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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우리를 돈키호테로 만드는 돈 페르난도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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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논설위원

소설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했다. 집에서 아이들만 책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나부터 책을 읽자 싶어서 그동안 미뤄놓은 고전을 읽기로 했다. 40대 중반에 읽는 돈키호테는 또 느낌이 다르다. 고전소설 돈키호테 1권 중반에 중요한 이벤트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돈 페르난도(A), 도로테아(B), 루스신다(C), 카르데니오(D) 사이의 얽힌 치정 이야기다. 2쌍의 커플이 서로 얽힌 이야기인데, 편의상 차례대로 A, B, C, D라고 하자. A는 혼인을 빙자하여 B의 순결을 농락한 다음 떠나버린다. A는 C와 강제로 결혼하려고 한다. 집에서 뛰쳐나온 B가 숲에서 C의 정혼자인 D와 만난다. B와 D가 머물고 있는 객줏집에 A와 C가 우연히 들어온다.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B가 눈물로 호소하자 A가 감화하여 C를 포기하고 B에게 돌아온다. C와 D는 다시 맺어진다.

 

이 와중에 돈키호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실제 소설 속 돈키호테는 클리셰처럼 언덕 위에 거대한 풍차와만 싸운 게 아니다. 나이를 먹고도 거악에 돌진하는 기사의 로망은 잊어버리자. 그런 건 돈키호테가 아니다. 돈키호테는 더 순도 높은 도른자이고 더 하찮다.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하찮은 것들과 싸운다. 움직이는 것과 싸우는 건 양반이다. 저 A, B, C, D가 눈물의 드라마를 펼치는 밤에 돈키호테는 객줏집에 와인을 보관하는 가죽 주머니와 싸우고 지쳐 잠들어 있었다.

 

이 4자 간의 치정 이벤트는 장대한 이야기의 서막처럼 길고 복잡하게 시작하는가 싶다가,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에 뜻밖에 쉽게 풀려버린다. 제일 높은 귀족이자 본인의 집착으로 모든 문제를 일으킨 원흉인 돈 페르난도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눈물로 애원하는 도르테아의 호소로 회개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의 시작과 중심에 돈 페르난도가 있었고, 그의 회개로 모든 사건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그날 밤 4자 대면의 순간에 주변을 둘러싼 모든 이가 돈 페르난도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돈 페르난도는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비록 처녀의 순정은 농락하였으나 공작가 차남으로서 최저한의 명예가 그에게 있었다. 그는 욕망으로 힘껏 달려와 도착한 객잔에서 자신의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려놓을 수 있는 자는 얼마나 명예로운가. 앞서 있었던 그 모든 사건에도 불구하고 돈 페르난도의 내려놓음으로 4명 모두 행복해질 수 있었고, 돈키호테는 그 말도 안 되는 망상으로 시작된 모험으로 주변에 긍정적 결과를 전파할 수 있었다. 반면에 만약 돈 페르난도가 내려놓지 않았다면 그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모두에게 좌절을 안기고 난 다음 날 아침이면 객줏집 주인은 돈키호테에게 가죽 주머니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돈키호테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현실과 괴리되어 이상론을 헛된 망상처럼 좇는 돈키호테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미쳐서가 아니라, 현실이 너무해서 그렇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을 이야기하던 그 모든 논의가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 소리가 되었다. 거인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와인을 담은 가죽 주머니와 싸운 꼴이 되었다. 누가 우리를 돈키호테로 만들었을까. 4자 대면으로 모든 것이 명명백백해졌음에도 명예롭게 물러설 줄 모르는 돈 페르난도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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