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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멈춤과 항룡유회(亢龍有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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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촬영된 사진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정상 직전에서 많은 인파로 병목현상이 발생하여 몇백 명이 대기하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영혼의 산’이란 이름의 히말라야가 주는 영감도 세계 최고봉 등정이라는 감동도 없었다. 등반 상업주의가 자연을 파괴한다는 느낌마저 주는 사진이었다. 고산 등반규칙을 어긴 대가는 혹독하여 등반시간 지연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너무 높이 오른 용은 후회를 남긴다” 공자는 너무 높이 오르지 말고, 올랐다면 극히 삼가고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하였다.

 

등산에서 오른다는 것은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내려오는 하산의 시작이 된다. 모든 등반에서 가장 위험한 때가 하산할 때이다. 어떤 등반 전문가는 위험을 감지하고 정상을 목전에 100m를 두고도 하산했다고 한다. 그가 진정한 전문가이다.

 

수술이 아무리 잘되어도 환자가 숨을 쉬지 않으면 실패한 수술이다. 멈출 때를 알고 실행하면 진정한 프로다. 정상 직전에 멈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지녀야 가능하다. 무리하더라도 조금 더 전진하여 획득될 정상이 주는 욕망과 이익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또 멈추었을 때 돌아오는 비난과 책임을 견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중에 욕망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더욱 어렵다. 조금만 무리하여 한 발을 더 내디디면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무리해서라도 얻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렇게 얻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과도 일치한다.

 

최근 스포츠 뉴스에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감독에게 배우지 못한 것’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기사평이었다. 주식하는 분들에게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더이상 오를 곳이 없는 것을 눈으로 보고 스스로 끝임을 인식할 수 있지만, 주가의 경우에는 끝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스스로 인식하고 멈추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때 판단의 기준이 객관적인 데이터였는지, 아니면 욕심이었는지에 따라서 시간이 지난 뒤에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역사학자 중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극적으로 전사하여 만고의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시에 전사하지 않고 전쟁이 끝났다면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역적의 누명을 쓰고는 사약을 받고 역사 속에서 지금과 같은 영웅으로 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추측한다.

 

최근 대선 정국을 보면 과거 조선시대의 치열한 당쟁을 보는 듯하다. 두 진영 간의 비방이 예의도, 윤리도, 도덕도 없다. 물론 치킨게임 형태로 된 것은 현 대통령제가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당쟁의 잔재란 생각도 든다. 선거 또한 등산처럼 정상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기 때문에 오를 때 룰을 지켜야 하건만, 서로 다음을 생각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선을 넘는다. 과거 조선역사를 돌아보면 당쟁이 살상으로 인륜의 선을 넘으면서 진 편이 멸문지화를 당하게 되면서 국익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염려하게 되었다. 결국 국가가 망하며 둘 다 망하고 승냥이 같은 매국자들이 이권을 독식하는 참담한 결과를 내었다.

 

윤리, 도덕, 인륜 등 모든 사회 속에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다. 그 선 앞에서 멈추려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 아이들끼리 다툼에도 선이 있었다. 상대방 부모님을 욕을 하면 결국 코피가 터지는 싸움으로 번진다. 어린아이들도 선을 넘지 않는 지혜가 있었다. 옛날 화공 중에는 용의 그림을 다 그리고 마지막의 눈알을 그리는 화룡점정을 하지 않고 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사가 완성보다는 약간의 여유를 남기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그림도 자연을 따라 약간의 미완을 남겨두었다. 적절한 멈춤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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