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주가 많으면 밥 굶는다.” 어린 시절, 그리 걱정스럽지 않은 표정의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종종 하셨다. 미술과 운동에 그리 신나하면서 공부도 제법 했으니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치과의사치고는 그리 잘하는 공부도 아니었다. 그래도 참 재주가 많아 보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나 보다.

고등학교와 대학입시 재수 시절, 그리고 치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미대를 그리도 가보고 싶었다.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필자에게 농담 삼아 던지던 저 말을 생각하며 식겁하셨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은 취미로 하는 거라며 타이르셨고, 필자 또한 그 꿈을 억지로 눈에서 먼 곳으로 치워버렸었나보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흘러 우연찮게 필자의 수중에 아이패드가 쥐어진 계기가 생겼다. 그저 생일 즈음에 진료로 고생하는 필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일 뿐이었다. 허투루 비싼 기계를 낭비하지 말자는 정도의 생각에 글씨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래전 하고 싶던 꿈의 한 조각 한 조각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가 걱정하시던 재주가 늘 신나게 한다. 숫기 없고 재주 많던 지방 출신의 치과의사는 그림으로 자신의 치과 세상을 표현함에 신나있다.




한동안 정말 미친 듯이 밥도 잊은 채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이런 작품을 굳이 세어보지도 않고, 잘 그릴 여유도 없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그림을 그리며 느끼던 신남의 감정이 조금 지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글을 통해 다시금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글 그림
손정원 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