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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옳음의 덫, 이성의 덫, 그리고 생각의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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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9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70대 환자분이 내원하셨다. 집 근처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한 다음 날부터 걸을 때 다리도 아프고 씹는 것도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인데, 치료해준 의사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불평하셨다. 교합과 유도로 등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 단, 턱기능을 검진하는 동안에 대답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힘을 주고 입을 벌리고 닫는데도 턱이 덜덜 떨리는 양상이었다. 치과 치료를 받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으니 30분이 넘었다고 하셨다.

 

필자는 “임플란트나 교합에는 문제없이 잘 치료되었습니다. 다만 치료를 오랜 시간 받는 동안에 긴장하고 힘을 쓰셔서 다음날 온몸이 아프셨던 것입니다. 옛날 말에 이 빼고 몸살 났다는 것입니다. 며칠 지나면 차차 좋아지실 것이니 살살 조심해서 사용하시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마음 편해하며 가셨다. ‘이몸살’이란 필자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환자가 치료가 잘못됐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의사가 알 수 없는 증상들도 많고, 환자들이 자신 생각 속에 몰입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좀 더 진전되면 오로지 자신의 말만 하게 되고 치료해준 의사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물론 환자도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치료받고 나서부터 불편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과치료가 잘못됐다고 단정하면, 생각이 신념으로 바뀌고 더 확고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논리적 설명을 하여도 환자는 듣지 않고 핑계를 댄다는 의심만 증폭되기 쉽다. 이번 경우에서 ‘이몸살’이라는 표현이 환자에게 설득력 있게 들렸던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납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상대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의사를 이해시키려는 환자조차 있다. 특징적으로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입만 있고 귀가 없다’고 표현한다. 이런 분을 만나면 그와 반대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귀가 없는(들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화가 나면 상대방 이야기가 들리지 않게 된다. 이성적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분노하면 아이큐가 100 이하로 하락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또 치과 피습사건이 발생하였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을 접하고 필자는 최소한 환자가 흉기를 들고 난입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였다. 환자는 불특정하고 개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치과에서나 발생 가능한 일이기에 더 심란하다.

 

모든 대면 직업이 그렇듯이 치과도 마찬가지로 늘 소소한 불만이 존재한다. 마음에서 일단 불만이 발생하면 이성이 아닌 감정 문제로 바뀌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없어진다. 치과는 전문분야여서 치과의사가 옳을 가능성이 높지만, 불만은 감정 문제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향이 크다. 감정이나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치과의사는 상대의 잘못된 부분에 멈춘 ‘이성의 덫’ 혹은 ‘옳음의 덫’에 걸려들기 쉽다. 감정이나 감성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논리적인 답변에만 몰입되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다.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는 면에서 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때 생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불만이 생겼는데 의사 말을 듣고 스스로 잘못 생각했다고 시인하는 것은 성현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가족 간에도 어렵기 때문이다. 화난 사람을 만나면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들어주고, 타당성이 없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부분적이라도 긍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긍정할 내용조차 없다면 환자가 치과에서 화나게 된 사실에 대해서라도 사과하면 화가 조금 누그러질 수도 있다. 최소한 화가 누그러져야 대화도 이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누군가 수긍해야 해결이 된다면, 상대가 비상식적이거나 분노 조절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옳음과 이성을 떠난 ‘생각의 유연성’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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