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이 좋은 사람에게 은총을 더 빨리 주신다’는 글귀를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주보에서 본 적이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환자의 긍정적인 반응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 치료의 질과 안전성에 기여한다는 연구와 심리학적 근거들이 존재한다. 심리학과 의학계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협력 관계를 ‘치료 동맹(therapeutic allianc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환자가 감사 인사를 하거나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더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즉, 환자의 리액션이 의사에게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이는 의사의 번아웃(burnout)을 방지하고 진료의 세심함을 높이는 선순환의 연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과학적 실체는 하버드 의대의 테드 캡척(Ted Kaptchuk) 교수 연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의 세계적 권위자로, 특히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히 위약을 처방하는 것을 넘어, 의료진이 환자의 눈을 맞추고 질문에 경청하
개원 22년 차인 필자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음악을 튼다. 클래식이나 세미 클래식, 그중에서도 주로 피아노 연주가 주를 이루는 비언어적 음악(non-verbal music)이다. 진료에 온전히 전념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핸드피스의 날카로운 고주파 소음과 석션 소리가 가득한 치과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진정 효과(soothing effect)를 전하고 싶어서다. 과연 어떤 음악이 환자와 술자 모두에게 깊은 안식을 줄 수 있을까? 치과 소음은 대개 60~80dB 사이의 고주파로 구성된다. 이는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 분비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사운드 테라피의 핵심 원리는 ‘청각 마스킹(auditory masking)’과 ‘템포와 심박수의 동기화(entrainment)’에 있다. ‘청각 마스킹’이란 단순히 소음을 소리로 덮는 것이 아니라, 배경 음악을 통해 날카로운 기계 소음에 집중된 뇌의 인지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이때 가사가 있는 음악은 언어를 처리하는 뇌 기능을 추가로 사용하게 만들어 오히려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가사가 없는 비언어적 음악(instrum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치과의사로서 역사의 길목마다 ‘지조와 책무’를 다했던 위인들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한국 치과의사 역사와 세계사 속에서 빛난 치과의사 영웅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금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한국 치과의사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인 함석태(咸錫泰, 1889~미상) 선생은 넓은 의미에서 민족의 얼을 지킨 우국지사(憂國志士)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1912년 일본치과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14년 서울 삼각정(현재 을지로 입구 근처)에 한국인 최초로 치과의원을 개원한 ‘대한민국 치과의사 1호’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걸어간 길은 일제의 압제 속에서 ‘조선의 자존심과 문화’를 지킨 비폭력 민족 운동의 연장선이었다. 1919년 서울역에서 신임 총독에게 폭탄을 투척한 강우규 의사가 순국한 후, 선생은 일제의 감시를 무릅쓰고 강 의사의 손녀딸 강영재 여사를 친딸처럼 거둬 양육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투옥과 고문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는 직접 의치를 제작해 주며 독립운동가들의 건강을 은밀히 돌보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선생은 일제가 우리 문화재를 파괴하고 반출하는 것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한다”,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피부 질환 치료를 못 받는다” 최근 보도된 이 충격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참담함을 느꼈다. 간혹 치과에 내원한 환자가 기본적인 검진을 위한 방사선 촬영을 거부할 때, 필자가 가벼운 어조로 건네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무기 없이 나가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했던 비유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의료 현장의 본질을 잃어버린 진료 편중 현상은 각 분야가 마땅히 갖춰야 할 핵심 기능과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뼈아픈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민주주의사회에서 투표용지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물론 선거 관리 부실이나 수요 예측 실패로 투표용지가 바닥나 유권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거나 투표를 포기해야 했던 전대미문의 사례가 세계 역사상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일부 주와 자치구 선거(2022~2024년)에서 팬데믹 발 공급망 붕괴로 투표용지 배송이 지연되어 선거가 파행을 겪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다시금 뜨거운 축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대표팀의 전력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지금, 축구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캡틴’ 손흥민 선수의 발끝으로 향한다. 돌이켜보면 손흥민 선수가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을 터뜨린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푸스카스상’을 거머쥐었을 때, 우리는 그 이름의 주인인 페렌츠 푸스카스(Ferenc Puskas)와 대한민국 사이에 흐르는 깊고도 끈끈한 역사적 연결고리를 확인하며 묘한 감동을 느낀 바 있다. 1950년대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던 ‘매직 마자르(Magical Magyars)’ 헝가리의 중심에는 늘 푸스카스가 있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유고슬라비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던 순간은 전설적인 전성기의 서막에 불과했다. 군 소속 팀인 혼베드에서 활약하며 ‘질주하는 소령(the galloping major)’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비교적 단신임에도 전설적인 왼발 킥력을 자랑했다. 당시 헝가리 대표팀은 “어떤 팀을 만나도 경기 시작 10분 내에 2골을 넣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속전속결의 대명사였다. 실제로 그들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69제(六九制)’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6월 9일이 ‘치아의 날’이자 ‘구강보건의 날’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다. 2026년 제81회 구강보건의 날을 준비하는 서울시치과의사회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세계적인 구강보건의 날 운영 현황과 ‘6세 구치’ 개념의 보편성, 그리고 우리 역사 속에 뿌리내린 구강보건의 날의 변천사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6월 9일을 법정기념일인 ‘구강보건의 날’로 지키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날짜는 우리와 조금 다르다.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정한 공식 ‘세계 구강보건의 날(World Oral Health Day)’은 3월 20일이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수치적 의미가 담겨 있어서, 어린이들이 20개의 유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성인은 32개의 치아와 0개의 충치를 가져야 한다는 점(32 + 0 → 3/20)을 함의한다. 나아가 노년기에도 20개의 자연 치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강한 노후의 소망까지 투영돼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2월을 ‘어린이 치아 건강의 달(National Children's Dental Health
2026년 국제종합학술대회 및 제23회 서울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이하 SIDEX 2026)가 ‘The future of dentistry, Starts with AI’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오는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SIDEX를 주최하고 총괄하는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집행부 일원으로서, SIDEX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명실상부 세계 8위권의 국제종합학술대회 및 치과기자재전시회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과 강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SIDEX(Seoul International Dental Exhibition)는 이제 단순한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치과계의 자부심이자 세계적인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01년 첫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SIDEX는 매년 혁신과 발전을 거듭하며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국제종합학술대회’로서의 기틀을 마련해 국내 치과산업의 현대화를 이끌었고, 2010년대를 지나며 코엑스(COEX) 전관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제23회 대회는 인공지능이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제40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공자는 ‘논어’에서 마흔을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라 하였으나, 2026년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40대 개원의들에게 이 단어는 다소 사치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치솟는 임대료와 구인난, 그리고 무한 경쟁의 파고 속에서 가정과 병원을 동시에 짊어진 이 시대의 40대 치과의사는 사실 ‘불혹’보다는 ‘고군분투’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동고, 동락, 동행’을 기치로 내건 제40대 집행부의 시작점에서, 서울지부 회원 중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40대 회원들과 함께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불혹’의 생존 전략을 나눠보고자 한다. 첫째, 경영의 불혹이다. 40대 치과의사는 임상 실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동시에 무리한 확장의 유혹에 가장 취약한 시기이기도 하다. 최첨단 디지털 장비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지만,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대출 기반의 투자는 종종 독이 되곤 한다. 장비의 화려함에 매몰되기보다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경험’과 ‘진료 시스템’의 효율에 집중해야 한다. 가용 인력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는 스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이 문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뼈아픈 격언 중 하나다. 이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이 격언의 유래를 살피고, 우리와 궤를 같이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례를 통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악순환을 끊어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역사학의 시조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므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미래에도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된다”고 설파했다. 이것이 이른바 ‘역사의 순환성’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이다. 훗날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이에 위트 있는 냉소를 덧붙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소극(笑劇, 웃음거리)으로.” 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집단의 모습이 뒤로 갈수록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우스꽝스러워지는지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치협보다 앞서 직선제를 도입했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잔혹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는 경구를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출판 역사와 독서 운동에 상징적인 이 문장이 필자에게는 8년 전 소천하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된다. 1993년 책의 해를 맞아 ‘국민독서생활화운동본부’에서 발표한 선언문은 책을 단순한 지식의 전달 도구가 아닌,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지혜의 축적물로 정의했다. 부친께서는 전국서적조합연합회를 이끄시면서 1970년대 후반부터 추진되었던 ‘범국민 독서생활화 운동’을 통해 당시 열악했던 문화 환경 속에서 “책 읽는 국민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신념을 전달하고자 한반도 모양의 슬로건을 만드셨다.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독서 캠페인의 모태를 마련하신 것이다. 33년 전의 이 문장은 지금도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하고, 신문의 행간을 살피는 필자의 50년여 년 인생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남긴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이라는 경구는 치과의사인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가 말한 형극(荊棘) ‘입안의 가시’는 단순히 물리적인 통증과 고통이 아니라
2026년 현재,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 정전(停戰) 국면 속에서 국내외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리더의 발자취는 더욱 무거워지는 법이다. 이에 동서양의 명문(名文) 속에 담긴 리더십의 본질을 되짚어보며, 우리 시대 리더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전하고자 한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르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의 제목은 ‘야설(野雪, 들판에 내린 눈)’이다. 흔히 도산 안창호나 백범 김구 선생의 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조선 후기 문신 이양연 선생의 작품이다. 백범 선생은 생전에 이 시를 좌우명으로 삼아 1948년 남북협상을 위해 38선을 넘는 순간에도 이를 읊조렸다고 전해진다. 도산 선생 역시 평생을 독립운동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에 헌신하며 ‘선구자’의 삶을 살았기에, 대중들은 그분의 삶과 시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해 기억하고 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행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동료와 후배들의 이정표가 된다. 이는 리더란 화려한 수사나
서울시치과의사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석하며 느낀 점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 안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개원의로서 대다수 대의원은 고된 진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곧장 총회장으로 달려온 이들이다. 그러나 오후 3시에 시작된 총회가 격려사와 시상 등 외부 인사들과 같이 하는 1부를 지나, 각종 보고와 의장단, 감사단 등 주요 임원진 선거가 끝난 2부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시계는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된다. 사명감으로 무장한 대의원이라 할지라도, 3시간여 브레이크 없이 이어지는 회순에 집중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허기와 피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정작 회원들의 권익과 생존이 걸린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의안 심의가 이때 이뤄지다 보니 깊이 있는 토론보다 ‘속전속결’ 처리가 미덕이 되는 서글픈 풍경이 반복된다. 품격 있는 논의와 치밀한 의사 결정을 위해 우리는 이제 ‘잠시 멈춤’의 미학을 총회 문화에 도입해야 한다. 브레이크 타임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인 ‘커피 브레이크’는 1880년대 미국 위스콘신주 스토턴(Stoughton)의 노르웨이 이민자들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아침과 점심
언론인이나 기록자들에게 가장 숭고한 가치로 여겨지는 사자성어 정론직필(正論直筆)의 한자 뜻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정(正): 바를 정 론(論): 논할 론 직(直): 곧을 직 필(筆): 붓 필 즉, “바른 논설을 펴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기록한다”는 의미다. 권력이나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직 객관적 진실과 공익을 위해 펜을 든다는 선비 정신과 언론 윤리를 상징한다. ‘정론직필’의 뿌리는 동양의 사관(史官) 정신에 깊이 닿아 있다. 공자가 노나라의 역사를 정리한 ‘춘추(春秋)’에서 시작된 ‘춘추필법(春秋筆法)’이 그 원형이다. 이는 대의명분을 바로잡기 위해 엄격하게 사실을 기록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최저의 난 당시, 목숨을 걸고 “최저(崔杵)가 군주를 시해했다”고 기록했던 태사(太史) 형제들의 일화는 직필의 대명사로 불린다. 첫째 태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간에 ‘최저가 주군인 장공(莊公)을 시해했다’라고 기록함으로써 국권을 장악한 최저에게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의 동생인 둘째 태사도 같은 내용을 다시 적다 죽임을 당하게 된다. 둘째 형마저 죽었음에도 다시 똑같은 문장을 적은 셋째 태사 동생의 직필을 살육으로
선거의 뜨거웠던 열기가 가라앉고, 이제는 차분히 책상 앞에 앉아 조직을 정비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다듬는 ‘설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우리가 약속했던 비전을 어떻게 현실의 결과물로 빚어낼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 우리가 늘 체감하듯이, 아무리 좋은 최첨단 디지털 장비와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여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시스템은 기본을 만들지만, 그 시스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가치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시치과의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4,800여 회원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한 첫 단추 역시 결국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선거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제시했던 비전과 약속을 얼마나 진정성 있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엄중한 문답이기도 하다. 서울시치과의사회가 발행하는 ‘치과신문’은 단순한 지부의 기관지를 넘어, 격변하는 치과계의 역사를 30년 이상 묵묵히 기록해 온 살아있는 증인이다. 1993년 창간호가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