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어김없이 차디찬 겨울을 물리치고 따스한 봄이 왔다. 그러한 봄을 상징하는 화사한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함과 동시에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있다. 이런 봄날이면 꼭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상춘객(賞春客)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겨울과는 달리 유독 봄날에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전거 하이킹이다. 겨우내 움츠린 기운을 뒤로하고 화사한 꽃들이 만개한 길가를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달리는 기분은 봄날의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자전거를 많이 즐겼었다. 특히 여름방학 때에는 매일 새벽마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였다. 방학이기에 좀 더 잠을 자고 싶고 게으름도 피우고 싶었지만 스스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에는 가슴 가득 대견함과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함께 달리는 자전거가 마치 가장 친한 친구처럼 소중하게 느껴져서 항상 깨끗하고 소중히 다루었었다. 비록 어린 청소년 시기였지만 자전거와 함께 달리면 이런 저런 생각도 참 많이 하게 되고 그러한 경험이 지금도 나의 삶에 좋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자전거와 함께 하는 즐거움 이면에는 일정의 고통을 견디고 넘어서야만 한다.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를 한번에 잘 타고 달리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자전거를 배우려면 넘어져야 한다. 넘어지고 다시 타고 넘어져서 다시 타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야만 자전거를 달릴 수 있게 된다. 만약 넘어지는 고통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포기를 해 버리면 자전거는 한낱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게 되고 영원히 자전거를 타고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모든 성공은 실패라는 것을 넘어설 때 얻게 되는 것이다. 꼭 대단하고 커다란 성공이 아니더라도 실패라는 것을 디디고 나야만 앞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학창시절 시험 점수가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형편없이 나오게 되는 경우나 대학입시에 떨어지거나 혹은 입사시험에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게 되거나 사귀는 이성친구와 결별을 하게 되거나 승진이 누락되는 경우 그리고 실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나 아니면 하던 사업이 망하게 되는 것처럼 실패라는 것은 그 경중을 떠나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면해야만 하는 하나의 과정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실패라는 결과를 무기력한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성취지향적인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실패라는 현상에 대한 두 가지의 반응은 바로 자신에 대하여 갖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실패라는 현상을 무기력한 반응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똑똑해 보이는 사람(looking smart type)으로 생각한다. 즉, 자신은 실패를 하지 말아야만 하며, 그래서 실패하는 일은 시도하지 않고 회피하려 한다. 이들은 실패에 직면했을 때 즉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그 전에 훌륭히 해내었던 성공의 경험 조차도 실패에 압도당하고 만다. 그래서 이들은 실패의 두려움을 회피하려고 스스로 똑똑해 보이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없기에 실패라는 것은 당연히 직면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실패라는 것을 포기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통하여 얻게 되는 성공도 영원히 그들 앞에는 사라지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실패라는 현상을 성취지향적인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실패를 통하여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하는 태도(learning type)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실패란 도전의 순간이고 새로운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다. 실패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결과가 아닌 부족함을 깨닫고 도약하는 기회로 이들은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정진한다. 실패를 통하여 성공을 만들고 그 성공으로 또 다른 실패에 직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마치 성공과 실패를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속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삶은 직선(linear)처럼 곧게 뻗어 있는 것이 아니다. 나선형(loops)처럼 끊임없이 굽이쳐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직선처럼 끝이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일 듯 말듯 굽이쳐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다. 밤이 없는 하루가 없고 궂은 날이 없는 일년이 없듯이 우리네 인생도 모든 것이 다 어우러져야 한다. 실패는 언제나 존재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실패를 직면할 때 힘들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슬프고 외롭지만 그 시기를 박차고 지나가면 또 다른 성공을 맞이할 수 있다. 상처와 슬픔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단지 우리 앞에 다가올 실패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부딪히자.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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