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5가 고2 수학을 배운다는 기사가 보인다. 초5가 고2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도 수학 천재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일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그런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원에서 ‘초등 의대반’이라는 명분으로 초등 5학년부터 고2 수학을 가르친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며 청소년 심리를 전공한 필자는 매우 놀랐다. 상업적 목적으로 초5에게 고2 수학을 가르치겠다는 학원도, 그것에 호응하는 학부형들도 모두 정상이 아니다.
최근 적지 않은 초등학생이 새벽 1시에 공부가 끝난다는 것도 허언이 아닌 듯하다. 이런 내용 속에 아이의 정신건강에 대한 배려나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 수학 천재가 아닌 그저 머리 좋은 아이에게 고2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다. 학원과 학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정상적으로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심리적인 성숙을 막을 것이 안타깝다. 학원이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정상적 심리 발달을 못할 것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더 문제다.
비록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가 오래됐지만, 지금처럼 초등학생까지 희생자로 내몰 만큼 몰상식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은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의대반’이라는 미끼로 초5에게 고2 수학을 가르치겠다는 것은 상식과 양심의 선을 넘는 것이다.
오랫동안 학원과 정부는 투쟁을 했지만 늘 학부모들의 욕심 탓에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학원이 승리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처럼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필자가 고3인 1980년 여름(대학시험을 4개월 앞둔 7월 30일)에 본고사 폐지와 함께 과외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그 후 2000년에 헌재에서 과외 금지가 위헌으로 결정나며 사교육에 대한 모든 빗장이 풀렸다. 그나마 서울 경기지역에서 2008년에 제정된 심야학습금지 조례가 합헌으로 결정나며 10시 이후에 학원을 금지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4년에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특별법이 시행되었지만, 선행학습은 학교보다 학원이 문제였고 학원은 ‘선행’이란 광고만 못할 뿐, 선행학습을 진행해서 현실적으로 구속력과 실효성이 없는 법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의료개혁 정책을 기회로 돈벌이 수단을 잡은 학원들이 공격적으로 이젠 초5부터 고2 수학을 가르치는 반을 모집한다고 한다. 사교육의 막장으로 이제 상식의 도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앞으로 많은 아이들이 엄마의 욕심 때문에 학원으로 끌려갈 것이다. 그 아이들의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여 성숙하지 못할 것이 염려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2011년 서울 구의동에서 있었던 어머니 살해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교 1등이던 고3 남학생 지모 군이 성적에 집착하던 엄마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엄마를 살해한 사건이다. 비록 아들이 가해자였지만 동시에 심한 아동학대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 사건이 엄마가 골프채와 야구 방망이로 아들을 육체적으로 폭행한 아동학대였다면, 초5에게 고2 수학을 배우게 시키는 것은 이에 못지않은 정신적인 아동학대기 때문에 우려되는 것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지모 군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들의 명문대학 입학에 두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훈육을 빙자해 상식선을 넘는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엄마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고, 아들 또한 피해자인 동시에 패륜아로 평생을 살게 되었다. 이런 비극의 시작은 상식의 선을 넘는 엄마의 교육열이었다.
이제 초5 엄마들이 학원들이 불을 지피는 환각의 선동에 속아서 상식의 선을 넘으며 가서는 안 될 곳으로 아이들을 몰아넣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수많은 어린 희생자들이 발생할 것은 필연적이다. 그로 인해 2차적인 엄마 피해자들이 생겨날 것도 필연이다. 하루빨리 ‘초5 의대반 금지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조기 교육은 교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