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미끼상품의 진실 아파트 인테리어를 예로 들어보자. 공사 시작 전 여러 미팅도 하고 견적을 뽑은 후에 나름대로 신중하게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에 들어가지만, 실제 뜯어내 보면 바닥 배관이 어떻고, 사시나 천정상태가 어떻고 해서, 처음에 예상했던 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공사고,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업체의 의도대로 이끌리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꼭 인테리어 업체의 잘못은 아니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게 평생에 걸쳐 무조건적인 후원을 했던 구엘 백작과 같은 그런 낭만의 시대가 가고, 이제 우리는 타일 한 장 유리 한 칸에도 가격표를 붙이고 검토한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항목에는 그토록 철저하건만, ‘신뢰와 전문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는 오히려 둔감해 진다는 것이다. ‘김박사, 내 몸은 자네에게 전부 맡기겠네’ 이런 낭만의 시대가 지나고, 진료항목별로 최저가를 표방하며 환자를 모으는 병원의 현실은 어떨까? 1. 양으로 해결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비가 낮으니, 그 양을 늘려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위내시경을 예로 들어보면, 단위 시간당 검사하는 환자
방어 진료와 각자 도생 - 모든 작용은 반작용을 낳는다 경찰이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의 정당방위 요건을 행정부나 사법부가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선 경찰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경찰이 점점 비겁해진다’고 느낄 것이다. 또한 화재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접촉사고에 대해 소방관에게 직접 금전적 책임을 물린다면 어떨까? 이를 피하기 위해 소방관은 불 끄고 구조하는 데만 집중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나 소방관이 맘껏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하려면, 그 지휘체계 상부에서 전적으로 그 책임을 대신 지거나 적정한 선에서 조율을 해야 한다. CSI 증후군 과학수사대라는 미드를 보면, 길 그리섬 같은 멋진 반장과 그 휘하 직원들이 아무리 어려운 범죄사건도 최첨단 과학수사기법을 통한 증거확보로 극적으로 해결하는데, 이 드라마의 히트로 인해 미 법정은 완벽한 증거가 아니면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졌다. 이를 ‘CSI 증후군’이라고 한다. 의학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인데, 정의감이 넘치고 멋진 능력을 갖춘 의료인과 비현실적인 해피엔딩만 보다보니, 현실에서 진료결과가 조금이라도 미흡하다 느껴지면 환자는 의료진을 불신하는 시대가 됐다.
‘의료’는 과연 ‘공공재’이어야 하는가? 최근 ‘의료는 공공재’ 논란이 있었는데, 공공재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해서 다음 어학사전에서 찾아봤다.(아래) 「공공재는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국방·경찰·소방·공원·도로 등과 같이 정부에 의해서만 공급할 수 있는 것이라든가 또는 정부에 의해서 공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회적으로 판단되는 재화 또는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 국방·경찰·소방이 공공재라는 것은 이해가 쉽다. 전쟁이 났을 때나 범죄가 벌어졌을 때마다 사병을 쓰거나 사설 경호원을 고용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불이 나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공공재에는 보통 시장가격은 존재하지 않으며」 - 공공재는 보통 공짜라는 뜻이다. 그럼 모든 치료를 국가에서 공짜로 해주겠다고? 기존 병원의 모든 자산을 국가가 인수해주고, 모든 의사를 공무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대생 선발에서 교육/면허취득/수련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에서 책임지게 된다. 그런 공공의료 시스템을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텐데? 「수익자부담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 현재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대부분의 필수적인 진료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
사람들은 어떻게 치과를 정할까? -보이지 않는 손에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되는 이유 사람들은 치아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어떻게 치과를 정할까. 다행히 잘 아는 치과의사가 있다면, 그 증상에 따라 실력 있고, 서비스와 가격도 적정한 치과를 알아서 추천하고 개인적으로 소개해 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적인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쓰게 된다. 광고 그러나 광고에 돈을 많이 쓰는 치과는 환자 풀(pool)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말을 뒤집으면 ‘광고가 아니면 굴러가기 힘든’ 대형 신규치과이거나 실력이 부족한 치과라는 뜻이다. 매달 지출되는 광고비만큼 채산성은 떨어지고 그만큼 진료가 부실하기 쉽다. 검색 인터넷상에서 검색되는 내용도 광고와 구분하기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TV나 일간지 등 대중매체에 나오는 내용일수록 고도의 광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용어를 이용한 학술검색 등이라면 좀 더 신뢰할만 하지만, 이를 일반인이 접근하고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주변 지인의 추천과 빅데이터 그래서 결국 주변 지인의 경험 등을 참고로 치과를 결정하게 될 때가 많은데, 물론 의료인이 아닌 이상, 아주 정확하게 치료의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한…
치료비(수가)가 내려가면 환자는 행복할까? -시장의 복수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 노동자는 행복할까. 얼핏 그럴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임금은 생산성의 결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승한 최저임금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하는 민간 일자리는 오히려 없어지게 되고, 이는 자영업의 쇠퇴와 경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수십 차례의 법 개정과 규제를 가했지만, 최근 수년간 집값은 최고치를 갱신해 왔다. 이처럼 자유시장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대부분 정반대의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이를 ‘시장의 복수’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정부가 정하는 보험분야 치료비(수가)를 이에 대입해보자. 치료비가 싸지면 과연 환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얼핏 들으며 그럴 듯하지만, 치료비가 지나치게 싸면 의료인은 그 진료를 계속할 수 없다. 그 치료비로 임대료 내고, 직원 인건비 주고, 재료·기구·장비도 준비하고, 자기 생활도 해야 하는데, 이익은커녕 파산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 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의료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혹자는 의료인의 이기심을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과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