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과 올해 가을 정확히 같은 이유로 두 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두 명 다 실장이 퇴사를 했는데 몇 달 동안 실장을 못 구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먼저 작년에 왔던 선배의 전화는 실장이 퇴사하고 면접을 몇 명 봤지만 아직 괜찮은 실장을 못 구했는데, 기존의 직원 중 보험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난감하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원장인 선배도 보험청구에 까막눈이긴 마찬가지였다. 약속 잡는 것은 진료실 직원에게 시키고, 비용 상담은 원장이 직접 하거나 제일 고참인 직원과 나눠서 어찌어찌 하고 있는데, 보험청구는 누구도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새로운 실장을 구하기 전까지 엉망인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다음으로 후배의 전화는 실장이 퇴사해 힘들긴 한데 다행히 보험청구는 전자차트로 바꾼 후 본인이 직접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다만 남은 직원들과 보험청구 핸즈온 교육을 듣고 공부하고 싶다는 전화였다.
치과 보조인력 구인난으로 치과를 운영하기가 너무나도 힘든 시절이다. 실장이든 스탭이든(정확히 데스크에서 일하는 사람이 ‘실장’, 진료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탭’이라는 직책을 누군가 정한 적은 없지만…) 보조인력 누구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치과를 운영하기 여려워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실장이라는 자리는 원장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책이라고 생각된다.
치과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실장의 업무는 데스크 업무를 총괄하며 예약 관리, 전화 응대 및 리콜, 치료 부가 설명 및 비용 상담, 그리고 제일 중요한 보험청구를 도맡아 하는 자리다. 그런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 치과는 아마도 마비 상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애초에 실장이라는 직책에 보험청구를 비롯한 수많은 업무를 일임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치과의사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전자차트가 어떻게 Assistant Free한 상황(실장 부재)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1. 차트를 넣고 찾는 인력의 단축 : 접수한 환자의 종이차트를 꺼내서 날짜 도장을 찍고, 유니트체어에 가져다 놓고, 다시 제자리에 넣는 과정이 없어진다. 이 단순하고 반복된 작업은 종이에서 전자로 바뀌면서 과정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종이차트가 놓여 있던 공간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덤이다.
2. 차팅과 보험청구의 일원화 : 원장이 작성한 차팅을 실장이 해석하여 보험 청구하는 과정이 단일화된다. 보험청구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차팅으로 변환돼 두 가지 작업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보험청구를 원장이 직접 하는 수고로움이 있겠지만 자주하는 치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보험청구를 간단한 클릭만으로 하게 되므로 조금만 연습하면 수기로 기록하는 차팅보다 빠를 수도 있다.
3. 보험청구가 정확해진다 : 청구 프로그램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보험산정기준을 체크하여 청구 오류를 미리 알려주고 심지어 자동으로 수정까지 도와준다. 원장의 부주의나 실장의 실수로 청구 오류가 많았던 치과라면 전자차트로 전환 시 심사조정과 삭감이 줄어들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는 청구액의 증대로 이어진다.
4. 예약 관리, 전화 응대, 리콜이 쉬워진다 : 전자차트 내에 치료 진행이 기록되어 있으므로 클릭 한두 번으로 진행상황을 불러내어 열람이 가능하다. 특히 구환 전화 응대 시 매우 유용하며 속도 면에서 데스크 업무 효율성이 증대된다. 리콜을 위해 차트를 한가득 쌓아놓고 전화를 돌리는 일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5. 상담이 쉬워진다 : 전자차트는 단순한 글씨 기록 말고도 엑스레이, 환자 사진, 교정 진단, 외부기기 등과 연동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상담을 위한 영상자료도 포함돼 환자에게 치료과정이나 결과를 설명하는 강력한 툴도 제공한다. 전자차트상에서 치료 계획이 세워지면 상세한 치료 내역과 함께 최종 치료비까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실장이 전담하던 치료비 상담을 원장이나 진료실 직원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게 된다.
6. 기타 : 수납과 통계의 자동화, 각종 동의서 및 문서 제공, 무인접수(키오스크), 네이버 예약 서비스 등도 지원한다.
시중에 출시된 전자차트마다 기능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든 전자차트가 환자중심, 사용자 편의성 우선으로 계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위험성, 백업의 불편함, 귀찮은 전자서명 등이 걸림돌로 생각됐으나 전자차트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해결이 무난한 수준에 이르렀다.
치과에 전자차트 도입이 확대되면서 업무 형태의 변화를 가장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직위는 바로 실장이라는 자리가 아닐까? 위에 들은 예시처럼 전통적으로 실장이라는 직위가 해오던 많은 일들을 이제 전자차트가 대신하고 있다. 물론 실장이라는 자리가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실장의 업무가 줄어든 만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더 적은 보조 인력으로도 치과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보험청구나 단순한 데스크 업무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병원 업무를 해내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구인난이 만성화, 고착화되는 현 시점에서 구해지지 않는 직원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전자차트로 Assistant Free System을 미리 준비할 것인가. 오지 않는 실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선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구인난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구하는 후배가 될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