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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사 설] 대체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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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일본이 자연재해로 허덕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사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재난에 처해있으면서도 도움조차 쉽지 않은 터라 고립의 장벽이 쳐진 형국이다. 서로 가깝고도 먼 나라 그리고 애증이 역사와 핏줄 속에 얽혀 편하게 대하지 못하면서도 한편 한류에 열광하고 우리는 선진의식을 못내 아쉬워한다.

 

설령 종교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과거사 잣대로 들이대 보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상황의 존재이므로 결국 우리는 모두 안타까움과 탄식을 금할 수 없다. 나아가 그들이 원했던 대륙의 관문, 이 땅에서 우리는 바다 건너 멀리 인류애와 공존의 둘레로 달래며 시간의 치유를 기다릴 뿐이다.


지난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우리는 셀 수 없는 가축들을 이 땅에 생매장시켰다. 전염 방지를 위한 극단적 조치였다고 하지만 가장 비정한 방법으로 고통스럽게 축생들의 생명을 난도질한 것이다. 말로는 자식 같다 하면서도 끔찍한 비명을 정책으로 덮어버리고 얼마의 보상금으로 잊고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구제역으로 직접 죽은 소가 몇 마리인지 의문을 갖는다면 감염의 결과와 감염의 과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상식이 이 나라에서는 오래전에 사망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인간을 가장 위하는 것이 그토록 단말마적인 선택만을 앞세우는 것이어야 하므로 또 우리는 적(敵)이라는 전혀 다른 존재를 내세워 그들을 가장 잔인하게 살육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기대했던 종교는 이미 이 지상 위에 없다. 그래서 더 이상 평화와 사랑을 언급할 자격과 가치마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함과 현실보다 나은 내세(來世)를 두고 기대어 굳이 그 폭력성과 모순에 대해 묻지도 못한다.

 

종교의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생사의 선택권이 굳이 과거 일부이거나 극 편향적인 문제라 해도 어쨌든 오남용의 해악일지언정 그 집단의 이익으로 생각되면 그것이 또한 진리가 되는 시스템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날이 오면 성경의 한 구절처럼 늑대와 새끼 양이 그리고 표범이 염소와도 어울리겠지만, 이상향이 아닌 바에야 모든 생명이 초식동물이 되어야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에서의 소유와 존재를 물으며 나아가 의로움과 불의를 찾고자 한다면 우리 주위 종교 울타리 안에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개원의들에게 익숙한 한 전문지에 일반적 정서와 배치되는 뜻밖의 구인광고가 올라와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이 신문의 일상적 기사에서는 개원의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내용을 전면에 올렸지만, 내면의 광고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이 전문지에 대한 지부들의 수취거부와 취재기자 출입금지 및 광고제한 등의 움직임에 대해 이들의 법률적 대응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회원들의 항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고 나아가 협회의 구인구직 사이트인 덴탈잡에 실린 광고와 그 전문지에 실린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이유로 협회의 행위를 운운하며 상부 기관인 협회도 같은 맥락이라고 호도하기까지 하고 있다.

 

회원들마저 오랜 시간 동안 불법에 치이고 지쳐 척박한 개원 환경에서는 이런 내용을 읽어도 무디어진 것인지 갑갑할 뿐이다. 잡몽(雜夢)에 뒤척이다 간신히 눈을 뜬 새벽의 그 안도는 돌아온 현실이 꿈속의 과거보다 지나쳐 있기 때문이다.

 

마치 끔찍한 악몽이 계속되는 한밤 같은 이 시대를 살며 거스르지 못하고 쓰나미에 밀려가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보게 되는 믿을 수 없는 이 현실은 대체 무얼까 하고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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