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에서 예비 회원들을 위한 멘토&멘티 만남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을 사회자가 받아 멘토들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코너가 관심이 높았다. 특히 육아와 일의 양립에 관한 질문에서는 저마다 할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막상 출산을 하고 육아의 길에 들어서면 초보 엄마의 일상은 눈물 범벅에 갈팡질팡의 연속이다. 새내기 개원 의사라면 병원일과 육아, 가사노동에 번아웃이 될 정도다. 공부에 치이고 늘 잠이 부족했던 본과나 수련의 시절이 행복했다는 넋두리를 한다. 일과 육아를 어떻게 균형 있게 해야 하냐는 아우성에 선배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처방을 내려준다. 그러나 선배의 충고는 개인차가 있고, 처한 환경이 서로 달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주변에 육아를 보조할 막강한 서포터가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대신 할머니, 이모, 보육도우미,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기고, 그들이 서운하지 않게 세심히 관리하는 부담과 마음 졸임은 감내해야 한다. 출근해서는 진료, 공부, 직원 관리 등 다재다능한 의사로 변신해야 한다. 의사로서 혹시 동료에 뒤처질까 틈틈이 공부하고, 동
그 분위기가 독특하여 필자가 심히 좋아하는 미국 PGA선수가 하나 있는데, 그는 2015년 4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당시 22세의 청년, 조던 스피스다.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같은 대회에서 공동 2위를 할 때부터였다. 그의 눈빛과 표정, 몸가짐에서 다른 스타급 선수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많은 경우 종종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은 플레이 결과나 갤러리들의 불편한 움직임에 거칠게 반응하고, 함께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동반선수들의 페이스와 심기는 아랑곳 않는 언행을 일삼는 일부 선수들과 많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조용하고 겸손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티박스에 올라 그 어떤 훌륭한 샷을 날리고도 우쭐해 하는 법이 없고 갤러리와 동반선수들에게 ‘골프는 이런 분위기로 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그는 2015년 US오픈챔피언십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아깝게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그가 좀 더 공격적 파이팅의 멘탈이 갖춰져야 타이거 우즈 같은 위업을 이룰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필자는…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2020년 2월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 증가를 보이며 우리나라에도 현실화됐고, 전 세계적으로 수천 만명의 확진자와 백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실체 없이 유령처럼 떠다니다, 방심이라는 약한 고리를 여지없이 뚫고 들어와 정상적인 사회의 활동을 마비시킨다. ‘백신이나 치료약을 만들 수 없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8.15 광복절집회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 또한 많아지면서 전국이 다시금 방역비상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은 2.5단계, 지방은 2단계로 격상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2월의 대구처럼 더 이상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의료체계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확진자는 계속 유입되는데 치료할 병상이 여전히 부족한 게 방역당국의 현실적 고민이다. 감염병 유행 시 필요한 공공병상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그 당위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3년 사스,
새로 시작된 어느 골프 모임의 이름을 짓고자 했다. 마침 그때에 에머슨의 ‘조화와 균형의 삶’이란 책을 읽고 있던 참이라 그것으로 모임이름을 제안했다. 사실 조화와 균형은 골퍼들에게 꼭 필요하다. 샷을 할 때 무엇보다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균형이 깨지면 거리, 방향, 자세 등이 좋지 않다. 조화란 어울림을 말한다. 고수, 초보자,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것이 조화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조화롭게 골프를 즐긴다. 골프는 힘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골프멘탈’로 표현되는 배짱과 용기도 필요하다. 정도가 지나쳐서 ‘난 이제 완벽해’라는 교만으로 이어지면 즉시 위험에 빠지면서 겸손의 미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연습하면 실력이 향상되지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몸이 망가져서 결국은 골프를 접는 과유불급의 사례들도 많다. 이런 상반되는 모순을 조절하고 절제하면서 균형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골프의 묘미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조화와 균형이 삶 속으로 녹아 내려야 한다. 서로 비교하고 편가르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이웃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균형된 삶이다. 이런 조화와
병자는 인류가 처음 존재했을 때부터 있었을 것이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활동도 인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을 것이다. 의학이 발전하고 좀 더 환자들을 잘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모여 내과와 외과,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전문과목들의 태동을 만들었고, 지금은 소화기 내과, 알레르기 내과 등 다양한 세부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가 됐다. 치과 분야 역시 처음에는 분화가 되어 있지 않았으나 지금은 11개 전문과목이 확립되고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다. 전문과목이 형성되고 전문의가 배출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들을 좀 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하도록 함으로써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과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가 안과적 문제를 발견했다면 안과로 의뢰할 것이고, MRI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면 상급병원으로 의뢰할 것이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제외하면 입원시설이나 고가의 검사진단장비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치과 진료의 특성상, 대형 병원에 취직해 근무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의사들에 비해 치과는 의원급에서 많은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진료하다가 근관을 찾기 어렵다든지 치주질환이…
'현저히’라는 우리말이 있다. 주위 매물보다 현저하게 높은 전세가,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 감염자 수가 현저하게 낮아졌다 등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다. ‘현저히’는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의 의미를 갖는 부사인데, 이러한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쓰는 사람에 따라 그 표현이 다를 수 있으며 그 기준 또한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뚜렷한’이란 뜻의 단어를 절대적 기준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니 언어의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저히’라는 표현이 특히 많이 사용되는 곳이 법원의 판례인 것 같다. 이과생들의 정서에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곳에서 이렇게 주관적인 단어를 흔히 사용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미디어에 나오는 법원의 여러 판결문을 보면 ‘현저히’라는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아마도 모든 사회 현상을 몇 권의 법전에 수록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판사가 개별 상황에 따라 판결을 하려다 보니 이런 ‘현저히’라는 표현을 자주 쓸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법원에서 ‘현저히’라는 표현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위반한 사실이 있다’는 의미다. 치협 31대 회장단 선거와 관련 직무집행정지 가처
지난해 7월 1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치과의사 3만910명 중 27.3%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의사, 한의사의 여성비율인 26%, 21.9%보다 많다. 올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치과의사 중 약 8,500명이 여성 치과의사라는 얘기는 여성 치과의사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여성 치과의사들의 공직이나 협회 진출 비율은 여성 비율 증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 육아와 가사를 진료와 병행해야 하는 여성 치과의사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치과계 내 시스템은 계속 고민하고 의견을 경청하여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의 요구에 발맞춰 지난 7월 16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가 여성인권센터를 발족시켰다. 여성인권센터는 여성 치과의사 권익 향상 및 양성 평등을 위한 기구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을 수 있는 현재의 불평등한 제도와 관례를 개선하고, 올바른 양성 평등 문화를 선도하여 여성 치과의사들이 각계 각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디지털이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주변에 디지털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컴퓨터를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디지털이 되면서 디지털 세상 안에 살 수밖에 없게 됐다. 필름카메라에 슬라이드 필름으로 환자 임상사진을 촬영했던 수련시절,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이 지금도 생각난다. 필자에게는 실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강연하는 교수님이나 촬영하는 임상사진이 진료하기 위해 환자를 상담하는 카메라가 되고, 그것은 임상의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만약 그 사건이 없었다면 필자가 국내 치과 최대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덴트포토를 만드는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이렇게 디지털은 기존의 아날로그에서 오는 것들을 디지털로 바꾸었을 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단순한 전화기에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것처럼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바람은 치과계에서도 급속히 일어나서 관련 제품이 탄생하고, 이에 관해 토론하는 학술의 장도 많이 마련됐다. 그것은소위 CAD/CAM이라고 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인데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구강스캐너라고 할 수…
2018년 2월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쉴 새 없이 언론과 여론을 장식하고 있다. 가해자는 원로 시인, 고위 검사,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유명 배우, 스포츠 감독, 코치, 선배 선수, 의료인, 지도교수, 도지사, 시장, 공공기관과 경찰의 간부 등 주로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이었다. 피해자는 지위 낮고 권력은 없어도 꿈과 희망으로 자신의 성장을 다독이던 약자인 여성들이었다. 25여 년 전 1993년 4월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은 약자인 여자 조교가 성희롱을 한 남자 교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1998년 2월 대법원은 ‘성폭력 범죄에 미치지 않는 행위라도 성적 언동이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 고 판결했다. 이후 남녀고용평등법에 성희롱과 관련한 조항을 신설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성희롱을 규제하게 됐다. 당시 피해자에게 지급 명령된 손해배상금 500만원은 꿈과 희망이 짓밟힌 피해자의 미래를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가해자는 명예퇴임을 했고, 2차 가해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젠더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으로서 남성성과
최근 국내와 국제 정세를 살펴보다 보면 이 세상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가장 우려 섞인 질문을 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전쟁으로 하루하루 새로운 뉴스거리가 나오고 있고, 코 앞 북한 수뇌부의 고약한 언동에 이은 한국, 미국과의 기묘한 장기판 정세는 판이 끝나봐야 승산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혼탁하다. 이 와중에 국내외 최악의 공통 관심사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다. 지난해 12월경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불과 수개월의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사실 코로나19처럼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두려움은 그 어느 적대국의 핵무기보다 무섭다. 빌게이츠도 2015년 TED에 출연해 앞으로 인류가 직면하게 될 최대의 적은 바이러스라고 경고했다고 하니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아마겟돈 전쟁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자연계도 엉망이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전염병이 또 다시 중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바옌나오얼시에서 흑사병이 발병했으며 신종 돼지독감 바이러스 G4도 발병했는데, 이 G4는 종전과 달리 동물과 사람과의 전염도 가능하다고 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의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나 전쟁씬보다는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의 불꽃 튀는 논쟁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면서 몰입도를 극대화시킨 영화라는 평이다. 2018년 3월, 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는 ‘투쟁을 통한 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현 협회장이 당선되었다. 의사들은 강경한 투쟁을 원했고, 실제 공약으로는 의료제도 개혁 분야에서 건강보험 단체계약제 추진, 비급여 전면 급여화 및 예비급여 철폐, 수가 정상화, 의약분업 제도 개선 등을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를 하였다. 지난 6월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최초 세 단체(치협, 의협, 병협) 결렬로 건정심에서 2021년 수가를 의결하게 됐다. ‘수가협상’이라고 쓰고, ‘수가통보’라고 읽는다는 이야기와 수가 결정과정의 문제점, 건정심의 구조적 한계 안에서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수가인상률을 1.99%로 묶고도 보험료율을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내년 건강보험재정 상황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가 너무 큰 상황이다. 그런데 의협의 3년 연속 협상결렬이라는 최초의 결과에 대해서 내부적인 우려의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선 직후부터 수가협상 불참과 건정심
868년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신라 6두품 출신으로서 출세에 한계가 있었던 그는 18세에 외국인 과거시험인 빈공과에 장원급제한다. 이후 회남 절도사 고변의 추천으로 관역순관 지위에 올랐다. 이때 황소의 난이 일어났다. 소금세가 높아지자 밀매업이 성행하고 밀매업자의 두령인 황소가 산동성과 하남성을 점령하고 급기야 장안을 함락, 황제 희종은 쓰촨으로 도망쳤다. 때마침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이 빛을 발한다. 삼국사기는 이를 중국고사를 인용한 장중체 문장으로 전한다.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려 의논할 뿐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까지 너를 죽이려고 의논하였다” 대목에서 그 준엄한 꾸짖음에 놀란 황소가 의자에서 넘어졌다고 알려진다. 인류 역사는 말, 글, 행동의 자취다. 글의 정수인 성명서는 리더가 일정 사항에 대한 방침이나 견해를 공표하는 글이다. 크게 보면 모세 십계명,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한 모든 인류의 계율과 역사적 논쟁이 글로 이뤄져 왔다. 시의적절한 언어 구사력과 문장은 정치에서 필수다. 성명서의 위력과 파급효과는 지대하며 그 전파는 가히 빛의 속도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니며 그 이면에는 각 단체의 회장, 공보이사, 홍보이사 등 관련
나이 많은 막내가 들어온 다음날 31번 확진자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집과 멀지않은 병원에서. 퇴근하는 길이 앰뷸런스와 경찰차들 그리고 취재진으로 엉망이다. 다음날 대학병원에 있는 후배로부터 확진자가 10명 이상이고 대학병원이 폐쇄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신천지라는 낯선 단어가 모든 도시를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수술이 예정된 다수의 환자로 부터 취소한다는 전화가 여러 통 있었다는 직원의 얘기를 들었고, 예정된 모든 모임이 취소됐다는 메시지도 여럿 받았다. 어쩌면 도시가 봉쇄될지도 모른다는 유언비어가 유령처럼 떠다녔다. 대구시민들은 분노하고 좌절했으며 결국엔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며칠 뒤 첫 사망자가 나오고, 두 번째 세 번째 사망자가 연이어 나왔다.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비어갔다. 도시를 들어오는 언저리에 전국에서 모인 119구급차가 즐비한 동영상을 보고 마음이 너무나 어지러워졌다. 마스크를 파는 대형마트 앞에 늘어선 사람들은 그 다음날 비가 와도 줄어들지를 않았고, 시민들은 또 한 번 좌절과 분노를 느꼈다. 휴진에 들어간 치과가 많아졌고, 내과를 하는 친구와 이비인후과를 하는 친구도 확진자가 다녀가서 자가격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건소…
지난 5월말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위해 ‘탁란’에 대해 알아보았다. 뻐꾸기는 자신의 둥지를 만들지 않는 새로서 알을 품고 있는 다른 새(때까치, 알락할미새, 흔히 뱁새라고 하는 붉은머리 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우는 짧은 순간 둥지에 알을 낳고, 다른 알 하나를 물고 나온다. 뻐꾸기 알은 둥지 안의 다른 알보다 일찍 부화한다. 막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부화하지 않는 알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먹이를 독식하며 어미새보다 더 크게 성장한다. 탁란 현상을 조류뿐 아니라 인간 세계에서도 자주 목격한다. 탁란이 인간세상의 도덕적인 법칙에서는 나쁘다는 것을 아는지 인간 세상에서는 서로 상대가 탁란을 했다고 말한다. 6월 5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SIDEX 2020이 열렸다. 6월 3일 jtbc 뉴스에서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서울시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SIDEX 2020을 반대한다는 뉴스를 메인으로 내보냈다. 뉴스를 본 가족들은 필자가 SIDEX 2020에 가는 것 자체를 극구 반대했다. 특히 치협에서 반대한다는 사실에 더더욱 반대했다. 같이 가기로 한 후배들도 사전등록을 취소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임원으로 활동하고
사람에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한 상황에 처하면 무언가 하려 하는 ‘행동편향’의 습성이 있다. 심리학자들의 여러 분석이 있지만, 요컨대 가만히 있기에는 자신도 불안하고, 상황이 지나간 후 주위의 평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뭔가 했을 때 좀 더 우호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전형적인 예로 축구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골키퍼들이 좌우 방어측을 미리 정하고 공이 날아오기도 전에 몸을 날리는 대응을 택하는 현상이 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행동편향이 행동의 주체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무관하게 큰 비판에 민감한 개인이나 집단에서 적당히 기본평가는 유지해야 하는 경우 채택되는 고전적 인기전략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지난 주말, 이와 같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한 상황에서, 많은 사연을 뒤로하고 SIDEX(시덱스) 2020이 치러졌다. 행사 후 2주가 지나가야 ‘지혜와 용기로 일구어낸 성공적 개최’라는 인정을 받을지, ‘경솔하고 무모한 강행의 예정된 참사’라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행사 전날까지 이어지던 치과계 내의 개최반대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