리직에서 근무합니다. 그뿐이 아니고 공무원, 보건소, 기업체, 학교, 노인요양병원 등 다방면으로 취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 밑에는 간호 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조무사들이 수십만 명 있습니다.
그러나 치과위생사들은 공직에서도 승진도 안 되는 기능직으로 일하고 있고, 대다수가 치과의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개인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치과의원에는 고급 인력인 치과위생사는 격에 맞는 자리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명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학교 구강보건실을 만들어 구강 보건교사로 근무하고, 대기업 내 보건실에도 치과위생사들이 구강 보건 교육을 할 수 있는 등 수준이 맞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곱게 키운 딸 가난한 집에 시집보내는 부모 심정으로 치위생과 교수님들이나 치위협이 발 벗고 나서서 입학 정원 조정을 포함하여 수요에 맞게 과감히 개혁하여야 할 것입니다. 최고의 명품을 수요가 없는 아프리카 오지에 팔 수 없듯 잘 교육시킨 치과위생사를 장롱 속에서 썩게 하거나 아무 곳에서 근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치위협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 치위생사 업무 영역이 현실화 되어 그동안 불법적으로 행해져 왔던 업무 대부분이 합법화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치위협은 진료실 내에서 간호조무사들의 업무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그것은 미래 지향적 일자리를 찾아 주지는 못 할망정 스스로 하향화하려는 퇴보적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장교들에게 사병이 하는 제초 작업을 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장군의 별이 빛나는 것은 그들을 받쳐주는 장병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치과위생사들이 단순한 간호조무사 업무까지 해야 한다면 그들과 같은 대접을 받겠다는 소리나 다를 것 없습니다.
사실 치과위생사 업무의 현실화를 추진한 것은 치위협과 업무 범위가 확정되면 치과전문 간호조무사 제도를 도입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시작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며 그것이 두 단체회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