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바라만 보고, 냄새를 맡고, 만져만 봐도 안정감과 위안을 준다. 나무가 갖고 있는 부드러운 촉감, 그 특유의 향기가 좋다”며 운을 뗀 정기훈 원장. 낮에는 치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섬세한 손이, 진료를 마친 후 공방에 들어서면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느라 분주하다.
그는 “여러 부분의 목재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어붙이는 것이 재미있다. 내 생각과 의도에 따라 나무가 형태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쾌감이 생기고 뿌듯하다”면서 “목공을 하기 위한 장비들을 구입하는 과정도 즐거운 일 중 하나다. 각양각색의 도구나 장비, 재료들로 목재들을 어떻게 요리해볼까 하는 궁리를 하다가 밤을 지샌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목공예에 관심이 많았지만 선뜻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정기훈 원장은 작년 이 맘 때쯤 용기를 내어 목공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정 원장은 나무가 어떤 경로를 통해 목재로 재가공되는지, 목재를 분류하는 방법 등 목공예의 기초에 대해 배웠다.
정기훈 원장은 “흔히 목공을 한다고 하면 테이블은, 또 의자는 만들어봤는지 물어보곤 한다. 치과진료와 이런 저런 이유로 목공작업에 온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을 뿐더러,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흥미가 있다보니 근 1년 동안 내로라 할 작품들을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 가구라면 목공방 졸업작품으로 만든 ‘타일-원목테이블’을 만든 것이 전부다. 또 그간 만든 몇 개의 나무도마도 모두 지인들에게 나누어줘 이렇다 할 작품들은 없지만 목공예는 그 자체로서 내 삶의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목공을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나 철공에도 부쩍 관심이 생겼다는 정기훈 원장은 나무와 금속을 콜라보레이션한 작품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나무가 갖고 있는 한계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금속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변변한 가구 하나 만들어 보지 못하고 목재를 다루는 법만 연습한 시점에서 철공을 새로 시작해 버린 것”이라며 “이상하리만치 철을 손에 쥐고 있으면 뭔가를 새로 창조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혹여 치과진료와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며 미소지었다.
사실 그가 목공과 철공을 하기 위해 공방에 들어설 때 좋은 컨디션이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작업하는 시간이 대부분 진료를 마치고 정신적, 신체적인 피로감이 극에 달했을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방에 들어서는 순간 진료실에서와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정 원장은 “공방에 있으면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자연스레 신이 난다. 이유는 없다. 그냥 단순히 공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심지어 공방을 청소하는 것마저 좋을 만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동료 및 선후배 치과의사들에게 철공, 목공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기훈 원장은 “치과의사는 이미 목공, 철공의 기초 원리를 알고 있다. 크기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자르고, 깎고, 다듬는 등의 과정에서 기본이 치과치료와 동일하다. 단 목공, 철공 장비들이 훨씬 크고, 날카롭기 때문에 항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원장은 “공방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목공이나 철공에 관심이 많지만 장소, 장비 마련이 마땅치 않아 망설이고 있다면, 또 작금의 현실과 치과운영 및 진료에 지쳐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공방의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며 웃었다.
김인혜 기자 ki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