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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칼럼 9] 애덤 스미스, 케인즈, 그리고 토마 피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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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론’ 요약 [저스틴폭스(Justin Fox)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

송강(松江) 송형석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SNUMBA)에서 수학하고,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의료기관전문회계법인인 송강회계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주)와이즈케어(www.wisecare.co.kr)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병원컨설팅과 의료비분납시스템인 와이즈플랜(www.wiseplan.co.kr)을 보급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hssong@wisecare.co.kr)


정부가 왜 이러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유방임주의를, 케인즈는 ‘일반이론’에서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면, 뉴욕타임스가 애덤 스미스와 케인즈에 견주어 칭찬해 마지않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은 거의 강제에 가까운 부의 재분배를 역설하고 있다. 남의 이야기라 간과하기에는 최근 우리 정부의 움직임(부자증세 논란, 보유세, 전문가 집단의 세무조사 확대)도 마치 피케티의 주장과 맞물려 있는 것 같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21세기 자본론’을 정리해보았다. 자본에 대한 석학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21세기 자본론’의 주장 파리경제대학 피케티 교수와 UC버클리의 임마누엘 사에즈(Emmanuel Saez) 교수는 15년간의 연구결과를 요약해 미국 내 소득 상위 5분위, 아니 상위 1% 부자들, 그리고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0.1%와 0.1% 부자들의 자본 축적에 대한 논쟁을 이끌어내고 있다. 피케티 교수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세금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하고(아마 기록에 대한 집착이 문화로 자리 잡은 프랑스 출신이라 가능했지 싶다) 영국, 미국, 일본에 걸친 검증을 통해 소득 불평등 증가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이에 대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자본(피케티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부(富)를 의미한다고 보아도 무방한)이 증식하는 속도는 전체 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다. 자본으로부터 얻는 소득은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균등하게 분배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들이 합쳐져 불평등은 증가한다. 피케티 교수는 자본주의가 결국 스스로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마르크스만큼이나 급진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으나 그는 더 많은 자본과 낮은 세금이 성장을 촉진하지 않고 불평등은 자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주류 경제학의 가르침에 반기를 들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보았을 때, 자본 이윤율과 경제적 불평등의 감소는 오직 1차, 2차 세계대전 이후에만 예외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대량 증세와 자본 파괴가 이루어졌던 시기이다. 그리고 이 자본 파괴 현상이 역설적으로 엄청난 경제 성장을 불러왔다고 한다. 이후 수십 년 동안의 평화로운 시절이 지난 오늘날, 성장은 둔화되었고, 세율은 낮아졌으며,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는 모든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이런 흐름을 대체할 무언가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주장한다.

 

피케티는 ‘보스턴 근처 대학(MIT)’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곳은 경제학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프랑스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프랑스의 역사적인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자본 대 소득의 비율이 7대 1 정도로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으나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2차 대전이 끝난 다음부터 점차 원래의 수치를 회복해서 수십 년이 지난 요즘 다시 원래의 높은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피케티 교수는 말한다. 프랑스만큼 완전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의 기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불평등이 심화하는 속도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빨랐다.

 

‘21세기 자본론’의 미래예측(돈이 돈을 번다) : 피케티 교수는 유럽에서의 부(富)의 축적이 궁극적으로는 19세기 세습 자본주의의 부활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노레 드 발자크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재산을 상속받거나 결혼을 통해서 이를 획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피케티의 데이터가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세계대전의 여파와 높은 세율이 부의 세습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이 돈을 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내 대학들의 기금 운용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면서, 가장 많은 액수의 기금을 모집한 대학들의 수익률이 나머지 대학들과 극적인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부와 소득은 유럽보다는 덜 집중되어 있었으나 1970년대부터는 미국의 1%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상위 0.1%들에게 다른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부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피케티는 ‘슈퍼매니저’들의 등장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내 0.1%들의 소득 중 60%가 기업의 관리직과 금융 전문가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소득이 이렇게 엄청나게 치솟게 된 주요 원인은 최고소득세율의 인하에 있음을 밝혔다. 그와 동료들이 아메리칸 이코노믹 저널(American Economic Journal)에 실은 논문에서 최고소득세율 인하와 상위 1%의 소득 증가가 13개국에 걸쳐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증명해냈다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는 이미 시작된 세계적 차원의 논의 : 피케티는 세계적 차원에서의 누진적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1년에 0.1%에서 시작해서 50억 유로(69억 달러) 이상의 자산에 대해서는 2%까지 부과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처방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여러 번 자기 생각을 ‘이상적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생각이 왜 더 현실적이고 공정한 방법일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이것이 다른 방법들보다 자본주의 내에서 부(富)가 창출해 내는 긍정적 결과들을 손상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전 유럽 차원의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른 어떤 방법들보다 간단하며, 공정하고, 유로존 재정위기에 있어서도 훨씬 성장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이 강제로라도 부의 재분배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고소득구간 세율을 80%까지 올려 거의 ‘몰수(그의 말에 따르면)’에 가까운 조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전에도 피케티와 동료들은 소득 불평등에 대한 전 세계적 차원의 논의를 이미 시작하였고, ‘21세기 자본론’에서 기존의 경제 역학관계를 뒤집을 주장을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불평등의 증가가 경제성장의 부산물이라거나, 자본이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쉽게 전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이를 반증하는 데 꽤 많은 노력이 들것이기 때문이다.

 

부의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돈은 돌고 돈다) :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급진적이지만 반증이 없는 한 세계적으로 국가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제 안정된 지위의 보장이나, 성장을 위한 평등의 희생을 그리워할 때는 적어도 지난 것 같다. 부의 재분배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시대, 독자들 모두 돈이 돈을 번다는 상식을 공리로 받아들이듯이 적어도 경제적 부의 수준이 상위 일정 부분에 속한다고 생각된다면 일정 부분의 증세와 부의 재분배 논쟁을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이해되지 않는 정부 정책을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언제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것인가?

 

“재분배가 다시 성장으로 돌아온다!?” 꼭 윤회라고 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이 깨우친 것은 아닌지. 돈은 돌고 돈다는 말을 그렇게 두꺼운 책으로 설명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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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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