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or.kr]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원급 확대 및 사전설명 의무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달 27일 2020년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2021년 시행계획(안)을 보고했다. 이 안에는 ‘비급여 관리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이미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상훈)와 전국지부장협의회(회장 박현수·이하 지부장협의회)는 물론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김민겸·이하 서울지부) 등 치과계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원급 확대 실시와 사전설명 의무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10월 ‘2020년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각급 의료기관의 자료제출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의과보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편인 치과 개원가의 반발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지부장협 ‘반대’ 성명 재채택
지난 10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시범사업 및 의원급 의료기관 확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채택했던 지부장협의회는 지난 2일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의원급 확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다시 한 번 채택하고 전의를 가다듬었다.
지부장협의회는 “개별 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장비, 부가서비스와 같은 특징을 반영하지 않고 온라인 등을 통해 단순하게 비급여 진료비 액수만 공개하는 것은 의료를 상품화해 국민들에게 의료쇼핑을 종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치과의사의 자율적인 진료권을 침해하는 지나친 개입과 규제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부장협의회는 정부가 이러한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에 앞서 비급여 진료비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환자를 유인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의료기관에 대한 대처방안을 먼저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지부 역시 지난 10월 정기이사회에서 의원급으로 확대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 개원의들의 압축된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지부는 “국민 구강보건 증진을 위해 환자 상태에 따른 각기 다른 진단과 치료계획, 맞춤형 재료와 술식이 필요함에도, 마치 일반 공산품 비교하듯 단순 비교식 수가 공개는 환자들의 올바른 의료기관 선택을 막고 의료계를 향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반발에도 정부는 비급여 관리 강화
대한의사협회 역시 지난 8월 복지부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발족시켰던 시점부터 협의체 구성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시 의협은 의료기관 간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이가 큰 항목에 대해 가격만을 비교할 경우 오히려 왜곡된 정보 제공으로 환자와 의료기관 간 신뢰관계만 훼손될 것”이라고 비급여 관리정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같은 범 의료계의 반발에도 정부는 비급여 관리 강화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비급여 관리 수단은 바로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이고, 이는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효과다.
비급여 공개, 결국 진료비 인하로 귀결(?)
정부의 비급여 관리체계 강화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비급여 관련 규정 정비, 표준코드 제시 등 비급여 분류체계 표준화 방안 마련 및 관련 법령 개정 추진 △국민 의료비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민간의료보험 등 의료보장제도 간 비급여 관련 협력 체계 마련 △급여항목과 함께 실시한 비급여 항목 자료를 건강보험 청구 시 병행 제출하는 방안 시범사업 도입 및 검토 등이다.
특히 비급여 정보 공개와 관련해서는 전체 의료기관 대상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개 실시 및 공개 항목의 수요자 중심 확대를 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 의원급 확대 관련 의료법령 개정안이 내년 1월 시행되면, 상반기까지 가격정보 조사·분석해 전체 의료기관 결과 공개한다는 것. 관련 비급여 비용 조사·분석 및 공개업무는 심평원에 위탁하게 된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는 비급여 진료 전에 의료진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고지제도를 개선 시행하게 되는데, 바로 비급여 진료비 설명 의무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내년 9월 이후 관련 제도의 효과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26일 복지부가 주관하고, 연세대학교 의료복지연구소 주최로 열린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비급여 정보제공의 목적이 ‘진료비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숙희 부장은 ‘의료소비자 권익신장을 위한 비급여 정보공개 확대 방안’ 발제에서 비급여 정보제공 목적에 대해 모 연구를 인용해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의 의료서비스 구매에서도 가격경쟁과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숙희 부장은 의료공급자 측면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의 목적은 “의료기관 간 경쟁을 통한 동기를 부여해 의료기관 스스로 비급여 진료비를 적정화하도록 진료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공개로 진료 선택 가치가 ‘가격’에 매몰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인데, 정부가 오히려 의료에 시장경제 논리를 대입시켜 의료를 가격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환자,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