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1 (금)

  • 맑음동두천 12.2℃
  • 맑음강릉 16.4℃
  • 연무서울 13.6℃
  • 맑음대전 13.1℃
  • 맑음대구 14.2℃
  • 맑음울산 16.3℃
  • 맑음광주 11.8℃
  • 맑음부산 17.8℃
  • 맑음고창 8.8℃
  • 맑음제주 13.8℃
  • 맑음강화 11.6℃
  • 맑음보은 10.5℃
  • 맑음금산 10.7℃
  • 맑음강진군 12.5℃
  • 맑음경주시 14.4℃
  • 맑음거제 15.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옳음의 덫, 이성의 덫, 그리고 생각의 유연성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9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70대 환자분이 내원하셨다. 집 근처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한 다음 날부터 걸을 때 다리도 아프고 씹는 것도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인데, 치료해준 의사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불평하셨다. 교합과 유도로 등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 단, 턱기능을 검진하는 동안에 대답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힘을 주고 입을 벌리고 닫는데도 턱이 덜덜 떨리는 양상이었다. 치과 치료를 받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으니 30분이 넘었다고 하셨다.

 

필자는 “임플란트나 교합에는 문제없이 잘 치료되었습니다. 다만 치료를 오랜 시간 받는 동안에 긴장하고 힘을 쓰셔서 다음날 온몸이 아프셨던 것입니다. 옛날 말에 이 빼고 몸살 났다는 것입니다. 며칠 지나면 차차 좋아지실 것이니 살살 조심해서 사용하시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마음 편해하며 가셨다. ‘이몸살’이란 필자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환자가 치료가 잘못됐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의사가 알 수 없는 증상들도 많고, 환자들이 자신 생각 속에 몰입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좀 더 진전되면 오로지 자신의 말만 하게 되고 치료해준 의사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물론 환자도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치료받고 나서부터 불편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과치료가 잘못됐다고 단정하면, 생각이 신념으로 바뀌고 더 확고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논리적 설명을 하여도 환자는 듣지 않고 핑계를 댄다는 의심만 증폭되기 쉽다. 이번 경우에서 ‘이몸살’이라는 표현이 환자에게 설득력 있게 들렸던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납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상대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의사를 이해시키려는 환자조차 있다. 특징적으로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입만 있고 귀가 없다’고 표현한다. 이런 분을 만나면 그와 반대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귀가 없는(들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화가 나면 상대방 이야기가 들리지 않게 된다. 이성적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분노하면 아이큐가 100 이하로 하락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또 치과 피습사건이 발생하였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을 접하고 필자는 최소한 환자가 흉기를 들고 난입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였다. 환자는 불특정하고 개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치과에서나 발생 가능한 일이기에 더 심란하다.

 

모든 대면 직업이 그렇듯이 치과도 마찬가지로 늘 소소한 불만이 존재한다. 마음에서 일단 불만이 발생하면 이성이 아닌 감정 문제로 바뀌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없어진다. 치과는 전문분야여서 치과의사가 옳을 가능성이 높지만, 불만은 감정 문제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향이 크다. 감정이나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치과의사는 상대의 잘못된 부분에 멈춘 ‘이성의 덫’ 혹은 ‘옳음의 덫’에 걸려들기 쉽다. 감정이나 감성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논리적인 답변에만 몰입되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다.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는 면에서 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때 생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불만이 생겼는데 의사 말을 듣고 스스로 잘못 생각했다고 시인하는 것은 성현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가족 간에도 어렵기 때문이다. 화난 사람을 만나면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들어주고, 타당성이 없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부분적이라도 긍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긍정할 내용조차 없다면 환자가 치과에서 화나게 된 사실에 대해서라도 사과하면 화가 조금 누그러질 수도 있다. 최소한 화가 누그러져야 대화도 이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누군가 수긍해야 해결이 된다면, 상대가 비상식적이거나 분노 조절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옳음과 이성을 떠난 ‘생각의 유연성’을 생각해야 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역사는 돌고 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 연구지원금 축소로 학자들이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인다. 새로 출발한 미국 연방정부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구비를 대폭삭감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이 빠르게 세계적 강대국으로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유능한 인재 이동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 석학들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며 미국으로 모여들었다. 미국의 부흥에 외국 지식인들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과학뿐 아니라 철학, 인문학 등 모든 분야의 최고 석학들이 미국으로 이동하였고 학문적 업적을 미국에서 이루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발전한 미국에서 학자들이 연구비 감소로 인하여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정작 미국 정부는 방관하는 것을 넘어 푸대접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지를 잊어버린 듯하다. 그동안 미국이 강할 수 있었던 것은 광범위한 학문적 투자에 있었다. 그런 미국이 비용을 이유로 그들을 쫓아내고 있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이 퇴보될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사마천은 사기에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 전쟁 이후 미국 증시와 자산배분 전략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 이후, 미국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에 큰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무역전쟁의 가능성을 키우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였고, 이는 자산배분 투자자들의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현재의 미국 증시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활용한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기준금리 사이클 feat.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 먼저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통해 미국 증시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순환에 따라 경제 사이클은 크게 호황기, 정점기, 침체기, 불황기 등으로 나누게 되고, 각 국면에 따라 알맞은 투자전략을 통해 자산배분에 응용할 수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를 2024년 9월부터 시작했고 이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의 B에 해당한다. 2024년 12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멈춘 후 현재 미국은 경제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사적인 관세 전쟁을 시작했고, 최근 S&P500 지수가 주요한 기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