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한 유명한 작가이자 인플루언서인 맨슨이 올린 한국여행기 동영상 하나가 화제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제목으로 작가가 한국여행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원인적인 분석을 같이 담고 있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K팝 등 문화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개인들은 깊은 우울증과 외로움을 앓고 있다고 했다. 우선 그는 스타크래프트식 성공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한국이 성공한 이유는 K팝 스타들이 연습생 시절에 기숙하며 오로지 연습에만 올인한 결과와 같다고 보았다. 오직 한 가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모든 것을 집약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개인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 결과는 좋을 수 있지만, 사회적 압력과 경쟁으로 작용해 개인은 심리적으로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참조 인터뷰한 한국 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이서현 씨는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하다. 한국엔 완벽주의자가 많다. 만약 100점을 맞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고 이는 우울증과 연관이 깊다. 항상 실패의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하며, 6·25전쟁 후 한국은 경제 성장이 정말 빨랐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경쟁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잔인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6세에 영어유치원부터 성취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맨슨은 어려서부터 이런 환경에 놓이면 세상과 삶을 보는 방식이 왜곡되는 ‘인지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더 큰 불안과 우울증으로 이끈다고 했다. 그는 가장 흔한 인지왜곡이 all or nothing이며 이는 똑똑하지 않으면 멍청하다는 논리를 만들고 정신 건강에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 생각에 대해서는 필자도 공감한다. 요즘 MZ세대는 남자 키가 180㎝를 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180이 안 되는 남자들은 스스로 루저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낳음을 당했다는 표현을 한다.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우울증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 다양성보다는 유교적 관점에서 인격의 실패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심리학에서 우울은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는 표현인데 한국인에게 좀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인식한 듯하다. 또 자본주의의 최악인 현란한 물질주의와 돈벌이 노력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면서 자기표현능력과 개인주의가 무시된다고 보았고, 이는 상충되는 가치관으로 큰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끝으로 그는 한국은 전쟁과 절망 속에서도 항상 돌파구를 찾아온 것을 보면 세계에서 보기 드문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지닌 국가라서 길을 찾을 것을 믿는다고 마무리했다.
그의 생각에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제목이다. 물론 어찌 우리가 가장 우울한 나라이겠는가. 당장 간단하게 한창 전쟁으로 피난을 하는 팔레스타인을 보아도 우리보다 더 우울할 것이다. 먹을 물이 없어서 흙탕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오지와 같은 곳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그가 설정한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틀린 말은 아니다. 간단히 세상에서 가장 학생들이 힘들고 경쟁에 내몰린 나라다. 6세부터 대학입시 압박에 시달리는 나라다. 키는 180을 넘어야 하고 좋은 학교에 번듯한 직장에 다녀야 하는 나라다.
지금은 뭐 하나만 있으면 되던 시대가 아니고 뭐 하나라고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MZ세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이런 자극적인 제목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심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회복탄력성이 있어서 극복할 것이라고 마무리했지만, 많은 이들은 덕담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출산율 0.7%로 나타났건만 아직까지 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루빨리 우리사회가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