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해 4월(631호) ‘치과·한의과 동시 운영 사무장까지’라는 기사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던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의료생협 운영에 공조한 것으로 알려진 치과의사가 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의 딸인 것으로 밝혀지며 적지 않은 충격을 줬던 사건이다.
서울송파경찰서(경무관 연정훈)는 지난 10일 “사회적 기업을 설립,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며 1,200여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뒤, 이들로부터 가입비와 투자비 명목으로 6억원을 가로채고, 사무장병원 운영 및 치과·한의과 부정 진료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1억원을 받아 편취한 OO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피의자 변 모씨를 구속하고, 치과의사 김 모씨와 한의사 두 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기업이란 명목상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김치공장(사회적협동조합)으로, 노인과 장애인 1,200여명에게 월 120만원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가입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 OO사회적협동조합은 치과와 한의과를 동시 운영하고 있는 OO의료생활협동조합의 환자 공급 루트였다.
월급 120만원을 받는 정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 내에 한의과에서는 72번의 진료를, 치과에서는 4번의 진료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이때 OO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각 조합원에게 20만원이 적립된 카드를 발급해주는데, 이를 통해 자기부담금을 결제하도록 했다. 즉 복지혜택을 주는 것처럼 조합원을 속이고, OO의료생활협동조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비를 부정 수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조합원 모집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OO사회적협동조합은 진료가 끝난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7시, 그리고 토요일 오후 3시에 조합원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6개월 사이 72번이라는 터무니없는 한의과 진료사실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심할 수 있다며, 그럴 때는 사회적협동조합 얘기는 일체 하지 말고 △한의사가 용하다 △거기만 가면 통증이 없어진다고 답하라는 등 정확한 대응지침을 설명하기도 했다.
총 4번의 진료가 이뤄지는 치과에서는 첫 내원 시 엑스레이 촬영과 스케일링을 실시하고, 2~3회부터는 무조건 잇몸치료를 하는 등의 과잉진료가 이뤄졌다. 또한 임플란트 같이 본인부담금이 높은 치료의 경우, 조합원인 것이 확인되면 이에 대한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조합원 모집 실적에 따라 팀장, 이사 직급을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이렇게 모집된 노인들을 상대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진료를 받게 하고, 실제는 공단 부담금을 부정 수급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 사기”라고 말했다.
이어 “공범이자 치과의사인 피의자 김 모씨와 공모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의사들을 이용,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 제도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등 현행 법률을 교묘히 악용했다”고 덧붙였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