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창간 32주년 특별판이 이번 호로 마무리된다. 지난 제1130호에서는 ‘개원가 AI를 만나다’를 화두로 최근 개원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경영 고민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다뤘다. AI가 과연 임상 중심의 치과에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이도 있겠지만,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아 생활의 일부가 돼 있고 치과에서도 환자 안내문 작성이나 블로그 및 홍보성 문구 제작은 물론 환자 관리 등 경영 전반에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 환자 상담 및 마케팅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어 그 가치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치과 진료 특성상 같거나 비슷한 진료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AI를 활용한다면 환자 연령대 맞춤형으로 치료 과정을 쉽게 설명하는 안내문을 빠르게 완성해 상담 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AI가 만능은 아니다. 활용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요즘 AI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잘한다고 한다.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생성된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우리는 이를 ‘인터넷 쓰레기’라고 한다. 진짜 문제는 AI가 바로 인터넷 쓰레기까지 학습해 ‘진짜’인 것처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직접
지난 2024년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자 의사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당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직 전공의 10명 중 2명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며 의사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일본 의사 시험(JMLE)에 서류를 제출한 인원이 상당수였고, 베트남의 외국인 의사 채용 시험에도 국내 의사 다수가 지원했다. 물론 베트남은 현지 면허 취득이 우선이지만, 병원 보증 등을 통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고 베트남 현지 병원에서는 한국 의사 채용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장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낮은 수가 체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학술대회에 편성된 해외진출 강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개최한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강연에는 우리나라 대형 병원에서 재직하다가 캐나다, 미국 등의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는 의사가 직접 나와 현지 업무와 처우 등을 소개했다. 응급의학과 특성상 정부 정책대로라면 개원하더라도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는 현실이 해외 진출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기존에도 의료
세상은 AI 기반의 시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치과계는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검색만으로도 방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소규모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디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야 할지 두려움 속에 고민한다. 이렇게 빠르게 바뀌고 있는 세상에 ‘맥가이버형 원장’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가장 먼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해보니 되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쌓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임상 술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 인력관리, 수리 등 소규모 치과의원을 유지하고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모든 사항을 찾아서 스스로 배우는 힘을 길러야 한다. 원장이 맥가이버가 돼야 한다. 1980~90년대 인기 TV 시리즈였던 ‘맥가이버’는 주제가만 들어도 기억나는 액션 드라마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피닉스 재단 소속 첩보원 맥가이버의 활약상을 그렸다. ‘007’로 대표되는 기존의 스파이물에 나오는 첩보원과 달리 맥가이버는 화학이나 물리학의 기본 지식을 이용해 기발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설정이었다. 맥가이버는 뛰어난 과학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K-문화의 위엄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K-POP 걸그룹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K-POP과 악귀 퇴치라는 상상치 못한 조합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한마디로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는 ‘K-무당즈’라는 독창적인 설정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놀랍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했고, 한국계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손잡은 글로벌 협업의 산물로 동서양의 감성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케데헌이 글로벌 열풍에 휩싸인 이유는 K-POP과 판타지, 동양적 정서를 제대로 녹여낸 스토리와 세련된 연출이 어우러진 결과다. K-POP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애정에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이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작품 속 ‘헌트릭스’가 라이벌 그룹 ‘사자보이즈’와 대결구도로 팬들을 악령으로부터 지키는 서사는 K-POP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아이돌 그룹 간의 경쟁을 판타지적으로 변주해 전 세계의 흥미를 자극했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별다방’이라 부르는는 ‘스타벅스(Starbucks)’는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다. 본사는 미국 시애틀에 있으며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은 1971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커피 원두를 판매하는 소매점에 불과했지만,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커피 전문점으로 변모했고,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 ‘스타벅스’라는 이름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초기 창업 멤버였던 제리 볼드윈, 고든 보커, 지브 시걸은 상호명을 고민하다 미국의 대문호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등장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탄 고래잡이 배의 이름인 ‘피쿼드(Pequod)’를 고민했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최종적으로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을 선택했다. 소설 모비딕에서 스타벅은 에이헤브 선장의 맹목적인 복수심에 맞서 유일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강인함과 모험심,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확장성 등을
“신이시여, 노여움을 노래하소서,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노여움을.”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쓰였지만,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또 읽히고 있다. 누구에게나 숙명의 숙제 같은 책이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작품들이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철학적 의미까지 이해해야 하기에 항상 엄두가 안 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중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 서사시다. 유럽 문명 최초의 고전 문학이자 ‘오디세이아’와 함께 고대 그리스와 이후 서양 문명의 문학,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 호메로스가 저자라고 전해지지만, 창작한 작품이 아니라 옛날부터 전해지던 이야기를 편집했다고 여겨지며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를 시기에 문자로 기록된 그야말로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트로이아 전쟁 중 51일간의 이야기다. 트로이아의 왕자 헥토르와 그리스 연합군의 전사 아킬레우스,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인간의 원한과 복수,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할지언정 명예로운 삶과 죽음
“당선될 수만 있다면 과장된 공약을 남발해도 괜찮다. 유권자는 공약에 박수를 보낼 뿐, 얼마나 지켰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날 정치 현실을 꼬집는 듯하지만, 사실은 프랑스 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이 1895년 출간한 ‘군중심리’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흑색선전으로 상대를 공격하되,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분석은 13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군중심리란 많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할 때, 고립되거나 비난받지 않으려 동조하는 심리를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어떤 여론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반대하지 않으려는 것, 신호등이 빨간불이어도 한 명이 무단횡단하면 줄줄이 건너는 것, 커피숍에서 일행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원래는 라떼가 먹고 싶어도 따라가는 것 등이 그렇다. 르 봉은 프랑스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군의관으로 보불전쟁에 참전했다. 그 과정에서 ‘9월 대학살’과 같은 비이성적인 집단행동을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집필한 ‘군중심리’는 학술논문이 아닌 에세이 형식이었고, 처칠·레닌·스탈린 그리고 드골 같은 각국의 정치 지도자와 각계 인사들이 애독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군중에 관한 연구
입추(立秋)가 지나니 삼복염천 무더위도 한풀 꺾이며 가을 문턱에 들어선 듯 하다. 절기상 입추 이후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있지만 밤이면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우리는 가을을 서서히 준비한다. 무더위에는 엄두도 못 내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려 ‘치과의사의 서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서울시치과의사회 전자도서관을 열어보니, 보유 도서가 크게 늘어 있었다. 올 가을은 다양한 책과 함께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요즈음 손에 잡히는 책은 주로 심리학, 그중에서도 사회심리학 분야다. 사회심리학은 개인 간 상호 작용과 사회적 환경 속 인간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학과 심리학의 중간이고, 두 분야를 결합해 연구하는 종합 과학이기도 하다.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어쩌다 어른’ 등 여러 방송에서 교수들이 ‘한국인의 특징’을 주제로 사회심리학 강의를 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한국인을 정확하게 정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관계주의적 문화’를 갖고 있으며, 조직 내에서나 타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관계주의적 문화를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린 지 1주일 만에 소상공인 매출은 늘었다고 한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장 38만여 곳의 카드 매출 중 안경원 업종이 56.8% 급등하며 가장 높았다. 패션, 의류, 외식업종도 20%대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시행 직후부터 소상공인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하며, 유통, 외식, 미용 분야 등 생활 밀착 업종에서 뚜렷한 매출 상승이 일어난 만큼 더 많은 골목상권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치과의원은 상황이 다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혜택은커녕 “코빼기도 못 봤다” 반응이 대다수다. 물론 불볕더위와 휴가철이 겹친 시기라 서비스업 전반에 효과가 고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13조 9,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7월 22일부터 전 국민의 90%가 신청했고, 이미 8조 2,371억원 규모의 소비쿠폰이 지급된 현실을 감안할 때 치과계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치과계 전반적으로 경기가 불황인 이 시기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치과 매출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지난 1~4월 경기 광명시에
삼복염천(三伏炎天)이라더니 날씨가 정말 ‘이글이글’하다. 초복과 중복을 지나 말복을 앞두고 있으니 무더위의 절정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은 ‘엎드릴 복(伏)’으로, ‘엎드리다’, ‘숨는다’는 뜻도 있고 삼복(三伏)을 통칭해 말하기도 한다. 복(伏)을 풀어보면 뜨거운 더위에 사람이 개처럼 납작 엎드린 형상을 뜻한다. 단순히 더위에 지친 몸 상태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연 앞에서 겸손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단어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을 시절 선조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냈을 터이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삼복(三伏)은 진나라 덕공(德公) 2년에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조정에서는 신하들에게 고기를 하사했고, 민간에서는 떨어진 기력을 보양하기 위해 육류나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이러한 문화는 농경사회 문화권인 우리나라에도 절기에 맞춰 보양식을 나눠 먹는 풍습으로 전승됐다. 서양에도 대개 7월 초에서 8월 초의 무더운 여름을 ‘도그 데이즈(dog days)’라고 한다. 이 시기는 시리우스(큰개자리 알파별)가 떠오르는 때로, 고대 헬레니즘 점성술에서는 이를 열사병과 가뭄 등 기후 이상이 나타나는 가장 덥고
2024년 8월 도입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는 시행 초기의 기대와 달리, 현재 사용자와 고용인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제도는 저출산 해소와 해외 인력 수급의 대안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실효성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용자들은 일반 가정에서 일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구하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도우미 역시 낮은 임금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 명분은 맞벌이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인 기대는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겠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제도가 안착하지 못하면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지금에야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처우 개선과 다양한 지원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 인력을 선택했다. 농어업과 건설,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돌봄 영역까지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4년 22만명이던 가사·육아도우미 수는 2023년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10만 명으로 감소했으며, 그중 95%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반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자주 쓰인다. 특히 우리 한국인은 타인의 일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오지랖이 넓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본인이 옳다고 믿는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굳이 고치려고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원래 ‘오지랖’이란 웃옷이나 윗도리의 앞자락을 뜻하는 단어다. 겉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덮는 것처럼, 굳이 간섭할 필요 없는 일에 주제넘게 참견하는 태도를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 오지랖이 넓다는 건 남을 감싸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물론 배려심이 크다는 것은 미덕이다. 다만 그 배려가 지나쳐 상대에게 부담이 되거나 불편하게 만들 때 이를 경계하는 의미로 ‘오지랖’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요즘 우리 치과계는 오지랖이 넓은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좁아서 문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무관심한 태도가 만연해 있다. 마찬가지로 치과계에서도 공동의 문제에 외면하거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더 아이러니한 것
미국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주변에는 두 개의 전쟁기념물이 있다.하나는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 또 하나는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이다. 이 두 기념물은 미국이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의 디자인은 당시 스무 살의 중국계 미국인인 예일대 건축과 재학생이었던 ‘마야 린’의 작품이다. 죽은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검은 벽을 따라 더 낮고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다 다시 오르막 경사로로올라와 빠져나오는 단순한 디자인은 마치 죽음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가 삶의길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9·11 메모리얼파크 공모전에서 파격적인 건축 디자인이 채택되었을 당시 공모전 심사위원이 바로 마야 린이기도하다. 링컨기념관 우측에는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이 있다. 벽화 담장을 중심으로 V자 형태로 실물 크기보다 조금 큰 19인의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조각상들은 마치 하나의 소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중 14명은 미 육군, 3명은 해병대, 1명은 해군 위생병, 나머지 1명은 공군 관측장교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백인,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인디언계 등 인종도 다양하다. 주변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는 미국의 여류 작가 ‘진 웹스터’가 1912년에 발표한 성장소설이다. 여대생 ‘주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당시 미국 사회의 교육과 계급, 여성의 자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주디는 답답하고 지루한 보육원 생활에서도 글 쓰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우연히 그녀의 글을 본 익명의 후원자는 주디가 대학에 진학해 공부할 수 있도록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대신, 후원자인 자신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게 했다. 후원자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주디는 그의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위로했고, 기숙사를 같이 쓰는 방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낸다. 다양한 학문을 배우면서 교양을 익히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주디는 같은 방 친구인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인 저비스(Jervis)를 만나게 된다. 주디는 대학교에서 편집장을 맡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정도로 작가가 되기를 원했다. 이런 주디의 키다리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이자 극작가로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대표한 시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비롯하여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신비로운 아일랜드 신화 등 초월적 주제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그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889년 탐미적인 첫 시집을 발간한 이후로도 그의 시는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를 발전시켜 나갔다. 1890년대에 아일랜드는 민족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가톨릭 신자가 새로운 기득권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예이츠의 문학관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는 아일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를 통해 국민 전체와 국가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이츠의 초기 작품은 낭만주의적 성향이 강했으나, 후기에는 점차 상징주의로 전환됐다. 그의 후기 작품은 오랜 전통과 이교도적 신앙 같은 인류학적 요소를 통해 아일랜드 고유의 정서를 탐구했다. 1886년 이후 발표한 많은 수필과 평론은 역사적 격변기에 걸맞게 진정한 아일랜드를 알리겠다는 시도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