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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작품, 일생에 한 번쯤은 알공예를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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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선 알공예 작가(알공예 교육강사)

진짜 알 껍질 맞아요? 깨어지지 않나요? 알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연약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알이 어떻게… 하는 순간 알공예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시작된다. 닭, 거위, 타조, 오리, 메추리 등 조류의 알 껍질을 이용해 다양한 선을 긋고, 자르고, 장식의 재료를 더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 알공예다.

 

약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치밀한 커팅과 풍성한 장식을 해 놓은 알 작품을 외국 서적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다. 압도적인 섬세함과 화려함의 극치인 작품이었는데 알이지만 보석이었고 보석인 것 같았는데 정말 알이었다. 책을 통해 본 지 몇 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진짜 자연의 알로 작품을 만드는 알공예라는 것을 알았다. 대륙의 황제로부터 화려하고 다양한 알공예 선물을 받았던 여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뭇 영웅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던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장식 타조 알 그릇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알공예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도 독특한 점도 많다. 특히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절대 있을 수 없듯이, 조류의 알도 쌍둥이처럼 비슷한 것은 있어도 똑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사람의 얼굴처럼 좌우는 물론이고, 상하도 대칭이 아니다. 같은 색상, 비슷한 무게의 계란을 이미 선별해 놓은 박스에 익숙해 똑같을 거라고 착각할 뿐이다. 동일한 제작 과정과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이 세상 단 하나의 작품만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점이 자연의 소재를 이용한 알공예의 절대적인 가치고 매력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조류의 알 ‘살아있는 보석’

조류의 알은 오랜 시간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다. 탄생과 풍요, 희망의 상징이었던 새들의 알은 자체만으로 귀하게 여겨 살아있는 보석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알공예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데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알공예는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땅이 넓다는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알을 염색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부활절 계란 장식에 영향을 주면서 전해져 왔다는 설이 있다.

 

둘째, 고대 중국의 유적에서 나온 붉은 염색 알, 고대 이집트의 왕묘 등에서 발견된 장식된 타조 알 등을 알공예의 역사로 봐야 한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주 천마총에서도 천년을 훨씬 넘은 계란이 발견되었고, 경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후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또한 수천 년 전부터 알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라, 껍질마저도 장식을 더해 남기는 인간의 지혜를 자극했을 수도 있어 그 역사는 더 오랜 것으로도 추측할 수도 있다.

 

알은 일반인에게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었는데,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축산업이 발전하게 되고 여러 종류의 알들이 조금씩 시간 차를 두고 넉넉해지게 되었다. 이 시기를 지나 대륙 국가인 호주나 미국 등에서 알을 소재로 다양한 형태의 알공예를 시작했던 것이, 1990년대 초부터 미국과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은 자료와 사료(史料)가 부족해서 외국인 선생님들을 통해 작품 제작 과정은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체계화된 이론을 배울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많다.

 

 

사람의 치아와 알 껍질이 닮았다?

치과의사들이 매일같이 접하는 사람의 치아와 알의 껍질은 유사성분이 많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알은 두께가 얇을 뿐 원 성분은 단단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타조 알 표면의 큐티컬 층은 이의 상아질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어, 스케일링 후 반질반질 잘 다듬어진 치아를 볼 때면 건강한 타조 알 껍질이 연상되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조류가 낳은 알은 껍질 내, 외부가 퍼석퍼석하고 약해서 다듬기도 힘들고 광택도 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또한 알과 이는 강한 재질이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허물어지거나 깨어져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점도 닮았다. 충격 시 금이 잘 생기고 부서지는 등 비슷한 성질의 것이라 다루는 기구도 겹치는 것이 많다. 치과의사 중에는 알 작업 시 치과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신기해 알공예에 관심을 가졌다는 미국 교포 여자 분이 있다. 적지 않은 연세에 작품 만드는 과정을 취미로 배우다가 개인 전시회도 열고, 알공예를 가르치는 일에도 재미를 붙여 월 한두 차례 강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기에는 알에 작은 구멍이나 섬세한 커팅을 할 때 치과용 기구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가 있었고, 필자 역시 외국에서 알 작업을 배울 때 에어 펌프기에 연결된 치과용 커팅기계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공업용 기구만으로도 알 작업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고가의 의료 기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공예작가로서는 이마저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1년에 한두 차례 치과를 갈 때면, 짧은 대기시간에도 잘 세팅되어 있는 치과용 기구들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버릇으로 남아 있다.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치과의사들은 첨단 장비도 물론이지만, 손가락의 섬세함을 진료에 많이 이용하다보니 특히 그쪽 감각이 뛰어나다고 들었다. 작고 단단한 치아를 치료의 목적으로 구멍을 내고 갈고 자르고 원상회복시키는 과정이 업이고, 도구 사용도 익숙하니, 취미 생활로 어떤 공예를 선택하든 누구보다도 잘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공예 작가로서의 소회와 알공예박물관에 대한 포부
모르는 외국인에게 오랜 시간 답장 없는 편지를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선택해야 했던 고가의 외국 서적이 도착에만 몇 달씩이나 걸렸지만 원하던 내용이 아닌 책이 더 많아, 빠듯한 형편에 자책의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경제적, 시간적으로도 결코 부유하지 않던 시기에 결혼한 여자가, 어린아이의 엄마가, 전업주부가 당장 경제적 도움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제도권 교육의 학위도 아닌 것을 외국까지 나가 배우겠다는 결정을 했었다.

 

더구나 대학에서의 전공도 전혀 관계없는 역사였다. 정상이 아님을, 분명 욕심이고 사치고 허영임을 자신이 알고 있음에도 멈추지 못하는 두렵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것을 이기는 것은 처절한 기도와 같은 간절함밖에 없었다. 몇 차례의 포기와 갈등, 설득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책 한 권의 사연을 남기고, 외국 선생님을 통해 알 작업을 배울 수 있었다. 당시 필자의 환경으로는 실로 행운이고 또 기적이었다. 외국 서적을 통한 독학이 배움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주었다. 답장 없던 손 편지로 시작된 인연의 재미(在美) 일본인 선생님은 멘토가 되어 주었다.

 

2002년, 흔쾌히 무료 대관을 해준 1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알 작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유명 문화센터, 대기업 등 분에 넘치는 자리에 초대받아 강좌도 진행했다. 알공예는 사람이 아님에도 참 고운 인연처럼 위로가 되어주었고, 능력 이상의 길로 이끌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공예는 다른 일을 하면서라도 이것만은 평생할 거라는 자기 확신이 없으면 선택하기 힘든 분야다. 알 작업에는 절대적인 노동과 시간이 필요한 반면 경제적 불안감을 감수해야 한다. 내공이 약한 나는 버티는 힘으로 다시 일어서곤 한다. 사람이 사람 아닌 것에 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공예를 통해 알았다. 긴 시간 알을 품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알들이 부족한 나를 키워 왔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외국인 선생님의 알 모양 에그 빌딩 설계도를 처음 보던 날도 그랬고, ‘김귀선 Fancy Egg Art 개인전’을 처음 열던 그 날의 전시장에서도 알공예박물관은 필자의 꿈이었다. 알공예박물관은 자연의 알을 소재로 커팅과 장식을 한 작품과 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만들어진 알공예 전문 개인 박물관이며 공식명칭은 알공예박물관, 영어로는 에그아트박물관, EggartMuseum을 사용한다. 수백 점의 알 작품 보관 장소였던 곳을 전시장, 작업실, 소규모 체험공간으로 꾸미고, 사이사이 작업 진행 중인 작품과 자료를 재료와 함께 볼 수 있게 했다.

 

알 작업을 통해 직접 만든 작품 외에도 기증 작품, 기증이 약속된 작품도 있다. 외국에서 수집된 금속, 도자기, 목재, 파라핀, 유리 등으로 만든 알 모양 작품들도 비교를 위해 전시해 두고 있다. 이 세상 단 하나의 작품을 수백 점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오피스텔에서 하우스뮤지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의 장소는 20년 넘게 사용했던 작은 작업실을 확장 공사해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준비하던 해에 큰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고, 복잡한 공사기간 중 파손이나 분실, 보관의 문제도 불안했다. 원상회복이 쉽지 않은 알 작품은 보관과 운반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강도 7 정도의 지진에 견뎌낼 수 있고, 보안체계가 갖추어진 새 오피스텔에 급히 작품들을 안전하게 옮기기로 했던 것이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의 장소에서 오픈하게 됐다.

 

 

하버드대학으로 유명한 미국 동부의 보스톤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하우스뮤지움, 홈뮤지움의 개념을 그때 알게 됐다. 주택 한 공간에서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그림 몇 점도 갤러리가 되고, 집안의 훈장 몇 점으로도 하우스뮤지움을 운영하고 있었다. 외국의 개인박물관은 이런 형태로 시작된 것이 꽤 있는 것으로 들었다. 하우스뮤지움 형태를 몰랐다면 알공예박물관은 공간 확보 때문에 아주 늦어졌거나, 아예 꿈을 접을 수도 있었다. 장소보다 내용물인 컨텐츠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오피스텔 하우스뮤지움’이라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공간이 좀 더 확장된다면 알이 가진 탄생의 의미를 살려 스몰웨딩 장소로도 제공해 볼 생각이다.

 

어려운 시기를 버텨오느라 필자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을 앓았고 알 작업을 통해 스스로 치료되었다는 것도 훗날 알았다. 집중력 장애아나 인지 장애를 앓는 어른들의 치료에 알 작업이 이용된 사례도 있어 재능 기부를 통한 예술 치료 봉사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알공예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어떻게 이런 멋진 일을 할 수 있냐”며 진심으로 격려한다. 필자 역시 방문객들이 알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내재된 열정과 어쩌면 잊고 지내던 꿈들을 상기해 내기를 바란다. 그것이 개인 박물관의 순기능이라고 확신한다.

 

이제까지 해 왔던 알 작업들이 무엇으로 남을지 필자도 잘 모른다. 미래는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믿고 가듯이 알공예를 믿고 가려 한다. 현재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언젠가 할 거면 지금하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할 생각으로 알공예박물관을 시작했다. 알 작품이 화려하고 풍요로워 보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부자일 거라는 오해를 가끔씩 한다. 그래서 세상 행복한 최고의 알부자가 되기로 진작 결정했다.

 

글 사진

김귀선 알공예 작가

알공예 교육강사

알공예박물관 운영

前 일본도쿄 EggMaster과정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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