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치과계는 화합과 소통보다는 투쟁과 시위, 분쟁으로 얼룩진 한해였다. 개원의 개개인으로서는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이야기로 한해를 정리하고 있고, 그렇게 올해보다는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하며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치과계를 달군 2013년의 최대 화두는 단연, 경기악화였다. “마이너스 10%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이 일반적인 개원가의 평가. “어느 해도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하지만 올해는 그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실제로 신규 개원 대비 폐업률이 74%에 육박할 정도라는 심평원의 발표가 나오면서 치과계 경영난 악화는 치과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 틈을 타고 스케일링 급여확대는 또 다른 관심의 중심이었다.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는 것, 예전 같으면 치과계에서는 반대여론이 만만찮게 불었을 법한 사건이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기대와 우려 속에 6개월이 지난 지금, 치과계에서는 올해 개원가에 활력을 준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환이 그만큼 늘어났고, 그 환자들의 충성도를 어떻게 높여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보험청구와 관련된 세미나는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 달라지는 치과계의 관심, 그 중심에는 보험이 있었다.
올 한해 눈에 띈 현상 중 하나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해진 치과계의 움직임이었다. 치과의사전문의제도, 선거제도 개선 등을 놓고 곳곳에서 피켓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1월 전문의제도 개선을 위해 개최된 치협 임시총회에서는 찬성과 반대를 두고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고, 상황은 현재까지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임시총회에서 결정을 못 내린 전문의제도는 최근 경과규정 인정, 전문의는 전문과목만 진료토록 한 의료법 77조3항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40~50년을 고심해온 전문의제도 문제 해결이 치과계 손을 떠나 법적인 잣대로 판가름 날 위기에 놓였다.
불법네트워크와의 전쟁은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치과계의 반발, 1인1개소 법 시행 이후에도 발빠른 청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검찰에 쫛쫛치과를 수사의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거대 네트워크 치과가 붕괴절차를 밟았다는 소식은 새로운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치협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판결을 뒤집기 위한 대법원 상고심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는 치과계가 좀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치과의 치협 또는 치과계 전문지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지루할 정도로 많이 이어진 가운데, 올해 치과계의 또 다른 화두는 ‘소송’으로 귀결되고 있다.
보톡스, 레이저 등을 이용한 미용시술을 치과에서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료계의 고발로 촉발된 법정소송이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치과계의 성금모금 운동까지 이어진 가운데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치과의사들이 입 속에 갇히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는 것이다. 또한 올해 최대 관심을 모은 세미나 영역 중 하나인 ‘턱관절’ 분야도 여전히 한의과 영역침범이 만만치 않다. 스플린트를 제작하고 치과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치과의사를 가르치는 한의사가 있다는 점이 치과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두운 소식이 많았던 치과계. 하지만 새로운 희망,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선거인단제도가 통과되면서 치과계는 내년 4월, 처음으로 1,200~1,300여명의 회원 참여로 치협 회장단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아직 완벽한 직선제의 모습은 갖추지 못했지만 201명의 대의원에서 1,200~1,300여명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로도 큰 변화다.
또한 치협이 지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첫 권역별학술대회인 YESDEX가 성공적으로 개최돼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고, CAD/CAM 등 디지털덴티스트리가 확산되면서 치과업계는 물론 치과계 전체가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2013년 치과계는 언쟁도 높고 격렬한 마찰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시도, 새로운 기대를 키워가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