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 비슷하지만 다른 용어가 많다. 그중 기분, 감정, 정서가 있다.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기분 좋다”는 말은 있어도 “정서 좋다”는 말은 없다. “감정 좋다”는 말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서 연기자를 상대로 사용은 하지만 자신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나에게 감정 있어?”는 사용하지만 “나에게 기분 있어?”란 말은 없는 것을 보면 ‘감정’과 ‘기분’은 분명히 다르며 ‘감정’은 약간 부정 이미지를 내포하기도 한다. 반면 썸타는 관계에서 “너에게 좋은 감정 있어”는 사용하지만 “너에게 기분 있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감정은 기분보다 확실하게 좀 더 개인적이고 깊이가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듯하다. 영어로는 기분은 mood, 감정은 affect, 정서는 emotion이다.
심리학에서 기분은 유발하는 대상이 정확하지 않고 장시간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정서는 유발 대상이 뚜렷하고 단기간으로 지속력이 없다. emotion이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떠 있고 가라앉지 않는 동작이나 상태(motion)를 뜻한 것으로 사용되었다. 감정은 어떤 일이나 현상 혹은 사물에 대해 느끼며 나타나는 마음 상태로 감정을 나타내는 상위의 큰 개념이다. 즉 이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외 느낌 feeling이 있다. 느낌은 주관적으로 의식되는 감각을 지칭한다. 따라서 심리학에서는 정서(emotion)와 그것이 시작되는 동기(motivation)가 중요하다.
인간이나 동물이 지닌 기본적인 정서에 대해 가장 철저하게 연구한 사람이 플루치크로 ‘정서의 수레바퀴’란 대표적인 연구가 있다. 정서에 대해 분노, 공포, 슬픔, 혐오, 놀람, 기대, 수용, 기쁨이라는 8가지 기본 감정을 배치했다. 또 이 8가지 정서들은 서로 이웃한 두 가지 정서가 합해지면서 또 다른 정서(이중 정서)를 만들어낸다. 기쁨과 수용이 합해지면 ‘사랑’이, 두려움과 수용이 합해지면 ‘복종’이, 놀람과 슬픔이 합쳐지면 ‘실망’이 된다. 하나의 원안에 8가지 정서를 놓고, 합쳐지며 만들어진 정서(이중 정서)를 원 밖에 이중으로 배치하여 만들어진 것이 ‘정서의 수레바퀴’다. 또 근접한 이중 정서와 다르게 떨어진 정서 간의 조합을 만들었다. 기대와 수용이 합해진 ‘희망’, 공포와 슬픔이 합해진 ‘절망’ 등을 배열했다. 그는 이 수레바퀴를 다시 3차원적인 팽이 모양으로 제작해 정서의 강도에 따른 변화까지 검토했다.
예를 들면 공포, 두려움, 걱정은 같은 맥락이지만 강도가 다르다. 직접 태풍 피해를 겪으면 ‘공포’이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다른 태풍 예보를 들으면 ‘두려움’이고, 내년에 다시 올 태풍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이처럼 세 가지 정서는 강도만 다를 뿐 비슷한 종류다. 비탄, 슬픔, 시름도 강도가 다른 동일 정서다. ‘황홀, 기쁨, 평안’, ‘존경, 신뢰, 승인’, ‘격노, 분노, 짜증’, ‘경계, 기대, 관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런 정서들이 모든 행동의 방아쇠가 되며 무대에 서면 떨리는 이유가 공포인 정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이런 정서, 감정, 기분, 느낌 등이 행동을 만들어낸다.
타인에 대한 슬픔을 지니면 봉사활동 같은 이타적 행동을 한다. 타인에게 강력한 애정적 애착 정서를 지니면 사랑이고, 보다 더 대인관계를 면밀하게 계산한 끝에 지니는 부정 정서는 증오다. 결국 이런 정서들이 행동으로 진행되기 전에 이성을 통해 통제되고 제어하는 방법을 반복된 경험을 통해 학습해야 개인이 사회적으로 일탈되는 행동이나 범죄적인 행동을 표출시키지 않는다. 학교와 같은 집단생활을 통해 개인의 행동이 통제되고 절제되는 것을 경험하고 학습해야 하건만, 십수년 간 학생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학교에서 배출된 이들이 개인의 정서를 통제하지 못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타인을 대상으로 묻지마 흉기를 휘두르고, 심지어 부부싸움으로 화가 난다고 6개월 난 본인 아기를 창밖으로 던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 정신 문제일 수도 있으나,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이 감정을 통제하는 경험이 적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감정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정서를 지켜줄수록 선진국이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