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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원장 유고(有故) 시 치과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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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6년 선배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상가를 찾았다. 몇 달 전 우연히 영종도 호텔 로비에서 가족들과 휴가 중이라는 그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충격이었다. 그와 마주했던 일이 스쳐갔다. 개원 첫해 반장을 맡아 회람 수금액을 걷어 총무이사이던 그의 치과로 출근길에 들렀었다. 환자들이 그득했고 원장실 바로 옆 기공실에는 아직 스톤도 붓지 않은 모형 인상체가 널려 있었다. 다음부터는 은행 온라인 처리방식으로 바꾸자는 나의 돌발제안에 그는 바쁜 와중에도 음료수를 권하고 팔자주름 좋은 웃음을 띠며 생각해 보자고 했다. 어머니 칠순 잔치 때는 어찌 알고 화환을 보내주었고, 등산모임 후에는 집 방향이 같다고 맥주를 사주기도 했다.


일요일인데 상가는 한적했다. 아직 미혼인 그의 두 딸과 아들이 맞았다. 혼사라도 치렀다면 덜 쓸쓸했을 터인데, 처연했다. 수술 중 약 부작용으로 갑자기 가셨다고 설명하는 사모님 말씀에는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절절함이 읽혔다. 고인의 대학동기 이수백 원장님을 만나 더불어 추모했다. 고인과 비슷하게 묵직하고 신중한 분이다. 7개월이 넘었는데 그의 치과 간판은 그대로 걸려 있다. 금방 새 간판으로 바뀌면 야속하고 그대로 있으면 무심하다.


오래 전에 신협 이사장을 지냈던 J선배 상가 생각이 났다. 심근경색으로 60대 중반에 갑자기 가셨다. 토요일이었는데 문상객도, 조화도 드물어 놀랐다. 몇 분의 찬송가 소리만 적막을 깼다. 상갓집에 가보면 개원의사들 집이 제일 한산하다더니, 정승도 그렇다지만 이유모를 허망함과 분노심이 올라왔다. 그 해 6개월을 기다려 작심하고 신협 정기총회 공개석상에서 고인에 대한 부적절한 예우를 지적했다. 총회는 축제 성격을 띠어서 이런 질의 자체가 무리였지만 고인이 이사장 재직 시 이사를 지냈던 연유로 자격이 있고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앉아있던 선배들이 질의 잘했다고 말해주었고, 이사장도 나름 답변을 진솔하게 해주어 오해와 서운함이 풀렸다. 그 이의제기가 효력이 있었는지, 계기가 되었는지 신협의 상조공제 상품이 개발되고 활성화됐다.


젊은 시절, 추석과 구정 연휴 때면 해외여행을 다녔다. 추석 성묘는 미리 다녀왔고, 구정은 신정으로 대체했다. IMF 때는 혼자서라도 갔다. 그 약발이 있어야만 개업에 필요한 힘이 충전됐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자식들도 한두 번 동행했지만 비용도 부담되고 학업에 지장이 있으므로 부부만 갔다. 그럴 때면 넌지시 아들에게 통장이며 주요서류가 어디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들은 의아하고 뜨악해 했지만 그게 당연했다. 여행은 생명과 위험을 담보한 행위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다). 세월호는 이미 신화가 됐고, 다뉴브 강에서, 남미 마추픽추에서, 잠브비웨에서, 크로아티아 호수에서도 여행의 기쁨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뀐다. 여행 중 객기와 호기심은 적절히 조절하려 한다. 여행 전에 유서도 써 놓고 적절히 업데이트도 한다.


지난 주, 딸과 외손자를 데리고 강원도 고성 콘도에 갔었다. ‘가진항구’가 물회가 맛있고 경관이 좋다는 지인의 말에 혹했다. 물회촌에 연해 그믐달 모양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외손자와 파도타기를 하고 물총놀이를 즐겼다. 옆 텐트 가족들이 모래갈퀴망으로 바지락을 잡길래 손주 체험시킬 겸 잠시 빌렸다. 모래를 여기저기 훑다가 방파제 가까이 나아갔다. 허벅지 깊이던 물이 갑자기 목까지 잠기며 파도에 휩쓸렸다. 헉~ 휘청했다. 바닥은 수렁인지 물컹했다. 찰나였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바다의 무게에 압도되어 수영할 생각도 엄두도 나지 않는 그 순간…. “어어 도와줘” 소리쳤다. 마침 근처 청년이 손을 잡아줘 나왔다. 순간 판단을 잘못해 방파제로 상륙하려고 수영을 했다면 정말 일 날 뻔했다. 방파제 주변은 파도 역류와 압력으로 수심이 깊고 방파석은 거대하고 미끄러워 잡을 수도 없다. 인간의 욕심과 실수가 결합될 때 죽음은 바로 옆에 있음을 절감했다. 여행 중 유고 당하지 않음은 큰 복인 듯하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나이 들어 우울증을 벗어나려면 “노화를 받아들이되 정신적으로 젊게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죽는 순간까지 은퇴하지 않고 현역으로 뛰는 것”이라 했다. 맞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해도 시기와 상황이 다를 뿐 최후와 세대교체 시기는 온다.

 

원장 유고 후 치과는 자의든 타의든 처분돼야 한다. 내가 죽은 뒤 치과가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있나 한다면, 평생 같이한 가족과 치과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하다. 후배들은 먼 훗날 이야기로 생각해서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그게 ‘곧’이고 ‘현실’이다. 다만 망각하고 일할 뿐이다.

 

지난번 학술대회에서 세무사의 ‘치과 가치평가’란 강연을 들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소에서 용역을 주든 직접 하든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와병(臥病)으로 폐업한 선배의 사모님에게서 치과를 양도하는 과정 중 브로커 때문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협회에서 양도·양수에 필요한 지침을 만들고 관여해주면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적절한 수수료를 받아야 하고, 인수할 신규개원 치과의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가진항’은 철수할 때 비로소 주차장 모래밭에 세워진 안내판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이 지역은 시설 미비와 지형 부적합으로 수영장 개설인증이 불허된 곳이니 수영을 금지합니다” 관계기관이 기본 안전조치는 한 셈이었다. 아직도 안전 불감증에 빠진 우리들이 그곳에는 많았다.

 

*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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