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0%였다. 이 중 남성은 55.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성은 44.3%만이 결혼에 찬성해 10%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결국 여성의 56%는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결혼을 원해도 할 수 없는 남성이 10%는 되는 셈이다. 결혼 후에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5.3%로 전년과 비교해 2.7% 감소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41.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고, 20대가 44.0%만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즉 1020 세대에서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을 넘었다.
결론적으로 향후 혼인 연령층에서 반은 결혼할 의사가 없고, 그중 반은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 즉 미래 결혼적령기의 젊은 층의 반의반인 25%만 출산할 의사를 지니고 있다고 보인다. 게다가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이어서 실제로는 반의반보다 작다.
최근 출산하지 않는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다. 출산을 막기 위해 2자녀 이상부터 벌금을 부과하던 중국에서조차 출산율이 급감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출산율이 급감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졌다. 비싼 육아비용으로 긴축생활 혹은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아기가 없을 때와 비교해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부모가 자기 시간을 희생하거나 직업을 포기하는 문제다. 과거 대가족 시대에는 누군가 아기를 돌봐줄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엄마가 혼자 돌봐야 한다. 셋째는 가족보다 개인적 삶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60~70년대 이전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면 지금은 부모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아직 결혼적령기가 아닌 10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모든 지식이 개방된 현대에서 10대의 생각이 20대가 되어도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가나 사회적인 특단의 조치 혹은 극단적 변화가 없는 이상 시간이 갈수록 반의반의 시대는 심화될 것이다.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을 바라보는 부모들도 강요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러려면 우선 부모세대가 육아비용 일체를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손주를 돌보아줄 만큼의 체력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런 조건에 모두 부합해도 자녀세대가 출산과 양육에 자신들의 시간을 희생할 마음이 없다면 허사다. 독립된 개인적 자유를 누리길 바라는 젊은 부부들이 아기로부터 방해받지 않기 위하여 출산을 미루다가 나중엔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출산에 긍정인 반의반 중에 생각이 바뀌어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출산부정 커플이 출산으로 생각을 바꿀 가능성보다 높다. 상상만으로 출산을 생각하다가 실제로 주변에서 결혼하고 출산지옥을 경험하는 친구를 보면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의반의 시대가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이 마음 편하게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심리적으로 아이를 낳은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다. 미래가 불안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 동물들도 불안한 환경에서는 출산이 감소된다. 물론 얼마 전 미국 독수리나 호주 수족관 상어가 극한 상황에서 종족 보존을 위해 무성생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만약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해 위기단계에 이르면, 각 나라들은 국가가 존속할 수 있는 최소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에서처럼 기계가 출산하는 기계생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60년대 ‘베이비붐시대’를 지나 70년대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80년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를 지났다. 과도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이젠 “아기가 미래”인 시대가 되었다. 이제부턴 내일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어야 아기울음소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