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전문의제도에 대한 치과계의 입장을 결정할 날이 이번주 토요일로 다가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2일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올 1월 관련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려고 했으나, 내부 합의까지 시간을 달라는 치과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3월로 입법예고를 미뤄둔 상황이다. 오는 30일 열리는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치과전문의제도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현재 치협은 3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총 세 개의 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1안은 ‘현행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유지’, 2안은 ‘기존수련자까지 경과조치(보건복지부안)’, 3안은 ‘미수련자 및 학생 포함 경과조치(치협안)’이다.
1안의 경우 기존의 현행 전문의제도를 유지한다는 안이지만, 사실상의 전제조건이 있다. 연이은 헌법재판소 위헌판결로 소수정예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전속지도전문의의 특례기한 연장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안은 전속지도전문의, 외국 수련자, 기수련자에게 전문의 자격 및 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치과계 75%를 차지하는 미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를 담보하기 어렵다. 마지막 3안은 보건복지부 안에 AGD, 임플란트, 노년치과, 근관 등 다수의 전문과목 신설을 통해 미수련자에게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앞두고, 각 안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봤다.
1안, 소수인 듯 소수 아닌 ‘현행유지’
현행유지는 지금까지 치과계에서 합의된 유일한 안인 소수정예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치과계는 2001년 대의원총회 당시 △기수련자의 기득권 포기 △졸업생의 8% 배출 △1차 의료기관의 전문과목 표방금지 등 3대 원칙을 의결하고 소수정예를 선택했다. 현재는 졸업생의 약 35%에 이르는 300여명의 전문의가 매년 배출되고 있지만, 이후 열린 대의원총회에서도 회원들의 뜻은 소수정예였다.
그러던 치과의사전문의제는‘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고 규정한 의료법 77조 3항의 위헌 결정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외국 수련자에게도 전문의 자격시험 기회를 줘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형평성 차원에서 기수련자에게도 응시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전속지도전문의 특례기간도 안정적인 전문의 배출을 위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현행유지는 이러한 변화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즉 어쩔 수 없는 전속지도전문의와 외국수련자에 대한 조치만 풀어주고서도 나머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매년 35%에 이르는 전문의 배출과 말뿐인 의료전달체계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대한민국 치과전문의를 가리는 시험에 외국에서 수련 받은 자에게는 응시기회를 주고, 국내에서 수련 받은 기수련자에게는 응시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행유지를 결의한다면, 치과계는 2차 헌법소원과 같은 비생산적인 시간·인력·비용 낭비를 감내해야 한다. 기수련자 집단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현행유지라는 치과계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면, 더욱 절망적이다. 실제로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는 “임시대의원총회 의결과 관계없이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의 안을 입법예고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2안, 칼자루 쥔 복지부 안…임총에서는?
현재로서는 전속지도전문의, 외국 수련자, 기수련자에게 전문의 자격 및 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한다는 보건복지부 안이 실현 가능성은 가장 높다. 보건복지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치과계의 의견은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는 “담당자를 문책하라”라는 질책까지 받으며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올 1월 관련 입법예고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보건복지부 안에 미수련자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신설전문과목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연구를 2년간 실시한 후, 연구결과가 도출되면 그때 미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도 논의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공청회에서 “법적인 분쟁을 피하기 위한 안인 것 같다”는 비판을 받은 것처럼, 미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가 기수련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고, 더불어 신설전문과목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어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안은 치과계의 75%를 차지하는 미수련자의 동의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도 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의 제안으로 구성된 치과전문의제도개선위원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보건복지부는 AGD, 임플란트, 심미, 노년치과, 근관 등의 전문과목을 신설하고, 미수련자에게도 전문의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할 계획이었다. 이는 대외적으로는 명확한 전문과목 명칭 부여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내부적으로 8%의 소수정예만 배출될 줄 알고 전문의를 선택하지 않았던 미수련자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줘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봤을 때, 보건복지부가 한 “치과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발언을, 소수정예는 아니지만 치과계 합의만 이뤄진다면 미수련자를 포함하는 경과조치까지는 인정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해도 되지 않을까?
3안, 회원 피해 최소화 하는 대안…향후 로드맵은?
3안은 보건복지부 안에 AGD, 임플란트, 노년치과, 치과마취과, 심미치과 등 다수의 전문과목을 신설해 미수련자에게도 전문의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전문의 자격을 포기한 기수련자와 미수련자 모두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고 있는 유일한 안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다수의 신설전문과목 개설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신설전문과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일단 법리적으로 문제는 없다.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4조 3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문과목이 신설되는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과목을 전공한 사람을 신설되는 전문과목에 대한 수련을 마친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인정은 신설되는 전문과목에 대하여 수련을 마친 사람이 최초의 치과의사전문의의 자격 인정을 받을 때까지의 기간에 한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과의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가 이 같은 전철을 밟아 생겨났다.
전문과목 신설과 관련해서는 AGD까지는 인정할 수 있지만, 임플란트, 치과마취과, 심미치과, 노년치과 등으로 확대하는 것에는 반발도 적지 않다. 기수련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의과의 가정의학과처럼 국민을 위한 전문의가 아닌, 경과조치만을 위한 전문과목이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많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다수의 신설전문과목을 개설하고 한시적으로 미수련자와 기수련자 모두에게 응시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수련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철저한 교육 시스템 등 전문과목 신설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함은 물론이다. 치협은 이 로드맵을 놓고 회원과 보건복지부를 설득해야 한다.
수 십년을 이어온 치과전문의제의 향방이 이제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