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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아직 정의되지 못한 죄 -제2, 제3의 안희정을 경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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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민 논설위원

안희정이 무죄선고를 받고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기가 막혔다. 2018년 3월, JTBC에서 김지은 씨가 직접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을 하고, 안희정 비서실 측에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입장을 발표하자 3월 6일 안희정 지사가 직접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김지은 씨에게 사과를 하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실제로 도지사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무슨 생각에서인지(법률 자문의 결과이겠지만) 3월 19일 다시 본인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바꾼다. 그리고 재판(1심이지만)의 결과는 무죄….

이번 사건이 일어난 정치권에는 과도한 노동 시간, 불명확한 업무 범위, 일방적 착취에 가까운 관계 설정이 비일비재하다.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합리적인 제도로 잣대를 들이밀었을 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조건에서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보좌진의 선택은 둘 중 하나이다. 그만두거나 견디거나. 생계를 위해, 정치적인 꿈을 위해, 기타 다른 이유로 참고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인과 자신을 동지적 관계라고 승화라도 시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심리적인 합리화가 진행된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적응하려는 심리가 극에 달해 있을 때, 정치인의 부도덕한 요구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만 이런 상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권력의 주변에는 이런 합리의 진공이 존재한다. 교수가 되고 싶은 대학원생들, 일인자나 지도자가 되고 싶은 스포츠 선수들, 인정을 받아야만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예능 전공생들…. 절박함이나 착취의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권력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희생과 착취를 합리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현장이 너무나 많다. 그만큼 제2, 제3의 안희정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요와 위계가 반드시 강력해야 했고, 피해자는 신체적 결박에 가까운 상태에 있어야만 성폭력이라는 것은 북한 사람을 모조리 빨갛게 그리거나 범죄자는 모두 문신을 한 우락부락한 남성으로 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성폭력 직후 피해자의 태도가 불에 데인 것처럼 아파해야 당연하다는 것은, 성적 착취 이후 의심과 자기최면,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정신병자처럼 보낸 그 기나긴 시간은 고통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뿌리까지 갉아먹어온 행위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우아한 얼굴을 한 남성이 대의와 희생을 내세워 피해자의 눈과 입을 막고, 여성이 느끼는 갈등과 고통마저 괘념치 말라며 부드럽게 봉합하려 했다. 물리적인 힘을 쓰지 않았고, 소리를 지르거나 협박하지도 않았다. 여러 가지 착취 끝에 자연스럽게 성적 관계에까지 도달했을 뿐이고, 여성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할 수 있었다면 이 과정 전체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이것을 설명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는 ‘무죄’다. 그러나 그가 ‘무죄’라고 해서 그 여성이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그가 ‘무죄’라고 해서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고, 착취가 없었다는 것 또한 아니다. 누구나 착취를 당할 수 있다. 착취에는 가이드라인이 없고, 그래서 당한 이는 억울하다. 분류되지 못한 착취는 심리적 부검으로도, 디지털 포렌식으로도 부검해낼 수 없다. 세상에는 아직 정의되지 못한 죄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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