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오고 있다. 자고로 우리네 가을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오곡백과가 풍성하여 말은 살찌고 하늘은 높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또한 가을은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물론 사계절마다 산행의 즐거움이 있지만 특히 날씨가 선선해지고 단풍이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가을은 사람들을 산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산림이 울창한 산길을 산행을 하는데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산행에 대한 느낌도 각각 다르다.
만약 목재상과 화가가 함께 산길을 산행한다고 가정해보면 목재상은 나무의 재질과 산림의 크기를 보고 산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고, 화가는 산속의 풍경을 어떤 구도로 화폭에 담을지를 고민할 것이다. 목재상도 아니고 화가도 아닌 일반인들 같으면 ‘공기 좋다’ 혹은 ‘어디까지 올라갈까’와 같은 생각으로 산행을 할 것이다. 같은 산을 산행하여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것은 다르게 나타난다. 그것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나 늘 해왔었던 일들과 연관이 있다. 평소에 꽃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산행 중에 꽃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등산복이나 등산장비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산행 후에도 사람들의 복장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처럼 똑같은 산을 산행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기억하는 반응들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즉, 산에 따라서 우리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따라서 산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틀을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자신의 틀(Frame) 속에서 하면서 살아간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틀(Frame)이 세상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마음이 울분과 화남, 증오와 좌절로 만들어진 틀(Frame)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이 온통 화나는 일과 증오스러운 일 그리고 자신을 좌절하게 만드는 일들만 보일 것이다. 이러한 틀(Frame)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꽃밭에 눈을 뜨고 마주하고 있어도 아름다운 장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신의 틀(Frame)속에 있는 것들만 보이고 느껴질 것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의 틀(Frame)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고, 세상에 대하여 불만이 가득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의 틀(Frame)이 불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을 항상 아름답게만 바라보고 행복하게만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그러한 세상 속에서 살고 싶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틀(Frame)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틀(Frame)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재구성(Reframe)이라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틀(Frame)을 재구성(Reframe)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자신을 성찰하여야 한다.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살펴보고 진술하여야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틀(Frame)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진술하는 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 자신의 부정적 상황을 설명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과관계(cause & effect)를 합리화시키는데 모든 감정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찾아내지도 못할 뿐더러 설령 그러한 모습을 진술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하여 의심하고 부정한다. 결국은 자신의 틀(Frame)을 바꾸지 않고 그 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틀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 자신에 대한 정체성으로 형성되어진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습관이란 무의식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지적하기 전에는 일상생활에서 인지하지 못한다. 설령 자신의 습관을 인지하였다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습관을 변화시키는 마음의 틀을 재구성(Reframe)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성찰하여야 한다. 자신의 헤어스타일과 외모를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확인하고 변화하는 모습들을 연출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의 틀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거울을 먼저 들여다 보아야 한다. 세상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변하는 것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의 틀(Frame) 뿐이다. 마음의 거울을 통하여 자신의 틀(Frame)을 바라보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