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집어 들고 1월부터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난 일 년간 겪었던 많은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을 스치고 지나간다. 힘들었던 일, 마음고생 했던 일, 기뻤던 일들이 떠오름과 동시에 지금은 타인을 보는 듯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에 조금은 성숙해진 느낌을 받는다. 요즘은 세상이 복잡하고 시끄럽고 어렵고 힘들어 대중매체나 인터넷 등이 부정적인 단어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단어에는 힘이 있어서 부정적인 단어는 부정적인 생각을 낳고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행동을 낳는다. 따라서 지금은 긍정적인 단어와 긍정적인 생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즉, 희망, 행복, 사랑, 믿음, 기쁨, 배려 등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가 더욱 빛을 발할 때인 것이다.필자도 요즘은 가능한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딸아이와 전화 할 때도 “사랑하는 딸!”이란 단어를 꼭 사용한다. 아들에게도 카카오톡으로 대화할 때 “사랑하는 아들아”라는 인사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신문, 방송, 뉴스 등에서 부정적인 단어가 나오면 의도적으로 다른 채널로 돌리는 행동을 두어 달 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은 잘 모르지만 내 마
잃어버린 낙원이란 의미의 ‘실락원’은 영국의 시인 존 밀튼이 17세기에 지은 서사시로 영어 원제는 Paradise Lost이다. 존 밀턴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혁명에 실패하여 파산하고 실명하였을 때, 인간의 원천적인 선악의 문제와 자유의지에 대한 기독교적인 원죄를 내용으로 이 책을 썼다. 존 밀턴은 셰익스피어에 이어 2인자의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는 대단한 문호이며 ‘실락원’ 또한 단테의 신곡에 버금가는 명작으로 알려졌다.그리고 1997년 유학생이던 필자가 레지던트 2년차 때, 일본에서 전 국민의 반 이상이 보며 대히트 했던 영화의 제목도 ‘실락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심혜진, 이영하 주연으로 리메이크 했으나 실패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당시 불륜 내용에 과도한 애정 표현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였던 영화였다. 필자도 호기심으로 그 영화를 보러갔는데 마지막 장면에서의 내레이션은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본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가슴 아픈 공감을 주었다. 필자 또한 그 자리에서 두 번을 연속하여 보았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은 귓가에 쟁쟁하게 들려온다. 영화의 내용인 즉, 30대 중반의 주부와 50대의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만
짜릿함’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심리적 자극을 받아 마음이 순간적으로 조금 흥분되고 떨리는 듯하다’라고 정의된다. 이런 짜릿함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촌철적 의미의 행복을 줄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크게 사고의 방식에 따라, 긍정적 형과 부정적 형으로 나눈다.종교적 의미로는 어차피 벌어지는 상황은 같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의 행동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짐을 설명한다. 결국,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 긍정을 유지하려 하여도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그중의 하나가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사실은 발견되지 않은 매 순간 아주 작은 짜릿함 속을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오늘 아침처럼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한 도시의 차분함이 행복을 자극한다. 진료실 창밖으로 어슴푸레 내린 안개 속의 이국적인 정취가 느낌이 좋다. 갓 사온 커피 원두의 봉지를 처음 열 때, 코끝에 감도는 커피 향은 영혼을 자극하는 듯하다. 분쇄기에 넣고 원두를 갈 때의 소리 또한
스마트폰이 울려 받아보니 뉴질랜드에 있는 지인의 이름이 뜬다. 반가운 마음에 받았는데 내용은 편하지 않은 사연이었다. 뉴질랜드에 아이가 공부하러 간 지 3년 정도 되는 분이었다. 지금 12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언쟁을 하고 교실을 박차고 나오면서 분에 못 이겨서 화단에 있는 조각물을 발로 차서 약간 쓰러졌는데 학교 측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내용이었다.필자의 아이들이 오랜 세월 유학을 해서 조언을 듣고 싶어 전화가 온 것이었다. 외국에서 12학년은 우리나라의 고3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학교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 또한 같다. 다만 외국이란 특성상 폭력적인 것에 대한 배려가 우리보다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인즉 한국으로 돌아갈지, 그곳에서 전학할지, 그런데 6개월 후면 졸업하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필자가 아이에게는 뭐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6개월을 못 참은 것이 화가 나고 아쉬워서 야단을 치셨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이가 왜 그랬는지,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도 없었다. 다만 그동안 고생한 것과 향후 잃어버릴 것에 대한 억
'따르릉 따르릉' 스마트폰이 9시 25분경에 울린다. 아침 출근시간 5분 전에 울리는 전화는 직원 중에서 누군가가 지각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걸려오는 전화이다. 개원하고 10여년 동안 줄곧 지속해 온 우리 병원만의 규칙 중 하나로 지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원장과 담당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적어도 원장은 직장의 인원수의 동향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만약에 전화가 안 될 상황이라면 문자라도 남겨야 한다. 그런데 종종 보면 항상 전화는 하는 사람만 하고 안하는 사람은 전화하는 일이 거의 없다. 결국 항상 지각하는 사람이 지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의 성향을 보면 먼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일찍 출근한다. 예외의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직장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지각을 자주한다. 물론 아주 많은 시간은 아니고 1~2분이나 5분 내외인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멀리 사는 사람은 미리 준비를 하고 출근을 여유있게 하는 반면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은 금방 출근할 수 있으므로 출근보다는 다른 일을 우선적으로 하다 보니 항상 지각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성격상 미리 준비하지 않고 닥쳐서 하는 게으른 사람
요즘 치과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의 내면에는 치과의사들의 인문학적 교육의 부재를 이야기하곤 한다.인체를 다루어야 할 의사들이 해부학적 생리학적 지식은 가득하고 경제논리도 가득한데 인문학적인 소양과 양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양심 불량인지, 양식 불량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니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아니면 상대적인 빈곤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역시 철학적 가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치과의사들이 부자라 생각하기도 한다. 아직도 치전원에 대한민국의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인가 보다. 그럼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인가? 사회지도자가 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년이 없는 직업이기 때문인가? 진정 의료인으로서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입학하는 것일까? 치과의사들은 과연 몇 명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적 지위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인문학의 부재의 주체가 어쩌면 지금 배출되는 선생님들이 아닌 우리 40~50대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흔히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지도층의 양식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다. 14세기 유럽에서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한 도시가 영국
"아이팟과 함께 묻어주세요"라는 글 한 줄을 남기고 중학생이 2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기사를 접하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다. 수없이 터지는 크고 작은 사고를 접하다보니 이젠 웬만한 일로는 느낌도 없게 무뎌졌건만 이번 사고는 다르게 다가왔다. 내용인 즉 아이가 남들이 모두 갖고 있는 아이팟을 사달라고 하였고, 엄마는 시험을 잘 보면 사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은 오르지 않아 아이팟은 고사하고 야단만 맞았다. 이에 아이는 성적이 지배하는 세상이 싫다고 하며 아이팟과 함께 묻어달라는 글만 남기고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도 반성하여 본다. 10대 아이들이 그토록 원하는 아이팟이 무엇인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서 알아보니 음악을 듣는 MP3란다. 생각해보니 여름방학 때 대학 다니는 아들이 성능이 좋은 MP3를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필자도 비싼 제품은 뭐가 다른가라고 첫 번째 질문을 던졌었고 아들로부터는 자신은 음악을 프로급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음이 정밀한 기계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곤 아내와 협상해 한달 간 여동생의 학습지도를 맡는 조건으로 사주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가
치과에 오랜만에 잘 아는 지인이 충치치료를 받겠다며 내원하셨다. 교정만을 치료하는 필자 입장에선 난감하였으나 연로하신 분이니 교정전문을 설명하기도 구차하여 일단 오랜만에 와동형성을 하고 레진으로 충전하였다. 교정치료를 배운 후로 20년 가까이 하지 않았던 터라 스스로 서투른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치료방법을 많이 잊어버린 모습에 잠시 놀랐다. 그 후 아는 선생님께 자세히 물어보고, 지금 레진이 7세대까지 시판되고 있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기억에서 사라짐과, 잠시 잊고 사는 동안에 발달해 버린 기술에 대한 놀라움과, 멈추고 있을 때 뒤쳐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기회였다. 인간의 기억에 관한 것은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주제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기억을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의 3단계로 나눈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가 처음으로 기억되는 곳이 ‘감각기억’이다. 이곳에 저장되는 기억은 극히 짧은 정보로 지속시간도 짧아 눈으로 본 것은 1초 정도이며 귀로 들은 것은 4초 정도 기억된다. 그리고 감각기억 중에서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 정보만이 단기기억에 보내져서 저장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유지기간은 짧은 편으로 대체로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보면 ‘항우본기(項羽本紀)’편에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나온다.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나온다는 말이다. 중국에 진나라가 망하고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두고 다투던 때의 일이다. 지금도 장기판에 등장하여 있으니 대단히 유명한 일이었다. 시작은 항우가 강대하였으나 차츰 유방에게 세력이 기울다가 책사인 범증(范增)이 떠나고 나서 한신(韓信)에게 포위당하게 되었다. 포위를 빠져나갈 길은 없고 군사는 도망가고 식량 역시 바닥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의 군대는 점점 포위망을 좁혀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고향을 그리는 구슬픈 초나라의 노래가 사방에 들려왔다. 한나라가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다.항우는 그 노래를 듣고 초나라가 이미 한나라에 점령당한 것으로 오인한 항우는 진중에서 마지막 연회를 베풀고 결국 자결했다는 내용이다. 즉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요즘 치과계를 보면 딱 생각나는 단어가 사면초가이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바닥이다 보니 치과들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과의사의 과다 배출로 개원가는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치과들의 과다한
아! 너무도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어떤 말로도 이해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사건 앞에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이 더욱 참담하다. 먼저 고인과 고인의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일선 치과의 선생님들이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으나 생명을 잃는 일까지 발생한 것은 우리 치과의사들 실상의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 준 것이라 생각된다.결국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재차 발생하는 것을 막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상은 다변화되고 장기화된 경제난으로 사람들은 거칠어지고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산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정상인이든 비 정상인이든 심리적으로 날카로워져서 일단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하고, 그 분노를 폭발시킨다.지금 우리 사회는 분노를 제어하는 심리적 기전에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치과 외래에서 환자의 불만이 발생했을 때 상황에 맞는 현명한 대처법이 너무도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이에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본다. 환자가 어떤 사건에 불만을 토로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아
환자와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이야기의 흐름이 재미있게 흘러가는 경우를 본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한 여성 환자가 오른쪽에 씹히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원하였다. 언제부터였냐는 질문에 환자는 거울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비대칭이었고, 자세히 보니 이가 안 맞고, 그 때부터 씹히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였다. 구강 내 검사 소견 상에서 경미한 치아의 회전은 있었으나 가지런한 편이었으며, 하악 운동에도 별다른 특이한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에게 조금 지켜보자는 말로 마무리하였으나 실제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경우는 아니었다. 가끔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마치 ‘못생긴 것은 병이고, 잘생긴 것은 병이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가 환자들의 인식 속에 들어 있는 것 갔다. 어쩌면 우리 사회적인 심미에 대한 인식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회적인 흐름이 성형 천국이란 말을 듣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그렇다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환자가 독감이나 암과 같은 질환에 의하여 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는 것은 진정한 소비라고 정의하기는 힘들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꺼풀 수술이나 가슴확대수술 같은 미용을 위한 성형인 경우는
외래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남자환자 한 분이 눈에 띠고 같이 온 여자 친구도 눈에 들어온다. 전에 같이 오던 친구가 아니고 바뀐 듯 한 인상을 받아 무안하지 않으려 인사할 시간도 없이 후다닥 원장실로 들어갔다. 교정치료기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가끔 보는 일 중 하나다. 오늘은 치과 외래를 떠나 그냥 머리 식힐 수 있는 주제로 흔하디흔한 말이며 모두가 가장 듣고자하는 말인 ‘사랑’의 심리적인 면을 생각해보자. 얼마 전 모 결혼정보 회사의 리서치에 의하면 요즘 젊은이들의 이성간의 평균 교제 기간이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한다.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하여서는 수많은 글들과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그 중 일단 생물학자들의 견해를 보면 과학적으로 두뇌의 단순한 화학작용에 불과하다고 정의한다. 두뇌에는 4가지 사랑 호르몬(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엔도르핀, 옥시토신)이 있는데 맘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면 이 호르몬들이 분비가 된다. 도파민은 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플라토닉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도파민은 이성과 지성을 관할하는 호르몬인데 도파민이 발달하면 천재가 되고 도파민이 고장 나면 정신분열증이 나타난다. 페닐에틸아민은 열정적이고 감정적
외국에서 생활하시는 친척 한 분이 필자의 집에 방문하셨을 때 일이다. 따르릉 따르릉 집전화가 울리는 데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자 조금 의아해 하시더니 “왜 전화를 받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이에 요즘은 개인 휴대폰을 쓰기 때문에 집전화로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고 보이스피싱이 너무 흔해 집전화를 사용 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팩스용으로만 사용할 뿐이며 집전화가 없는 가정도 많다고 설명해주었다.보이스피싱의 기승으로 82세이신 어머니께 전화받을 때 모르는 사람이면 무조건 끊어버리라고 설명하여 드리던 일과 아이들 교육으로 외국서 오래 있다 온 와이프에게 집전화는 절대 받지 말고 휴대폰으로도 모르는 번호는 받지 말라고 이야기할 때 의아해 하던 모습들이 기억이 난다. 더불어 요즘 유학을 간 자녀들의 정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도 기승을 부려서 응급상황 통화 시에 아이들과 본인 확인을 하는 비밀 대화방식을 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과거 20년 전에 비하여 많이 바뀐 생활상 중에 하나이다. 보이스피싱은 사람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사기수법이다. 이런 악덕 장사법은 다양하게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다. 이를 통칭 ‘악덕상법’이라고 하고, 크게 멀티상법(Multilevel M
어제는 진료가 끝나고 지인들과의 모임 후에 몇 명이 압구정동에 있는 노래방에 들렸다. 대략 11시경이었는데 예전 같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벼서 기다리다 들어가곤 했는데 어제는 우리 팀밖에 없어 한산하였다. 요즘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압구정동은 그 이름처럼 서울 최고의 경제적 지위를 과시하는 지역임은 모두가 아는 바이다. 그런 압구정동의 노래방이 한산한 것은 실물경기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잘되는 직종은 커피숍인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좋은 커피숍들이 넘치고 그곳은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객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불황에 잘되는 업종이 점집과 간판집, 그리고 인테리어란 말이 있다. 이는 장사가 잘 안되니 마음이 불안해서 점치러 가는 것이고, 고객이 줄어드는 원인이 간판이 잘 안보여서 일까봐 간판을 바꾸고, 인테리어가 낡아서인가 하여 다시 인테리어를 한다고 한다. 결국 경기가 나빠진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다보니 나타나는 행동들이다. 그런데 커피숍이 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체에서는 문화니 트렌드니 하고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2,500원짜리 라면을
환자들과 상담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완벽하게 치료될 수 있나요?”이며, 환자 치료를 마무리 할 때도 “치료가 완벽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변이 간단하지 않다. 치아교정치료를 업으로 삼고 사는 필자에게 있어 ‘완벽한 교정치료의 종료’는 완벽한 이상교합(ideal occlusion)을 의미한다.그런데 과연 인체에서 이상교합을 실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다. 골격 형태, 치아 형태, 환자의 연조직구조 등등 수많은 변수를 지닌 인체에서 완벽한 이상교합의 재현은 불가능할거란 생각을 지녔던 필자이기에 이 질문은 한 동안 치료 철학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최고의 치료는 현재 환자의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하던 필자이기에 ‘완벽’이란 단어에 더욱 예민한 반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결국 그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필자는 환자에게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치료하는데 완벽할 수 있나요? 다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지금 상태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라고 답변하곤 한다. 지난 환자 중에 상하악치조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