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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우연이라 쓰고 필연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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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38)

동네 AS센터에서 자동차 엔진 오일과 시거잭 홀더를 교환하고 돌아오는데 전과 다르게 자동차 핸들이 무겁게 느껴졌다.


센터에 연락해보니 자신들이 행한 행위와 핸들이 무거워진 것은 전혀 무관한 일이며 때가 되어서 발생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같은 날 발생한 것은 우연이지 연관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의 말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말이 의심되어 중앙 AS센터로 가보았는데 20대 초반의 기사가 핸들 기어를 갈아보고 안되면 펌프를 갈아 보자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의 태도와 나이에서 연륜과 내공이 느껴지지 않아서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핸들 펌프 오일만 갈아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주문하였다. 젊은 기사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흘리면서 뭔가 불만인 눈치였다. 오일 교환은 7만원이고 기어교환은 120만원이고 펌프교환은 50만원이라고 들었다.


그때부터 필자의 마음에는 또 다른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왜 순서가 싼 것부터가 아니고 비싼 것부터일까. 젊은 기사는 자신의 경험상 기어를 교환해야 할 것이란 말을 강조하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책임지기로 하고 오일교환만을 진행했다. 그 후 마지못해 오일만 교환하고 돌아온 기사는 멋쩍은 모습으로 핸들이 조금 가벼워졌다는 말을 남겼다. 필자가 운전해보니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느 부분이 필연일까?

필자의 마음속에는 동네 AS센터부터 중앙센터의 기사들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그들의 일체의 행동들에 의심만이 증폭되었다. 아직도 시거잭 홀더의 교환과 핸들의 문제 발생의 연관성에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두 번째 핸들기어를 교환하라는 순서가 바뀐 듯한 중앙기사의 말에 실적이나 인센티브 같은 자신의 이익이 개입되었다는 의심이 떠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치과로 옮겨보았다. 스케일링을 하고 온 뒤부터 상악 구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치과에 다시 가보니 스케일링과는 무관하고 치아에 크랙이가서 신경치료를 하든가 씌우던가 해야 한다고 한다. 동네치과가 의심스러워 더 큰 종합병원에 가보니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환자는 스케일링이 치아크랙의 원인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제거하기는 무척 어렵다. 이 환자의 마음에 싹튼 의심은 불신으로 커진다. 일반적인 심리상태의 사람이라면 포기하거나 체념을 하겠지만 예민하거나 강박이나 편집성, 분노조절장애 등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치과에서 한바탕의 소란이 발생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의 용어에 ‘합리적 의심’이란 말이 있다. 특정화된 감이나 불특정한 의심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의심을 말하며, 미국 형사소송법상 기준으로 이에 따라 발생한 행동에 죄를 묻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이 의심되어 자동차를 세우고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음주를 하지 않은 것이 밝혀져도 명예훼손 등을 주장할 수 없는 근거이다. 또 합리적 의심의 사유가 있다면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법조차 인간의 의심에 대하여 일정부분을 인정해주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늘 발생가능한 일이다.


중국 고전에 ‘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 군자는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것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배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잡지 말아야 한다’라는 글이 있다. 사람의 의심을 경계한 글이다. 우리 속담에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가 있다. 우연히 동시에 발생하여 의심을 산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의심을 받는 사람 위주의 말이다. 의심을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확률이 떨어지는 우연을 이미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우연은 이미 필연이다.


따라서 만약 의심을 받는 입장이라면 합리적 의심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해를 시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우연이라 쓰고 필연이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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