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끝나고 국민들의 기분은 묘하다. 180석을 차지하고 있던 여당이 152석으로 이전보다 줄어든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자축하고, 야권단일후보를 냈던 정당들은 합쳐서 140석의 수확을 걷고도 참패했다며, 총선을 지휘했던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기대치가 높았던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저조했고, 이러한 선거결과에 “너희에게는 88만원도 과분하다”며 국민들이 국민들을 냉소적으로 보는 어처구니없는 시각도 생겨났다. 왜 그럴까? 필자는 이번 선거의 원인을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이 증폭된 결과로 생각한다. 현 여당의 고정지지층은 베이비붐 이전의 세대로, 이들은 꾸준히 투표하며 결집력이 좋다. 반면에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야당의 소리는 SNS를 타고 젊은 층으로 빠르게 확산되어갔다. 투표율 70%를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수도권에서의 압승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지방에까지 골고루 퍼지지 못한 SNS의 한계와 동여서야(東與西野)의 뚜렷한 대비가 우리나라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러한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치과의사신협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병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의료기관이 환자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와 일반기업체 등과 다른 특성을 갖는 의료기관의 환자정보 수집 관행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의료기관의 경우 이미 의료법에서 환자의 비밀누설 금지에 의해서 환자정보를 보호해야 하므로 개인정보 보호에 익숙해져 있다. 도리어 연말정산간소화 등의 이유로 환자가 우리 병원에 내원했다는 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해야 한다. 진료내용이 나오지 않으므로 관계없다는 국세청의 설명보다는 그것도 환자가 어느 전문과목의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했는지 여부의 측면에서 본다면 하나의 정보에 해당될 수 있다.의무기록이라는 것은 진단, 치료, 치료결과에 대한 기록문서라고 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환자치료에 활용하거나 의료인 사이에 소통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통계자료나 의료비의 산출에서도 근거자료로 볼 수 있다. 행정상으로는 출생이나 사망시각의 확정 등에서도 증명자료로 사용되며, 민형사상에서도 진료기록은 증거자료로 사용된다. 환자가 보험금을 포함하여 각종 수당의 청구자료로 사용되며 진료 후에 진료계약이행의 여부를
기나긴 겨울이 다 지나갔음에도 아직도 조석으로 쌀쌀한 냉기가 느껴진다. 강원도 산간에는 대설의 소식도 전해져 온다.조만간 두터운 겨울옷을 벗어 던지고 따뜻한 봄 햇살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편으로 의료계에도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해본다.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 여야를 불문하고 무상, 반값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물론 삶의 질이 총선과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 반가운 느낌이다.보수나 진보, 양 진영 모두 무상 내지는 반값, 최소의 의료비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반가운 일이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쉽게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이는 국민들이 병의원을 찾는 문턱이 낮아짐을 의미할 것이고 싸게, 자주 병의원을 드나 들 수 있으며 그만큼 내원 환자의 숫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국민들의 부담은 늘리지 않으면서 수요가 많아져 의료비 지출이 커진다면 증세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다른 곳에 써야 할 예산을 깎아서라도 의료비에 충당해야만 할 것이다.정책 입안자들도 더 이상 의료계에 희생만을 강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남 탓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기보다는 남에게 그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더 쉽다는 뜻인데 항상 여러 사람이 관계되어 일을 하게 되는 의료기관에서는 그 화살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문제가 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화살의 방향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그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한 성형외과의 상담실장이 그 성형외과에서 코수술을 받은 환자가 직접 사연을 쓴 것처럼 가장하여 수술 전후 사진과 함께 수술을 받고 예뻐졌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는데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환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있었다. 환자는 비록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눈 부분을 모자이크한 형태로 사진이 올려져있지만 지인들이 보았을 때 자신임을 알 수 있었고, 수술 전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기에 자신의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형외과 병원장은 상담실장이 독단적으로 병원업무와는 관계없이 사진과 글을 올린 것이라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였고, 위와 같은 사실을 안 후 상담실장에게 사진을 삭제하게 한 뒤 해고하였기에 자신이 할 감독상의 의무는 다한 것이라고 대응하였
선거철이 봄에 있다는 것은 지루한 겨울을 끝내고 한층 싱그러운 춘심을 미래에 담아보겠다는 의지를 불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만끽의 시절을 굳이 빤한 정치꾼들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이면을 거부할 수 없는 심성(心性)과도 연관시키게 된다. 세상이란 몹시 지긋지긋한 일들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반복되는 곳인지 더구나 고전을 읽으며 느끼는 수많은 인생의 허탈함이 오늘에도 어김없이 반드시 일어나고 또 그렇게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유로 이 빠른 세상에도 권태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오늘날까지 가치라는 빌미로 무엇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더 큰 숫자의 대가를 치르고 존재하는 것인지 경외롭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속이 다 비치는 논리 싸움을 불러 올 것 같아 아슬하기만 하다. 심지어 지식의 보고인 서점조차 책보다는 큰 멀티숍의 공간으로 물들어가는 지금, 읽을 만한 책은 있는지 또 읽어야 하는 책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짧은 현학의 욕구를 자위하는 수많은 자료들은 나의 존재와 관계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오늘날 우리들이 치과의사로 살아가는 현실은 예전에 비해 훨씬 가혹해진 사회적 요구에 순응해야하는 길이다. 이미 의료서비스라는
구두 몇 켤레는 닳아 없앨 각오로 여기저기 개업자리를 알아보다가 송파구에 개업했다. 개업자금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공휴일까지 진료하는 열성으로 몇 년을 보냈다. 임상실력의 부족을 느끼면, 세미나를 쫓아다니면서 채워나갔다. 빚을 웬만큼 청산하면서 사는 집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이정도면 되었다’라는 안분지족을 느끼기보다는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쉬지 않고 뛰었다. 그럴 즈음 당시 송파구회장으로부터 공보이사의 결원이 생겼으니 남은 임기만 채워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구회 일에 뛰어들었다. 여유없이 개업과 더불어 석·박사과정을 밟아나가는데 몰두하고 있었기에 구회일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원고청탁을 해야 하는 등 너무나 생소한 일이었다. 그래도 선배들의 강력한 권유를 매몰차게 뿌리칠 수 없어서, 참고 견디면서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고, 이제 내가 구회장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을 깨는 고통이 따랐지만, 알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환경으로 나와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경험한 것이 훨씬 좋지 않았나 하는
세상에는 두 가지 ‘쇼’가 있다. 눈과 귀가 즐거운 쇼, 그리고 입과 손가락이 바쁜 쇼!눈과 귀가 즐거운 쇼란, 춤과 노래, 묘기와 마술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보는 눈이 휘둥그레해지고, 귀가 즐거워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쇼를 말한다. 남자 치과의사라면 소녀시대, 원더걸스, 아이유 등을, 여자 치과의사라면 빅뱅과 2PM, 비스트와 같은 아이돌 스타의 공연이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흐뭇한 걸 어찌하랴).반면 입과 손가락이 바쁜 쇼란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터져나올 것 같은 욕 때문에 입이 근질거리고, 저절로 삿대질을 하게 돼 손가락이 바빠지는 쇼를 말한다. 이런 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요즘 우리 치과계에서 공공연히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입과 손가락이 바쁜 쇼가 아닌가.‘눈 가리고 아웅’을 넘어, 이제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쇼를 선보이는 경지에 이른 몇몇 네트워크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어 좋긴 하나, 덕분에 입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아플 정도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하지만 원래 내가 양(덤핑이 아닌 제대로 된 수가라는 주장)’이라고 외치던 제1막이 끝나는가 싶더니, ‘사실은 내가 키다리 아저씨(치과대학에 장학금, 기부금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듯이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이는 맹자(孟子) 이루(離婁)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처지나 경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말이다. 2000여 년 전 맹자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우리 곁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은 그가 훌륭한 학자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세상사람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의사들에게는 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며, 사장들에게는 늘 부하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하고, 직원들에게는 고객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서로의 입장이 실제로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면 생각만으로 입장을 바꿔보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일이 될 정도로 그 차이는 클 것이다. 백인이 흑인분장을 하고 실제 흑인으로서의 삶을 경험한 이야기를 적은 ‘Black Like me’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역지사지가 실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반증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역지
30 년 전 치과 군의관이 야간 당직을 할 수 있느냐 문제로 일반 군의관, 주번 사령실, 삼자가 만나 설전이 오간 후에 목소리 큰 우리가 이겼던 경험이 있다. 요양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자가 의사와 한의사로 되어 있는데 치과의사는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보건소장이 치과의사가 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애매모호하기만 하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것도 현실인 것이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이유는 국민과 정부에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치과위생사의 파노라마 촬영이 허용되는 과정에서 방사선사들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용된 것은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직접 촬영 과정을 보여주며 치위생사들의 치과 방사선 교육과정과 치과 의료의 차별성을 적극 설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권익위원회 직원은 물론 복지부 공무원까지 우리가 일반 의료계에 예속된 단체가 아닌 독립되어 있는 치과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해야만 했다. 의료법을 보다보면 의사, 한의사 분류는 많으나 치과의사로 명확히 구분되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공무원 직군표에 보
우리는 어딘가 아프고 불편하여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인이다. 대상과 결과에 상관없이 치료에 최선을 다하며 환자의 치유를 이끌어 내야하는 중대한 의무가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직업은 상업적인 서비스에 가까운 개념으로 변질되어왔다. 환자는 고객으로 불리며 우리에게 ‘왕’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 소위 말해, ‘갑’과 ‘을’의 입장이 180。 뒤바뀐 상황이다. 이러한 슬픈 현실의 결과로 급기야 작년에는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의료인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주변 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한 두 번씩 겪은 일이지만, 창피하기도 하고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워 심한 가슴앓이를 하며, 정신적인 충격으로 심지어 이전 개원을 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당하는 입장의 피해가 너무 크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진료실 내 난동의 경우 엄격한 법적용으로 현장 구속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최소한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고 한다.얼마 전 필자도 진료실 내 난동을 겪었다. 개원 13년 만에 처음 겪은 일이었다. 진료실에서 진료하고 있었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
요즘은 무서운 계획들이 많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실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만 수 없이 떠도는 음모론과 종말론 같은 루머들에 희석되어 자세히 찾아내지 않으면 그 실체의 한 오라기도 잡아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쩌면 고급 정보들은 기밀로 덮여있고 저질의 가십거리들만 바이러스 마냥 떠돌며 사람들의 생각을 오염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런 하찮은 스토리들은 진실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사고를 심어놓기 때문에 사람들을 정신적인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치명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엄청난 위기에 처해있으면서도 그것이 위기인 것을 전혀 모르는 세상이다. 금융위기는 이미 예정된 악순환의 고리를 따라 진행되고 있음에도 기회를 따라 반짝이는 주식의 작은 수익률에 투자자들은 도끼자루 썩은 줄을 잊고 힘차게 나무를 찍어댄다.결국 조만간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현실이 그 뚜껑이 벗겨지며 드러난다면 인류는 경악하겠지만 어차피 동물 농장이 되어버린 이 사회 구조에서는 이미 정해진 운명이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을 지배하게 될 뿐이다. 침묵의 장기인 간(肝)의 묵언(默言)이 깨지는 날에 온 몸이 파국을 맞듯 드러나지 않고 웅크린 악어의 눈빛이 깨어날 즈음이면 실체가 자명해 질 것이라는 예견을
꿈중에서도 용꿈이 으뜸이요, 짐승의 서열을 따져 봐도 용만한 것(물론, 상상 속의 동물이기는 하지만)이 없다. 덕분에 새해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믿거나 말거나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고 하지 않던가. 어찌되었건 간에 ‘비상’, ‘용기’, ‘희망’ 등 용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믿고 싶은 것이 바로 요즘의 치과계일 것이다.매년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작년만큼 마음 고생이 심했던 해가 또 있을까 싶다.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경제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법마케팅이며, 저수가 치과의 환자유인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치과계 나름대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함께 상처입고,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던 작년이었다면, 올해는 함께 상승하여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그래서 올해 임진년, 우리를 즐겁게 할 가상뉴스를 고민해봤다.① ‘치과계 자정노력 효과 거둬!’과도한 마케팅과 저수가로 환자를 유인하던 치과들… 이제 이웃치과와 화합하고 치과계 동반 성장을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 밝혀!내년 신문에서는 이런 내용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임진년 희망을 줄 수 있는 가상 뉴스를 꼽아보라면 둘로 셋으로 나
프랑스 파리에 다녀오신 분들께서는 모두 느끼셨겠지만 그 곳의 지하철 개찰구는 거의 철문이 열렸다 닫히는 수준이다. 표를 넣지 않고는 절대 플랫폼으로 진입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표를 넣고도 정해진 시간에 지나가지 못하면 몸이나 가방이 끼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나 독일에 발을 딛는 순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개찰구의 존재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형태의 검표기가 넓은 통로에 띄엄띄엄 세워져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플랫폼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손에는 어김없이 티켓이 쥐어져 있다. 동일한 경우에 적용되는 아주 상반된 이러한 두 가지 현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아마도 내적 규제와 외적 규제의 차이에서 빚어진 문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작년 한 해 치과계는 마치 소용돌이에 휩쓸린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치과의사 국가면허를 가진 하나의 집단 내의 균열처럼 보였을 수도 있으며, 양심세력과 그렇지 못한 세력 간의 투쟁과 같이 보였을 수도 있다. 혹자에게는 국민의료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 또는 의사들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졌을 수도 있다. 문득 그러한 현상들이 마치 파리
근대사에 있어 우리나라의 급성장에는 선진국들의 성장에서 나타난 시행착오를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시간의 격차를 줄임으로 가능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후발주자들의 큰 장점인 것이다. 후발주자로서의 탄탄대로를 걷던 우리는 학문, 경제,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고비를 넘으려는 시점에 와 있다.그러나 선발주자로 올라서려면 나름대로의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하고 독창성은 남들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장점을 지녀야 하는데 우리는 이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1970년대 중반 대학 재학시절 전교생을 위한 특강이 있었다. 연자는 시카고대학 교수로 계셨던 정보라 박사님이었고, 선진 치과를 소개하는 강의내용은 전문적인 학술 내용보다는 치과인의 윤리적인 면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중 몇 마디는 머릿속에 깊이 남아 지금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치게 되면 곱씹어 보게 된다. “여러분, 대한민국은 이제 막 중진국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은 복지제도에 발목을 잡혀 성장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갑작스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에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연말을 앞둔 국민들은 TV 앞에서 우리 정부와 다른 나라들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17년 동안 권좌에 머무르며 한 나라를 호령하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기차를 타고 가다가 허무하게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나니 정말 권력의 끝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역사 속으로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새 시대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잦은 송년회에 사람들 마음도 약간은 들뜬 상태였는데, 올해는 조금 차분하게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예년에 비해 캐롤도 잘 안 들리고, 크리스마스 장식도 간소해지고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 느낌이다. 차가운 날씨 탓인지, 어수선한 정치·경제 탓인지 사람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은 것만 같다. 그래도 구세군 냄비 속과 그늘진 곳에 계신 분들에게는 따뜻한 햇살과 온기가 전해지는 연말이기를 기대해본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 했던가? 치과계에 올해만큼 다사다난했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새로운 치협 집행부가 들어서고 불법네트워크 치과와의 기나긴 공방이 있었고,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고발 프로그램과 아침방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