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는 참가자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발견이나 학문을 전파할 수 있는 장이다. 엄격한 동료심사(peer review) 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 연제로 채택돼 발표하는 경우를 좋은 학술대회라 할 것이다. 주최자 입장에서 양질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치의학 전 분야 중 소속 회원 다수가 궁금해하거나 회원이 알아야 할 최신정보를 포함한 연제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또한 학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해야 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에서도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한 치의학 관련 연구, 회원들의 학문·기술향상과 권익 보호, 친목과 복지 도모를 명시하고 있다. 협회를 대신해 지부에서 주관하는 종합학술대회는 위 네 가지가 모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소속감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우수한 역량을 개발하고 개별적 진료 수준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을 제공함으로써 대국민 의료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영남국제치과학술대회 및 기자재전시회 ‘YESDEX2022’를 준비하면서
캐나다는 주류 판매권한을 국가가 가지고 있다. 모든 주류판매점은 국가 소유로, 가격도 국가가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와인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판매된다. 비행기로 냉장상태를 잘 유지하며 가져온 제품과 선박으로 오랜 기간 상온에서 이동된 제품을 분류해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도 국가에서 여러 분야를 직접 통제했다. 점차 자본주의경제체제의 강점인 자유경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한때 담배와 인삼의 판매권을 독점했고, 짜장면이나 라면 등 생필품의 가격을 국가가 결정한 시절도 있었다. 군부독재시절 시작된 이러한 가격통제는 이제 거의 사라져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생긴 마스크나 진단키트 품절 대란과 같은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외적으로 지금도 국가가 제품가격에 관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금(혹은 공적 자금)이 사용되는 경우다. 그 중 하나가 의료보험제도인데, 국가가 징수하는 의료보험료로 운영되므로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해 진료비를 통제하고 있다. 자유로운 경쟁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자본주의체제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주의 형태의 시스템이 일정 부분
지난 10월 서울 한 치과의원에서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보건소의 단속을 받았다. 일회용 주사기, 힐링 어버트먼트,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5년 일반 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2016년 5월에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법이 개정됐다. 이에 대한 부메랑 효과로 치과에서 근관치료 등에 세척용으로 사용하는 주사기는 실제 교차 감염과 무관하나, 단지 일회용 주사기라는 이유로 재사용이 금지됐고, 의료보험 수가에도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5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은 ‘의료인은 일회용 의료기기를 한 번 사용 후 다시 사용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이어 올해 5월 23일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 목록을 공고했는데, 감염 또는 손상의 위험이 높아 재사용이 금지되는 의료기기 중 이식형 의료기기에 임플란트가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재사용 금지라는 이식형 의료기기 중 임플란트는 우리 영역에서는 치과용 임플란트 고정체를 말하므로 치과용 임플란트 상부 구조물인 힐링 어
최근 감염관리에 대한 이슈가 많이 생기면서 감염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이 수년 전과 비교해 매우 높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치과에서도 환자는 물론 의료진과 의료 종사자들의 안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감염관리에 대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치과의 인력채용 및 경영난에 따른 지출이 무한으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 원칙에 맞는 감염관리 매뉴얼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에어로졸과 비말이 주요한 전파 매체이기 때문에 환자 진료 시 에어로졸과 비말이 빈번히 발생하는 치과 의료환경에서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치과의료기관은 감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치과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안전에 대한 필요성과 그에 따른 노력을 촉구하는 선언만이 이뤄지고 있을 뿐, 실질적 대책 마련이나 연구, 정확한 매뉴얼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대부분의 치과의원에서 환자안전의 지표인 환자안전문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연구나 근무기관 규모별로 비교한 연구는 아직까지 쉽게 찾아보기 어렵고, 양질의 의료관리 방법 중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감염관리 활동과 환자안전문화에 대한 인식
지난 11월 15일 대한치과의사협회 제7회 정기이사회와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 다시 확인해 보고자 협회 공식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경을 느끼게 되었다. 평소 치과계 내부의 논쟁과 논란이 외부에서 결정되거나 고소, 고발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몇 번의 직선제 과정에서 우스갯소리로 협회장은 법원 판단과 판사가 선출한다는 조롱섞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치과계 문제는 치과계 내에서 치과계를 위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소 필자의 생각은 아마도 다수 회원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날 치과신문에 대한 경고와 편집인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 요청의 건을 의결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허위사실을 보도하여 확대 재생산했다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협회 윤리위원회는 회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개인회원에 대한 윤리를 대상으로 해야 올바르다. 보도가 문제라면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에 대한 편집권에 대한 책임 문제이고, 칼럼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편집인자격으로 작성한 편집인 칼럼이 문제인데, 둘 다 편집인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하는 사유에…
지난달 마지막 주말의 밤은 매우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매시간 들려오는 뉴스는 고통의 연속이었고, 칼로 가슴을 베이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300명이 넘는 사상자, 무엇이 잘못된 걸까? 사고 직후 정부는 지난 5일까지 추모 기간을 지정, 정쟁을 자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자고 했다. 한편에서는 사고의 원인부터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시스템의 부재, 다수의 신고전화에도 이를 방치한 문제 등을 찾고 있다. 물론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책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또한 책임여부를 철저히 따져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늘로 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 8년 전에도 10대들이 대형참사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되풀이되는 이런 대형 사고는 분명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우리 의료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 함께 검토해 보고 부족할 경우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자책도 해 본
코로나19 펜데믹이 진정되면서 사람들이 차츰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있다. 그런데 얼어붙은 시절이 점점 녹아가고 있음에도 뭔가 풀리지 않는 일들이 있다. 택시 잡기는 힘들지만 정작 택시를 운전할 인력은 없어 차고지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단골식당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식사시간 정도에만 겨우 영업을 하고 있다는 식당 주인의 푸념도 들었다. 서빙 인력이 필요 이하로 운영되고 있어 뭘 요청해도 빠른 응대가 되지 않으니 손님 입장에서도 기다리는 것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 공항에서도 인력부족으로 화물이나 짐이 분실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기사는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존 인력조차도 숙련된 사람들이 아닌 현장에 적응을 채 마치지도 못한 미숙련자라는 것이다. 접수처 근무인력의 서툰 일처리로 원하는 상황이 빨리 처리되지 못하거나, 식당 직원의 아슬아슬한 서빙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긴 하나, 미숙한 해결 과정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듯 최근 ‘키오스크’가 자연스러운 서비스로 자리를 잡고 있다. 대기순서를 입력해 순서대로 입장한 후 키오스크를 이
36년 전 개원 신고 시 구회장에게 들러 인사하고 ‘진료비 수가표’를 받았다. 필자가 조직에 가입했다는 징표이자, 진료비를 당당히 받을 수 있는 근거였다. 구회장 때는 합리적인 수가 결정을 위해 양천구회 회장을 만났다. 실행을 앞두고 동네 형편에 맞춰 미세조정했다. 그러던 자유의지에 수가 담합 행위를 금지한다는 공정위의 간섭이 가해지더니, 지금은 심평원에 비급여 수가를 강제로 제출하라고 한다. 의료계는 민주화와 자유시장 경제에 역행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비급여 공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다가 직원에게 던져주고는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누구처럼 ‘거부’도 못한다. 주변에 물으면 이미 제출해 놓고선 ‘왜 그런 것까지 제출해야 하느냐’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반응을 보인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가고 있다. 옷을 다 벗고도 벗지 않은 척, 제출을 하고도 하지 않은 척한다. 과태료로 위협하는 심평원의 각개전투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미 전면거부는 힘든 상황이 됐다. 그간 심평원에 ‘평균치로 해달라, 나열식 공개를 중단하라’며 대화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40여 곳을 제외한 모든 치과의원이 제출했다. 미제출자들의 고군분투는 표창장감이다.
'구인난’ 비단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를 구하기 힘든 현실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각 지부나 구회에서 회무를 함께 할 젊은 이사들이 사라졌다. 기존 임원들의 몇 회를 거듭한 연임으로 그 피로가 상당함에도 뒤를 이을 후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 개원한 후배 치과의사들은 협회 소속이 돼야 하는 이유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규 개원의 중 협회에 가입한 이가 가입하지 않은 이보다 훨씬 적을 정도라고 한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한국치과의료연감에 따르면 전국 치과의사 수가 지난 10년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인천과 대전에서는 치과의사 수가 40% 이상 증가했지만, 대구는 26% 증가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더구나 회비를 납부하고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정회원의 숫자는 현저히 낮아 대구는 타 지역과 비교해 실제적으로 회원 수의 감소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니어 치과의사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사 수가 3만1,000명이 넘고, 한해 800여명의 신규치과의사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
“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는 것을 멈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그린 하워드 교수는 66세에 점심식사 후 캠퍼스를 거닐다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다행히 그가 쓰러진 옆 건물에는 휴대용 제세동기(전기충격으로 심장박동을 회복시키는 의료기기)가 있었다. 그가 쓰러지자 누군가 심폐 소생술을 시행했고, 다른 누군가는 재빨리 제세동기를 가져와 응급조치를 취한 후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심장마비 발생 시 응급조치가 없을 경우, 생존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워드 교수는 두 사람의 응급처치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타인을 생각하는 자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은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2016년 ‘하워드의 선물’은 필자에게 제세동기의 역할이 돼줬다. ‘하워드의 선물’은 죽음의 문턱에서 되살아난 세계적인 석학 하워드 교수가 말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12가지 지혜’가 담긴 책이다. 그는 40년 넘는 세월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재직하고 있는 최고의 교수이자 미국 경영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 책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뒤 하워드
필자가 2009년에 개원을 했으니, 벌써 개원 14년 차가 됐다. 14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치료를 잘 받아준 환자들, 힘든 시간을 함께한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개원 초기에는 외부 마케팅을 통한 신규 환자들의 유입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 병원 환자의 대부분은 필자의 지인이거나 기존 환자들의 소개, 혹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교정환자의 경우 치료 후 정기적으로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의 시절부터 보던 환자들은 20년 이상의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예전 초-중-고 시절 치료하던 환자들의 결혼식이나 자녀들의 돌잔치에 참석하는 날은 뿌듯한 느낌까지 든다. 오랜 기간 치료받았던 환자들과는 치료 마지막 날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병원 한편에 소중하게 액자를 만들어 걸어 두기도 한다. 이렇게 평온하던 병원에 몇 주 전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 지인 소개로 한 환자가 내원했는데, 수납 문제로 무리한 요구를 하며 상담실장과 이야기를 하며 중 언쟁을 벌이더니 고성과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마음이 여린 실장은 건장한 남성이 쏟아낸 폭언에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고, 대기실은 아수
오랜 노력이 허사가 됐을 때나 커다란 상실감을 느낄 때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불가(佛家)에서 우주가 벌이는 끝없는 변화의 현상을 설명하는 ‘일체제행무상(一切諸行無常)’이라는 글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만든 세상도 우주의 일부이니,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겠지만, 작금의 무한질주본능이 생명력의 합목적적(合目的的) 발현인지 염려스럽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속도가 과도해 항상 제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키는 것들이 이따금 귀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모방은 창조’라는 고색창연한 말과 함께 교육받으며 성장한 7080 세대에겐 현시대의 변화 속도는 다소 벅찬 수준이지만, 앞서 2~30년 한 세대를 넘어오며 형성된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들에겐 ‘유(有)에서 유(有)를 만드는 제2의 창작’으로 정의(‘편집의 힘’ 김용길著)되는 ‘편집’이 적정한 수준의 변화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어 등장한 Z세대에서 ‘변화’는 과거 세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색깔은 과감히 지워내고 나만의 색을 덧입히는 리메이크, 리모델링, 리마스터링 형태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들에겐 이전의 것에 무엇을 좀 더 얹어놓는 수준의 모방과 편집은 더 이상 감각과 인
당랑박선(螳螂搏蟬)이란 말이 있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매미는 뒤에서 사마귀가 노리는 줄 모르고, 사마귀는 뒤를 노리는 참새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참새는 포수가 화살을 겨누고 있음을 모르고, 포수는 앞에 깊은 우물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篇)에 나오는 고사다.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다 뒤에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오래된 고사가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어 참으로 흥미롭다. 인류는 다가오는 미래에 닥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다. 2015년 12월 12일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결의한 파리기후협약이다. 협약의 목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고, 당장 1.5℃ 이하로 유지하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최근 세계기상기구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온실가스농도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만 한다고 얘기하지만, 편리성과 무관심, 자국의 산업이익 때문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서울시치과의사회 임원 및 회원들이 제기한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 및 보고 관련 헌법소원 판결이 멀지 않았다. 비급여 진료비 보고는 진료내역을 포함하는 등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있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 입력 없이 비급여 보고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비급여 보고는 우리 개원의 입장에서 가뜩이나 차고 넘치는 행정업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더욱이 구인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치과 개원가에 더 큰 짐을 얹어 주는 격이다. 그렇지만,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비하면 우리의 자유가 제약되는 것은 그나마 약한 편이라고 본다. 반면,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어떤가? 실제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특별한 행정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위헌을 받아내기가 녹록지 않다. 결국 국민의 알권리에 대항해 치과의사 직업수행의 자유를 주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병의원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비급여 보고가 아닌 비급여 공개다. 공개된 비급여 수가는 온라인 가격비교 플랫폼에서 자료를 가져다 사용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급여…
지난 8월 24일은 90년대 냉전체제의 완화를 위해 북방외교를 야심 차게 펼쳤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교 결실 중의 하나로, 이상옥 외무부 장관과 중국의 첸치천(錢其琛) 외교부장이 조어대(釣魚臺) 17호각에서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9년 전만 해도 양국은 서로 간에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지만, 서로의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몇 년 만 늦춰 달라는 혈맹이었던 북한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국교를 수립하게 됐다. 당시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간절히 원했으며 우리는 우리대로 경제적 실리 추구에만 매몰된 상태였다. 그 결과 중국은 두 개의 한반도 정부와 동시 수교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이라는 수교원칙에 말려들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우리의 국체를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던 중화민국과는 단교하게 됐다. 거기에 대사관마저 중국에 넘기도록 해 단교 직후 대만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원혐은 극에 달했다. 이 일이 우리 외교사에서 중국에 조급함을 보인 가장 큰 허점이 됐고, 이후로 중국은 양국 간에 갈등이 생기면 우리의 약점을 이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