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이로 인한 낮은 수가로 개원가의 살림살이는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가장 손쉬운 대처 방법은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지만,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에 비하면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스탭을 줄일 수도 없으니, 개원가의 고민은 날로 깊어져만 간다.
개원가에서 매달 소요되는 고정지출은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세, 수도세 그리고 종이컵이나 커피와 같은 각종 소모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중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카드수수료다.
지난해 11월 의료기관을 포함한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영세·중소가맹점 0.7% 포인트, 10억원 미만의 일반가맹점 0.3% 포인트 인하를 추진했지만, 이내 신용카드사들이 상한선인 2.5%까지 인상하겠다는 통지문을 의료기관에 발송하는 등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는 개원가가 직접 나서 카드수수료로 인한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카드수수료 줄이기는 결제 시 체크카드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때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익이란 바로 소득공제인데, 연간수입의 25%를 초과하는 금액부터 신용카드는 지출금액의 15%를,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은 지출금액의 30%를 적용,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체크카드를 사용함으로써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체크카드 사용의 권장은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실업률과 가계부채다.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가계부채에 해당하는 신용카드의 혜택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체크카드의 혜택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용카드 보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비율이 더 높은 것도 이 같은 정책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권함으로써 각 치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바로 카드수수료의 절감이다. 평균적으로 치과에서 지출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2.5~2.7%. 반면 체크카드 수수료는 이보다 1.0% 포인트 낮은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치과에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수수료가 다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예로 연간 신용카드 매출이 5억원인 치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치과에서 1년에 카드수수료로 지급하는 금액은 1,350만원(2.7% 기준)에 달한다. 반면 해당금액이 체크카드 매출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급하는 카드수수료는 850만원(1.7% 기준)에 불과하다. 연간 500만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물론 체크카드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나, 신용카드 매출의 일부를 체크카드로 꾸준히 돌린다면, 그 만큼의 카드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체크카드 수수료 1.7%를 0.5%까지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특정 밴(VAN)사의 현금IC카드 단말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카드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해당 사에 문의한 결과 체크카드 이용 시 카드사, 은행, 금융감독원 등으로 사용실적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는데, 이 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체크카드 수수료를 0.5%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비롯한 모든 가맹점은 2018년 7월까지 현재의 마그네틱 단말기를 IC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수수료까지 낮출 수 있다면, 개원가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0.5%가 적용되는 현금IC카드 단말기를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출절감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경영컨설팅 회사인 골든와이즈닥터스(대표 박기성)로부터 입수한 치과의 사례를 살펴보면, 세 달 평균 4,600여만원의 체크카드 매출을 기록하며 매달 약 56만원의 카드수수료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분석기간 2015년 10월~12월).
박기성 대표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해당 치과의 경우 치과의사 5명이 근무하는 규모가 있는 치과로, 단독 개원하는 형태의 치과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0.5%의 수수료가 적용되는 현금IC카드 단말기로의 교체만으로 월 평균 56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치과의 경우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라는 별도의 안내 없이도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