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의 문어발식 의료기관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타 지역에서의 병의원 개설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현행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도 ‘허가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세부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고시는 그동안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이 명의대여나 사무장병원 등 각종 폐해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고, 특히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폐해를 고려,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및 정관변경에 대한 관리를 강화키로 하고 세세한 사항까지 모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관련 고시에 따르면 의료법인 등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 정관에 목적사업 및 설립할 의료기관의 소재지를 명시해 해당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고시로 의료법인이 몇 개의 의료기관을 어느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의료법인이 타 지역에 새로운 의료기관을 설립할 경우 법인이 소속된 주무관청은 의료기관이 설립될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 허가 여부를 판단토록 했다. 해당 지자체에서 타 지역 의료법인 진출을 거부하면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신고제’, 병원급 의료기관은 ‘허가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의료법인들은 타 지역에서도 신고만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개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고시가 시행되면 비록 ‘신고제’이긴 하지만, 의료기관이 개설되는 지자체에서 난색을 표할 경우 주무관청은 정관 변경을 불허할 수 있다. 사실상 의료법인의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의 무분별한 확장을 방지해 의료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자체 간 협의를 의무화시킨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고시안에는 법인 설립허가 시 △정관 △사업계획서 △자금 조달계획서 △의료기관 시설, 장비 및 인력 확보계획서 △수입, 지출 예산서 등을 주무관청에 제출토록 명시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