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의 백년대계를 이끄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가장 강력한 힘은 3만 회원들이 납부한 신성한 회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집행부의 도덕적 정당성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성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감사(監査)’의 직책은 치협의 상식과 도덕적 최후 보루이기에, 감사에게는 일반 임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엄격한 자기 절제가 요구된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의 판결 소식과 이에 따른 치협 내부의 갈등 양상은 과연 우리 치과계의 공정과 도덕성이 올바른 궤도 위에 서 있는지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최근 치과계 전문지 보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치협 제33대 회장단 선거 당시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모 치과전문지가 보유한 약 2만 명의 회원 이메일을 당사자 동의 없이 선거 홍보물 전송에 무단 이용하도록 공모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현직 모 감사(당시 총무이사)에게 벌금 700만원의 1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현직 감사가 대규모 개인정보 무단 이용 공모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은 감사의 신뢰성과 정당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법률적 최종 확정 여부를 떠나,
치과의사이자 의료인인 필자도 몸이 불편하여 인접한 다른 의원을 진료 마감 시간에 임박하여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접수를 받아 주어서 치료를 무사히 마쳤을 때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 병원의 직원들도 이런 경우에, 배려하는 얼굴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잘 맞이하고 있을까?’ 이와 같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을 베풀라”라는 메시지, 즉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덕률인 황금률(golden rule)이 그리스 신화를 투영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문학 작품들과 동양 철학 속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손님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생존이자 신앙이었다. 올림포스의 신들, 특히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종종 누더기를 걸친 거지나 지친 나그네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을 찾아가 사람들의 도덕성을 시험했다. 한 번은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나그네로 변신해 어느 마을을 찾았을 때, 부유한 주민 모두는 이들을 문전박대했고 오직 가난한 노부부 바우키스와 필레몬만이 자신들의 마지막 음식과 포도주를 꺼내 정성껏 대접했다. 신들은 마을 전체를 대홍수로 쓸어버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캠프가 내걸었던 “It’s the economy, stupid”에서 유래한 문구로, 당시 불황 문제를 부각하며 승리하는데 기여했다.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경제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단어를 바꿔 사용하는 일종의 스노클론(Snowclone)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는 걸프전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다시 없을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종전 직후 조지 부시의 지지율은 무려 90% 이상으로 치솟았고, 도전자에게는 이를 무너뜨릴 틈이 없어 보였다. 이때 선거 캠프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기가 막힌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냈다. 당시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한마디는 미국 유권자의 관심을 국내로 되돌렸고, 부시를 경제에 무관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당시 인구 240만, 미국 남부 시골의 가난하고 작은 주 아칸소의 주지사 클린턴은 그렇게 대통령이 됐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은 “바보야, 문제는 환자야”다. 치과계는 1992년 당시 미국의 경기 침체와 너무나 비슷하다. 반도체
치과 개원가는 기술적 숙련도만큼이나 복잡한 ‘관계의 역학’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원장은 진료실 내에서는 정밀한 시술을 수행하는 임상가여야 하며, 데스크와 스탭 앞에서는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이자, 환자에게는 신뢰받는 치료자이자 상담가라는 다중적 캐릭터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성어가 바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다. 글자 그대로 “너무 가깝지도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하라”는 뜻의 불가근 불가원은 흔히 인간관계의 지혜를 논할 때 인용된다. 이는 춘추시대 월나라 왕 구천(勾踐)과 그의 두 충신,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해 굴욕적인 항복을 하고, 오나라 왕 부차의 마구간지기 노릇을 하는 등 온갖 치욕을 겪었다. 구천은 처절하게 복수를 다짐하며 20년의 세월을 견딘 끝에 와신상담(臥薪嘗膽)하여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승리를 거두는데, 이때 그의 곁에서 모든 치욕을 함께 견디며 복수를 도운 인물들이 바로 명재상(名宰相) 범려와 문종이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범려는 구천의 본성을 꿰뚫어 보았다. 구천은 고난의 시기에는 신하들의 지혜를 절실히 필요로
필자는 지난 지면을 통해 ‘불법덤핑치과 척결을 위해 전 치과계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법 의료광고로 초저수가를 내세워 환자를 대량으로 모집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형 부실진료와 불법위임진료 등을 자행하는 일부 의료기관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최근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의식하진정법을 이용한 임플란트 시술 도중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국과수 부검 결과 국소마취제의 과도한 투여에 따른 독성반응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알려지면서 당시의 문제의식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왜 국소마취제를 과량으로 투여하면서까지 치료를 강행했을까? 수술 범위가 넓거나 시간이 길어지면 일반적인 용량보다 추가적인 마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약물 투여가 계속 필요하다면 어느 순간에는 환자의 상태와 누적 투여량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 치료를 나눠 시행하거나, 더 이상의 약물 투여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시술을 중단하는 것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예정된 치료를 강행하는 것 보다 환자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 재임 당시 의료광고에서 ‘수면임플란트’라는 용어의 사용을 불허한 바 있다. 이는
현대 의료 현장은 첨단 장비와 효율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각축장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진료는 정밀해졌지만, 역설적으로 병원 문을 나서는 환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데이터’나 ‘기술’로 치환될 수 없는 ‘인간적 유대’에 대한 갈증일 것이다. 필자가 21년 동안 개원의로 살아가며 나름의 최선으로 지켜온 원칙 중 하나는 환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드리는 것이다. 이 소박한 ‘호명의 미학’에 담긴 인문학적 배경과 뇌과학·심리학적 근거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료의 본질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는 흔히 ‘몇 번 체어 환자분’, 혹은 ‘임플란트 상담 환자’라는 익명의 존재로 머물기 쉽다. 그러나 의료진이 환자의 이름을 정성껏 불러주는 순간, 그는 수많은 내원객 중 한 명이 아닌 ‘단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격상된다. 이름은 그 사람의 삶과 정체성이 응축된 고유한 기호로서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나는 당신을
한때 거의 24시간 동안 음악만 듣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지만, 실로 그런 때가 있었다. 그도 한때의 것인지, 아니면 그 시기를 충분히 겪었기 때문인지 요즘 일상에서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겨우 음악을 듣는 처지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과거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새로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지난해, 부산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오던 중 만난 노래였는데 단박에 필자의 심금을 울렸다. 대학 졸업 2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귀에 쏙쏙 감겨왔다. 안치환의 ‘오늘이 좋다’였다.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너무 오랜만에 모여 지난 날의 추억을 나눠보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누구는 저 세상으로, 또 누구는 먼 나라로 떠나지만 그립던 너의 얼굴 너무 좋구나. 니가 살아 있어 정말 고맙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 살다 보니 외롭더라. 니가 있어 웃을 수 있어 좋다. 시집 안 간 내 친구야, 외기러기 내 친구야. 오늘은 내가 너의 벗이 될게. 우리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도 넌 변한 게 없구나.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집행부가 직무대행 체제 속에서 회무를 이어온 지도 3개월여가 흘렀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최대 행복의 원리)’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현실정치에도 직접 뛰어들었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사상과 선언을 토대로 우리 치과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갈 힌트를 얻고자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명언 “확신(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해관계(관심)만 가진 99명과 맞먹는 사회적 힘을 가진다(One person with a belief is a social power equal to ninety-nine who have only interests)”는 그의 저서인 ‘대의정치론(Considerations on Representative Government, 1861년)’에 등장한다. 단순한 처세술이나 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한 경구가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사회적 무관심을 경고하고, 여론과 사상이 역사를 바꾸는 핵심 동력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온 정치철학적 선언이다. 밀이 ‘대의정치론’을 집필하던 19세기 중반 영국은 선거권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며 대중
“구 교수, 급하게 부탁해서 미안한데 방콕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경희치대 박영국 교수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온 것은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주관하는 NCD 포럼에서 발표하기로 되어있던 연자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돼 대신 가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제는 ‘한국 치과계의 NCD’였다. 거절의 기술을 익히지 못했던 탓에 일단 수락했다. 그런데 NCD가 뭐지? 인터넷부터 검색했더니 비전염성 만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을 줄여서 그렇게 말한다고 나와 있었다. 필자만 모르고 있었나 싶어 주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출국시간은 다가오고 강의자료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도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고민 끝에 한국이 초고령화사회에 대응해 구강건강 증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점을 중심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연간 1회 스케일링 건강보험 적용과 2014년 75세 이상 부분무치악 노인을 대상 으로 시작된 평생 2개의 임플란트 급여화 혜택 등을 소개하기로 했다. 2015년 8월 초 방콕의 날씨는 무척 무더웠다. 발표 순서를
과거 치의학 서적의 초기 번역본에서 ‘crown and bridge’를 ‘왕관과 다리’로 직역한 것을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번역의 마법’이라 불리는 극명한 사례를 통해 임상에서 환자의 언어를 정확하게 번역해야 하는 우리 치과의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945년 7월, 포츠담 선언을 통해 연합국은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권고했다. 당시 일본의 스즈키 칸타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정부 입장을 ‘모쿠사츠(默殺, 묵살, mokusatsu)’라는 단어로 표현했는데, 스즈키 총리의 본의는 ‘노코멘트(No comment)’, 즉 군부의 반발을 고려해 시간을 벌며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전략적 침묵’에 가까웠다. 하지만 총리의 기자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시 일본의 대외선전매체 역할을하던 도메이통신은 영문기사에서 ‘모쿠사츠’를 ‘언급(논평)을 삼간다(No comment)’ 대신 ‘무시한다(ignore)’쪽으로 보도하고, 연합국 측에도 ‘Ignore(무시)’ 혹은 ‘Reject with contempt(경멸 섞인 거절)’로 번역되어 보고되었다. 이 치명적인 오역은 트루먼 대통령을 격분시켰고, 결국 답변이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에 히
대한여성치과의사회 합창단을 창단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몇몇 지부에서 합창단이 활성화되어 멋지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에 용기를 내어 시작한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질까 걱정이 앞섰다. 매일 이어지는 고단한 진료와 가정생활, 육아, 끊임없는 임상 공부로 지친 여성치과의사들이 합창단 활동에 선뜻 시간을 더 낼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순전한 기우에 불과했다. 모집과 동시에 20여 명이 모였고, 일 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단원은 5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단원은 모두 여성치과의사들이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한 주의 피로가 가장 무겁게 내려앉는 시간에 진료를 마치고 서둘러 연습실로 향한다. 준비된 김밥과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 뒤 악보를 펼치고 화음을 만들어 간다. 진료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을 맞추는 순간들에 따뜻한 소통과 위로가 오간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서로의 웃음과 격려 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충만함이 있다. 우리도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
2016년 3월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매치에서 5판 중 기념비적인 1판을 이긴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현존 최강으로 평가받는 바둑 AI ‘카타고(Katago)’의 인간-AI 리매치는 2점 접바둑, 제한시간 차등(인간: 기본 5시간, 30초 초읽기 1회 vs AI: 매 수 20초)으로 인간에게 어드밴티지를 준 상태에서 벌어졌는데, 지난 10년 동안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의 엄청난 진보가 있었다.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보다 카타고가 2~3점 이상 강해진 것이다. 그런 카타고를 상대로 신진서 9단이 2점 접바둑이지만 최종 역전승(2-1)을 거둔 것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유일무이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치의학과 의학에서는 진화 중인 AI를 경쟁 상대 혹은 상생할 수 있는 동료로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이전까지 의료 분야에서 왓슨과 같은 의료 AI나 초창기 딥러닝 모델은 주로 ‘이미지 인식’에 치중돼 있어서 X-ray나 MRI 영상을 보고 암세포를 찾아내거나, 피부과 사진을 보고 피부암 여부를 판별하
소아치과 대기실에 어울리지 않는 건장한 군인 한 명이 앉아 있다. 1년 전 군대에 간다며 마지막 검진을 받았던 그의 손에는 PX에서 샀다는 위스키 한 병이 들려있다. 그와의 인연은 12년 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치 발치조차 힘들던, 겁 많던 아이가 건장한 군인이 되어 진료실을 찾아와주는 것은 치과의사로서 분명 뿌듯한 일이다. 그와의 인연을 만들어준 ‘주치의’ 제도가 고마울 따름이다. 치과주치의제도는 단순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지정된 치과의사가 아동 및 소외계층의 구강건강을 정기적·포괄적으로 관리하여 구강건강불평등을 없애는,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제도다. 2007년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치과주치의제도가 처음 공식 제안된 이래 2012년 서울특별시가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4학년 및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학생·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을 전격 시행하였다.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면서 제도는 부산, 인천, 울산, 경기 등 14개 이상의 광역·기초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어 정부는 2021년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광주광역시와 세종특별시에서 3년간 1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우리는 흔히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오복(五福)의 으뜸으로 꼽으며, 그 중심에는 늘 치아 건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치아의 가치가 단순한 삶의 질을 넘어 ‘생사(生死)’의 갈림길을 결정짓는 엄중한 척도라는 사실이 최근 대규모 국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백히 증명되었다. 대한치과보철학회가 ‘제11회 틀니의 날(7월 1일)’을 맞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연계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 치과의사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한국인 중에서 자연치아가 단 1개 감소할 때마다 사망위험은 약 1.2%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실된 치아가 4개에 이르면 사망위험은 4.9%, 8개가 빠지면 약 10%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아의 결손이 단순히 음식을 씹기 불편한 국소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인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특히 치아 상실은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지표로 작용한다. 치아가 20개 미만으로 떨어질 때 사망위험은 급격히 증가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적절한 보철치료를 통해 저작기능을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범람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사들고 나오곤 한다. 얼마 전, 언제 맡아도 기분 좋은 종이 냄새 가득한 서점 한켠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법의학의 대가인 서울대 의대 유성호 교수의 저서 <시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다. 책장을 넘기며 치과의사로서 마주하는 나의 일상 역시 법의학자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저자는 법의학자를 ‘죽은 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읽어내어 삶의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이라 정의하며, 각 장기의 상태를 통해 고인의 삶을 유추하고, 남은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법의학자가 훼손되어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신 앞에서 그가 누구였으며 어떻게 살다 갔는지를 치열하게 추적한다면, 치과의사는 매일 진료실에서 치아와 임상 기록을 보며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의 흔적을 고민하고 그 상처를 보듬고자 노력한다. 비록 살아있는 인간을 대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치과의사 역시 환자의 구강이라는 수많은 내용을 담은 ‘텍스트’를 읽어내는 관찰자이자 기록자인 것이다. 유니트체어의 라이트를 켜고 환자의 입안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