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용 시멘트 사용의 기본 목적은 수복물을 유지하고 변연을 봉쇄하여 치아 과민증과 2차 우식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생체적합성, 기계적 성질, 방사선 불투과성, 변연봉쇄능, 불소 유리를 통해 변연에서의 2차 우식을 방지하는 능력 등이 치과용 시멘트의 필수요건으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지르코니아 등 새로운 수복물의 등장과 함께 치과용 시멘트의 활용도 및 퀄리티를 판단하는 기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로 ‘강도’와 ‘심미성’이다.
지난달 열린 SIDEX 종합학술대회에서 ‘다양한 심미수복재의 Cementation’을 주제로 꼼꼼한 강연을 펼쳐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배아란 교수(경희치대 보철학교실)는 “최근 추세는 합착에서 접착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유지력과 강도, 심미성을 고루 갖춘 치과용 시멘트를 찾아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임상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 교수가 분석하는 현 치과계의 트렌드는 ‘심미’. 때문에 완전도재 수복물, 라미네이트, adhesion bridge 등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심미수복재들을 안정적이며 자연스럽게 접착하는 것이 곧 ‘트렌디한 치과의사’가 ‘트렌디한 치과 치료’를 위해 갖춰야할 기본기라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브랜드만 좇을 것이 아니라 각 제품의 장단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비단 치과기자재뿐만이 아니라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데에 있어 브랜드보다 제품 자체의 퀄리티를 따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임에도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 지적했다. “각 환자의 케이스나 적응증을 고려해 그에 맞는 제품과 시술 방법을 선택,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배 교수의 강연은 ‘치과용 시멘트 쇼핑 가이드’를 자처한다. 시판되는 다양한 치과용 시멘트를 비교·대조하며 장단점을 짚어주는 것은 물론 그 원리와 작용 기전, 사용상의 주의사항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그의 강연은 단연 인기다.
배 교수는 “공직에 있기에 업체와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속 시원하게 각 제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친절한 독설가’의 면모를 내비쳤다. “적은 케이스를 자세히 다루며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판단에 근거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도 전했다.
그렇다면 배 교수가 꼽는 최고의 시멘트는 무엇일까. 배 교수는 “적어도 아직은 ‘최고’라든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각 케이스에 ‘최선’이며 ‘최적’인 제품은 분명히 있다”며 “여러 개의 갈림길에서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팁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 내 강연의 취지이자 의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직 ‘연자’라는 호칭에도 익숙지 않은데 ‘나는 연자다’에 이름을 올려도 될지 모르겠다”던 배 교수는 이내 “시멘트의 선택에서처럼, 나 역시 최고보다는 최선, 최적의 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며 눈을 빛냈다. “분발하는 강연으로 청자들의 관심에 적극 부응할 것”이라는 배 교수의 강연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