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6.5℃
  • 구름조금강릉 13.6℃
  • 구름많음서울 17.9℃
  • 맑음대전 14.4℃
  • 맑음대구 16.0℃
  • 맑음울산 15.5℃
  • 구름많음광주 16.0℃
  • 박무부산 17.6℃
  • 구름많음고창 ℃
  • 구름많음제주 18.6℃
  • 구름많음강화 16.7℃
  • 맑음보은 13.3℃
  • 맑음금산 10.6℃
  • 구름많음강진군 13.2℃
  • 맑음경주시 13.1℃
  • 맑음거제 15.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여름보다 겨울에 수술하라던데요?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70)

며칠 전 양악수술 환자와 상담 중에 어머니로부터 “여름보다 겨울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던데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필자는 “물론 당연합니다. 에어컨이 없는 병원에서 수술하신다면 여름보다는 겨울에 수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이 수술 부위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산하고 두 달간 머리를 감지 못하고 목욕도 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출산하고 바로 머리 감고 목욕도 합니다”라고 답변했다.

 

30대 딸은 어머니가 부모의 감시를 피하며 몰래 머리를 감던 세대임을 몰랐고, 그런 때도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예전 어머니들은 출산하고 2개월 이상 목욕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 상식이 40년 세월을 넘어서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이 겨울 수술이다. 예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부적합한 정보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거짓정보와는 다르다. 거짓정보는 처음부터 옳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많은 거짓정보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2016년 옥스퍼드사전은 그해 세계의 단어로 Post-truth(탈 진실)로 선정하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적 특성이라 말했다. 그만큼 정보의 바다 속에서 거짓 정보가 여과 없이 넘쳐나는 현실이다. 거짓뉴스, 가짜뉴스(fake news), 오보, 인터넷 루머를 넘어 그 속도마저 전염병처럼 빠르다는 인포데믹(infodemic)까지 이르렀다. 옛날 선화공주를 비방한 서동요가 전형적인 거짓 정보였고, 통상 특정 목적이 담겨있기 때문에 해악이 크다.

 

반면 겨울 수술이 좋다는 정보는 시대에 맞지 않은 정보이지만 틀린 정보는 아니다. 아직도 어딘가에 에어컨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맞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아직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접한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아마도 엄마는 겨울 수술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이유를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각자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거나 누군가로부터 들었거나 교육을 통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나치 교육처럼 국가가 특정 목적으로 어려서부터 잘못된 거짓정보를 주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 인식된 거짓 정보를 깨닫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기도 하고 모르는 상태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다양하게 형성된 정보를 각자가 의심 없이 옳다고 믿는다. 많은 경험을 할수록 더 많은 옳음이 생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공고히 되고 신념이 되기도 한다. 나이 들면서 고집이 세지는 이유다. 본인들은 경험이라 말하고 젊은 사람들은 ‘꼰대’라고 말하는 차이다.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손아랫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적어도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에 대해 의심해 봐야 한다. 내가 변하지 않은 동안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 20~30년 정도 시간적 차이가 있다. 부모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옳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싯적에는”, “나 때는”이란 단어가 생각나면 이미 흐름에 늦었다. 자녀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각을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음을 인식하는 작업이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n번방 사건 범인 대부분이 10~20대인 이유다. 부모는 자녀가 어리다 생각하고 그들 세계를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기성세대가 젊은이의 기계 정보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클 수 있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연륜이나 경험을 자신의 생각을 굳히는 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포용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돌려야 한다. 필자가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는 것이 있다. 치과의사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세대별로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고 관심도 다르다. 필자 기준에서 옳은 것이 20~30대 치과의사들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말이거나 동상이몽일 수도 있다. 모두에게 옳은 정보를 찾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 생각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포용력 확장의 시작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데이트폭력의 심리
수능만점자였던 의대생이 데이트 폭력을 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했다. 3일에 1명꼴로 데이트 사망이 발생한다고 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통상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친절하게 잘해주다가 서로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날부터 조그만 폭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강도가 증가하며, 항상 ‘폭력→사과→애걸→맹세→협박’이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 심리학적으로 데이트폭력 원인은 간단하다. 집착이다. 어려서 사랑하거나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멀어졌거나, 심리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에 집착이 심해진다. 이들은 헤어짐을 이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음으로 인식한다. 버림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배우의 마지막 대사인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가 집착 심리의 전형적인 말이다. 심리적으로 그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에 버림받은 경험에 대한 반발심리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